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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산업은행 자회사 대우조선···‘제 살 도려내기’ 가능할까

17년 산업은행 자회사 대우조선···‘제 살 도려내기’ 가능할까

등록 2017.04.23 12:50

수정 2017.04.23 21:58

김성배

  기자

17년 산업은행 자회사 대우조선···‘제 살 도려내기’ 가능할까 기사의 사진

KDB산업은행이 주도하는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이 또다시 도마위에 올랐다. 1년 반 새 대우조선에 7조1000억원 투입을 결정한 정부와 산업은행은 회사를 단단하게 만들어 내년 말부터 본격적인 '새 주인 찾기'에 나서겠다고 다짐하고 있으나, 여전히 또다시 혈세투입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어서다. 대우조선 부실에 책임이 있는 대주주이면서 구조조정도 주도해온 산업은행이 '제 살 도려내기'를 해야하는데, 이같은 행보가 가능할지 의심의 시선이 늘고 있다.

대우조선은 외환위기 이후 대우그룹이 해체되는 과정에서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해 구제한 기업이다. 2000년 산업은행 자회사가 됐다. 자산 8조원·매출액 13조원(작년 말 기준)인 대형 기업이 주인 없이 국책은행 관리를 17년간이나 받았다.

대우조선이 주인을 찾을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2005년 매각이 추진됐으나 정치권과 노조의 반대로 기회를 놓쳤고, 2008년엔 6조3000억원을 써낸 한화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매각 문턱까지 갔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은 한화그룹이 매각대금 분납을 요청한 것을 산업은행이 거부해 매각이 무산됐다.

당시 산은이 매각을 주저했던 것은 책임 문제 때문이었다. 추후 '헐값 매각' 시비에 휩싸일 가능성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움직이지 못했다. 지난해 열린 국회의 대우조선 청문회에서 정용석 산은 부행장은 "(매각대금을 분납하게 해달라는) 한화그룹의 조건에 인수 경쟁자였던 포스코 컨소시엄이 형평성·공정성 문제를 제기했고, 이를 인위적으로 처리하면 산은 실무자들이 사후 책임을 질 수 있어 매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는 동안 대우조선 사장은 물론 사외이사 선임까지 정부와 정치권이 관여하면서 회사의 실상은 곪을 대로 곪은 후에야 드러나게 됐다. 대우조선의 전임 사장인 고재호, 남상태 씨는 분식회계로 손실을 감춘 혐의로 구속기소 돼 재판을 받고 있다. 대주주로서 관리 책임이 있는 산업은행의 전 수장 3명(민유성·강만수·홍기택)도 대우조선 관련 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결국, 산업은행은 관리 부실로 망가진 기업에 2015년 10월 4조2000억원, 올해 4월 2조9000억원 등 7조1000억원을 투입해 '셀프 구조조정'을 하게 됐다. 하지만 산은 주도의 구조조정에 시장이 보내는 의심의 눈길은 여전하다. 부실 책임이 있는 당사자가 구조조정도 한다는 이해 상충 문제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통상 정부·산은이 주도하는 기업 구조조정은 오너에게 경영 책임을 물어 지분을 대폭 감자한 뒤 공적자금을 투입해 경영권을 가져오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STX조선해양, 현대상선, 동부제출 구조조정이 모두 이런 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대우조선은 오너가 산은이기 때문에 구조조정의 원칙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다음 정부가 들어서면 대우조선 관리 실패를 더 명확히 묻고 따져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채무 재조정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대우조선 회생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으로 주목받으면서 산은의 책임 문제는 거의 논의되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대우조선에 국민 세금을 7조1000억원이나 투입하게 됐는데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으며, 책임 소재도 불분명하다는 게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앞으로 대우조선이 부실화되면 어떻게 처리할 것이라는 방향을 지금이라도 명확히 제시하지 않으면 또 공적자금이 들어갈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하는 전문가들도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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