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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말, 노이즈마케팅, 그리고 정치불신

[기자수첩]막말, 노이즈마케팅, 그리고 정치불신

등록 2017.04.18 15:52

수정 2017.04.18 17:56

이창희

  기자

막말, 노이즈마케팅, 그리고 정치불신 기사의 사진

상식을 벗어난 언행은 필연적으로 주위의 관심과 이목을 끌어당긴다. 그 자극적인 정도가 심할수록, 의도성의 농도가 짙을수록 주목도는 치솟는다. 그래서 이는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분류되며, 정치권에서도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우리는 이를 보통 ‘막말’이라 부른다.

이번 19대 대선에 출마한 한 보수정당 후보의 입담이 화제다. 세월호 참사 3주기에 불참하면서 ‘3년 해먹었으면 됐다’고 독설을 내뱉고, 방송 인터뷰 중 자신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지는 앵커에게 ‘본인도 재판 받고 있으면서 그렇게 질문하지 말라’고 쏘아붙였다.

죄가 밝혀지지 않은, 이제는 고인이 된 전직 대통령을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으로 규정했으며, 언론이 당내 다른 경선 후보를 언급하자 ‘내 상대가 아닌 애들 얘기해서 열 받게 하지 말라’고 일갈했다.

‘해고의 유연성을 확보해야 비정규직이 없어진다’는 희대의 주장을 통해 노동 의제에 대한 이해도가 제로에 가까움을 스스로 증명하기도 했다.

해당 후보의 문제성 발언은 TV토론에서 절정에 달했다. 여론조사 지지율 1위를 달리는 후보에게 별다른 근거 제시 없이 ‘친북좌파’라고 지칭하는 한편 자신보다 낮은 지지율의 후보에게는 ‘대통령 될 일 없다’고 인신공격성 비난을 가했다.

하나같이 품격이 떨어지고, 보고 듣는 이들의 이맛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개성이라는 미명 아래 용인될 수 있는 임계점을 넘어섰다. 그로써 한없이 낮아지는 것은 자신 스스로의 무게와 위신이다.

그럼에도 그의 입은 쉽사리 멈출 것 같지 않은 기세다. 거칠 것 없는 그의 평소 스타일에서 기인한 부분도 있겠으나 이번만큼은 적어도 목적이 분명한 전략에 가깝다. 길 잃은 보수 표심을 자극하는 동시에 잡음을 일으켜 판을 흔들겠다는 의도가 자못 노골적이다.

대통령직에 도전한다는 사람의 입에서 쏟아지는 수준 이하의 발언들. 단순히 듣기에 불편한 것만이 문제가 아니다. 정치불신 기조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는 요즘, 이 같은 막말은 우리 정치가 신뢰를 회복할 일말의 가능성마저 짓밟는다. 지극히 개인적인 목적을 위해 자신이 몸담고 있는 울타리를 부수는, ‘제 우물에 침 뱉는’ 이의 약속과 다짐을 우리는 과연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

뉴스웨이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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