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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의 대변혁’세계가 숨죽여 보고 있다

[삼성 경영열차 어디로]‘삼성의 대변혁’세계가 숨죽여 보고 있다

등록 2017.03.07 08:00

강길홍

  기자

그룹 체제에서 계열사별 자율경영 체제권한 막대해 지지만 책임은 누가 지나계열사간 조율·대규모 투자 차질 예상

사진=뉴스웨이DB사진=뉴스웨이DB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지난달 28일 삼성은 미래전략실 해체를 포함한 ‘삼성 쇄신 계획’을 발표했다.

삼성은 미전실 해체를 통해 정경유착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지만 그룹 컨트롤타워가 갑작스럽게 사라지면서 예기치 않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삼성그룹의 경영구조도 대변혁이 예고되고 있다.

삼성의 컨트롤타워는 1959년 이병철 창업주 시절 회장 비서실로 출발해 구조조정본부·전략기획실·미래전략실로 이어져왔다. ‘관리의 삼성’을 탄생시켰던 미전실이 해체되면서 삼성 경영구조는 대변혁이 예상된다.

이병철 창업주는 1959년 총수 직속 조직인 회장 비서실을 만들었다. 회장 비서실을 삼성그룹의 핵심 조직으로 그룹의 모든 의사결정을 관장하는 막강한 권력을 갖게 됐다. 이건희 회장이 2대 총수로 오른 뒤에도 회장 비서실의 조직은 그대로 운영됐지만 1998년 외환위기 당시에 구조조정본부로 이름을 바꿨다.

이건희 회장은 2006년 구조조정본부의 명칭을 전략기획실로 바꾸고 1실5팀 체제에서 3팀 체제로 전환하며 그룹 컨트롤타워의 역할을 강화했다. 삼성 전략기획실은 2008년 이건희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폐지됐지만 2010년 이건희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서 미래전략실이라는 이름으로 부활했다.

미래전략실은 삼성그룹 경영의 상징과도 같은 조직이다. ‘관리의 삼성’이라는 별칭도 미래전략실을 통해 탄생할 수 있었다. 또한 미래전략실은 삼성그룹의 핵심인재 대부분이 거쳐간 그룹 내 ‘인재 양성소’ 역할도 했다.

실제로 현재 삼성 계열사 최고경영자(CEO) 가운데 삼성 컨트롤타워를 거쳐간 인물이 적지 않다. 김봉영 삼성물산 리조트부문 사장은 1992년 비서실 감사팀 과장으로 2년 가까이 근무했고 2005년에는 삼성구조조정본부 경영진단팀 담당임원을 맡았다.

김신 삼성물산 상사부문 사장은 1990년 삼성 그룹비서실 재무팀에서 5년 동안 일했다. 안민수 삼성화재 사장은 1982년 삼성전자 비서실 사원으로 입사했다.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은 1988년부터 6년 동안 삼성그룹 비서실 전략1팀 부장으로 재직했으며 1995년에는 비서실 실장보좌역실에서 임원으로 근무했다.

이밖에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 임대기 제일기획 사장, 차영수 삼성선물 사장, 김동환 삼성라이온즈 대표, 육현표 에스원 사장 등도 구조조정본부에서 경력을 쌓았다.

삼성은 미래전략실을 통해 삼성만의 경영방식을 만들어냈고 이는 삼성을 초일류기업으로 이끈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특히 계열사간 협업이나 대규모 투자는 미래전략실이 주도하면서 빠른 의사결정이 가능했다. 삼성전자와 제일모직이 절반씩 자본금을 댄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탄생도 미래전략실의 작품이다.

그러나 미래전략실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았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2008년 터진 삼성 비자금 사건은 당시 전략기획실 해체를 촉구하는 도화선이 됐다. 막강한 권력을 가진 조직이지만 실체가 없고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지적이었다. 또한 총수에 대한 권력 집중도 문제점으로 꼽혔다.

이에 따라 이건희 회장은 삼성 비자금 사건의 책임을 지고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전략기획실을 폐지했다. 당시 삼성은 사장단협의체를 구성해 계열사별 현안을 조율하는 역할을 맡겼다. 하지만 한계가 있었고 결국 이건희 회장이 2010년 경영에 복귀하면서 미래전략실이라는 이름으로 부활시켰다.

이건희 회장의 복귀 뒤에도 미래전략실에 대한 비판적 여론은 그대로 유지돼왔다. 12월 ‘최순실 국정농단’ 국회 청문회에서도 미전실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국민들의 부정적인 인신이 있다면 폐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삼성은 특검팀의 수사가 마무리되면 공식 해체하겠다는 방침을 세웠고 예정대로 특검의 수사기간이 종료되던 날 전격적으로 해체를 발표했다. 해체와 함께 최지성 실장(부회장), 장충기 차장(사장)을 비롯해 7개 팀장이 모두 사퇴했다. 미래전략실은 해체되기 전 7개팀(금융지원팀, 기획팀, 전략팀, 법무팀, 경영진단팀, 인사팀, 커뮤니케이션팀)에 약 250명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미래전략실의 해체는 삼성경영 구조의 대변혁을 의미한다. 미전실을 7개팀을 통해 그룹 전체의 현안을 조율해 왔지만 이같은 기능을 모두 계열사로 이관했다. 다만 대관 업무를 담당하는 기획팀은 폐지됐다. 그룹은 물론 모든 계열사에서 대관 업무를 중단한다는 의미다. 사실상 정경유착의 고리 역할을 했던 대관 업무를 폐지함으로써 정치권과 거리를 두겠다는 의미다.

또한 삼성의 각 계열사는 그룹 수뇌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자율적인 경영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됐다. 사실상 그룹 개념이 해체되고 계열사별로 각자도생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자율성은 높아졌지만 그에 따르는 막대한 책임도 필요해진 셈이다.

특히 삼성은 미전실 해체에 그치지 않고 ‘삼성그룹’ 자체를 해체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삼성그룹의 사내방송(SBC)을 중단한 것을 비롯해 그룹 명의로 유지되던 홈페이지와 블로그 역시 폐쇄한다. 삼성의 미전실 해체가 단순히 컨트롤타워가 사라지는 것이 아닌 삼성그룹의 해체로 연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결국 그룹간 유대감이 사라지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도 예상된다.

또한 각 계열사 이사회가 막대한 책임을 지게 될 수 있는 대규모 투자 결정을 내리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내 기업의 역대 최대 규모 인수합병으로 기록된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도 미전실이 최종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앞으로 각 계열사가 지나치게 안정을 추구하게 되면 투자에 소홀해지고 신성장동력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다.

국내 기업의 교과서 역할을 했던 삼성의 변화가 다른 기업들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의 인사, 조직, 채용 등 경영관리에 있어서 다른 기업들의 교과서 역할을 해왔다”며 “삼성의 그룹 개념 해체는 다른 기업들에게도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위기감을 갖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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