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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도생’ 삼성, 컨트롤타워 없는 경영 가능할까

[삼성 경영열차 어디로]‘각자도생’ 삼성, 컨트롤타워 없는 경영 가능할까

등록 2017.03.07 08:01

한재희

  기자

미래전략실 해체는 사실상 그룹 해체 해석계열사별 자율경영 체제로 ‘독자생존’ 해야이사회 역할론···계열사간 불협화음 불가피전자·생명·물산 중심 소그룹 체제 가능성

삼성그룹이 58년 동안 총수(지배주주)-컨트롤타워-계열사로 이어졌던 경영 방식에서 계열사 이사회 중심으로 재편한다. 지난달 28일 쇄신안 발표에서 미래전략실(미전실) 해체를 공식 선언하고 미전실 소속 팀장급 이상 간부 9명까지 일괄 사퇴하는 등 ‘그룹 해체’를 현실화했다. 삼성 계열사들은 각 회사의 대표이사와 이사회를 중심으로 한 각자도생에 나서게 됐다.

삼성 계열사들은 그동안 그룹의 우산 아래에서 안정적으로 운영되어 왔던 시스템 경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거액의 적자를 냈던 삼성중공업 등 경영난을 겪는 계열사는 그룹 차원의 지원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한층 더 긴장해서 독자생존을 모색해야 한다.

‘각자도생’ 삼성, 컨트롤타워 없는 경영 가능할까 기사의 사진

그동안 미전실에서 삼성그룹 모든 계열사의 인수합병(M&A)과 신사업 선정과 투자, 계열사 간 업무조정, 경영계획과 수립, 인사, 감사 등 경영전반을 관리해왔던 것에서 이제부터는 계열사별로 해당 업무가 진행된다. 여기에 ‘사장단 회의’ 같은 상시 협의체도 두지 않기로 하면서 계열사 간 이해가 상충하는 업무 조정은 상황에 따라 진행 될 것으로 보인다.

계열사의 대표이사와 이사회의 역할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그룹 차원에서 진행됐던 ‘사장단 인사’도 이사회의 몫이 됐다. 때문에 이사회 산하에 CEO 추천위원회를 신설하는 방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 역할이 커지면서 산하 다른 위원회의 역할도 활성화될 전망이다. 계열사는 이사회 안에 분야별로 위원회를 두고 이사회 권한의 일부를 위임, 이사들이 집중 검토해 처리하도록 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의 경우 이사회 산하에 경영·감사·사외이사후보추천·내부거래·보상·CSR(사회공헌활동) 위원회를 두고 있다. 사외이사가 위원장을 맡은 다른 위원회와 달리, 경영 관련 사안을 심의·의결하는 경영위원회는 현재 사내이사로만 구성돼 있다.

삼성전자는 권오현 부회장, 윤부근 사장, 신종균 사장 등 대표이사 3명이 위원이다. 삼성물산 경영위원회에는 최치훈·김신·김봉영 대표이사 사장, 이영호 경영기획실장 등 4명이 참여한다.

경영위원회는 연간·중장기 경영방침과 전략, 자회사 매입·매각, 해외업체와 전략적 제휴·협력 추진, 조직 운영 원칙, 임직원 급여체계, 신규 시설투자 등을 심의·의결한다. 앞으로는 실질적으로 경영방침과 사업전략을 짜는 등 역할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이미 변화는 나타나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달 28일 이사회에서 전영현 신임 대표이사 사장을 내정했다. 이달 24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정식 선임할 예정이다.

이번 삼성 쇄신안이 기업 경영의 투명성 제고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한 초강수라는 의견이 많지만 해결해야 할 부분도 존재한다.

우선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 등에서 계열사들 권한이 어디까지 이양될지 명확하지 않다. 현재 수직계열화 체제에서 계열사 간 아무런 조정 없이 독립 경영이 시작되면 여기서 발생하는 갈등을 어떻게 조정할지 의문이다. 또 기업 집단은 개별기업과 다르게 시너지 효과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는 장점이 있는데 통합조직 없이 이러한 시너지를 유지해 나갈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사회의 독립성도 문제다. 이사회는 지배주주와 내부 경영진이 선임한 ‘거수기 사외이사’로만 채워져 있다. 이사회 구성이 바뀌지 않은 상태에서 자율경영은 무리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11월 ‘주주가치 제고 방안’의 하나로 글로벌 CEO 출신의 사외이사를 선임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특검 수사를 비롯한 대내외 불확실성 영향으로 당장 현실화되지는 못했다.

업계에서는 계열사 간 이해 상충하는 업무는 해당 계열사끼리 처리하거나 전자·물산·생명 등 3대 계열사를 중심으로 ‘소그룹 체제’ 형태를 띠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계열사별로 독립적인 의사결정체제로 변화가 예고됐지만 계열사별로 처한 상황이 달라 등 핵심 계열사들의 실질적 역할이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다.

삼성전자가 전자·IT계열을, 삼성생명이 금융계열을, 삼성물산이 바이오와 중공업 등 나머지 계열들을 맡아 허브 역할을 하는 방식이다. 이들 3개 사는 그룹의 핵심 계열사이면서 다른 계열사들의 지분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사실상의 지주회사 또는 중간지주회사 역할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디스플레이·전기·SDI·SDS 등 전자·전기·IT 분야 계열사의 사업영역 구분 같은 조정자 역할을 하고 금융계열사의 경우 삼성생명의 우산 아래에 삼성화재·증권·카드·자산운용 등이 들어와 계열사 간 협의와 조율을 하는 형태다.

삼성물산은 바이오·중공업 등 나머지 계열사의 중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물산은 이미 지난 2015년 제일모직과의 합병 과정에서 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가 됐다. 향후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역할이 커질 것이라는 예상도 가능하다.

재계 관계자는 “미전실 해체가 삼성 컨트롤 타워 부재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핵심 계열사를 중심으로 한 경영체제가 당장 형성 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사결정에 있어 이사회를 거치다보면 의사결정의 속도는 느려질 수 있지만 과정이 투명해질 수 있다”면서 “이번 쇄신안은 변화의 시작점으로 앞으로 이사회 구성과 이사회의 역할 등 변화와 보완이 이루어지고 나면 기업 투명성 제고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한재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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