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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채점할 시간이 다가온다

[기고]정치, 채점할 시간이 다가온다

등록 2017.02.01 09:22

수정 2017.02.01 09:31

이창희

  기자

고양시 청년공동체 ‘리드미’ 대표 신정현

정치, 채점할 시간이 다가온다 기사의 사진

학부 시절 경제학 수업에서 교수님은 신자유주의를 열심히 홍보하셨다. 개방하고 자유화하면 시장은 만능박사가 돼 모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것이라고 배웠다. IMF로 대변되는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급격한 개방과 민영화가 진리인 것처럼 여겨졌던 사회분위기가 대학마저 장악해 버린 탓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외환위기 이후 경제성장률은 급격히 떨어졌고 지속적인 성장률의 저하로 기업들은 장기투자를 기피하게 됐다. 노동의 유연성을 미덕으로 삼으며 정규직마저 안정성을 보장할 수 없게 됐고 비정규직은 OECD 국가들과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급속히 양산됐다. 고용의 불안정성은 결혼불능세대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냈고, 결혼을 해도 육아와 교육의 부담 때문에 생각에 출산을 포기하는 안타까운 부부들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실직은 곧 사회적 도태이며 늙음은 곧 쓸모없음을 의미하는 사회에서 실직과 퇴직은 사형선고와 다름없게 됐다. 이는 세계 1위의 자살률을 이끌어 가고 있는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결국 정책적으로 노동시장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복지를 확대하는 것이 우리가 직면한 문제의 답이라는 것을 공감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된 것은 바로 지난 2012년 총선과 대선을 거치면서였다.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우리는 여야가 유례없이 한목소리로 고용안정과 복지확대를 외치는 현상을 목격했다. 여당과 야당, 보수와 진보를 구분할 수 없을 만큼 경쟁적으로 복지정책을 쏟아냈고,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핵심인재를 공천해 산적한 노동문제 해결의 의지를 보여주려 했다. 이는 분명 현재의 상황이 잘못돼 가고 있다는 국민적 염려를 대변한 것이었다.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지금, 우리 사회는 조금도 나아지지 못했다. 그간 우리는 왕따라는 공공연한 문제 앞에 누구도 답을 주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고 마는 청소년, 끝을 모르고 인상되는 등록금을 내지 못해 급기야 매춘을 선택하는 여대생, 매일 출근하듯 취업 게시판을 서성이고 있는 수많은 실업 청년, 힘겨운 취업전쟁을 마치고 나서도 학자금을 갚기 위해 몸부림치고 치솟는 전세금과 물가로 결혼은 꿈도 꿀 수 없다고 울먹이는 ‘3포’세대. 얽히고 섥힌 실타래처럼 우리를 둘러싼 다양한 문제를 우리는 기성정치인들끼리 협상 테이블 위에서 핑퐁게임을 하듯 다뤄지는 것을 지켜만 봐야 했다.

2012년 여야가 한목소리로 외쳤던 고용의 안정과 복지의 확대는 단 한걸음의 진보도 보여주지 못했고 오히려 사회적 갈등요소로 극대화됐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밝혀진 사실은 현 정부는 우리 사회의 안정과 진보를 위한 철학과 정책을 갖추지 못한 채 그저 정권획득을 위해 선거를 치룬 세력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지난 5년, 그야말로 제자리걸음을 했던 정치권에 주어진 과제는 고용의 안정과 복지의 확대를 통해 최저생활을 유지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소득 대비 소비지출이 높은 저소득층이 주도적으로 내수를 진작시키는 요인이 된다. 실업보험과 재교육을 통해 실직과 퇴직이라는 사망선고를 희망선고로 바꿔내야 한다. 저소득층과 실직자가 노동시장의 활성화와 경제성장의 촉진제가 되어야 한다. 또한 기업가정신을 바탕으로 도전하는 이들에게는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함으로써 더욱 다양한 노동생태계를 만들어 가야 한다.

역사상 가장 우스운 정권으로 전락해 버린 박근혜 정권을 두고 여야 정치권은 대선정국에서 너 나 할 것 없이 차별화 전략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블랙홀처럼 모든 사안이 최순실이라는 이름으로 빨려 들어가는 요즘 시민들이 새로운 시대를 고민하고 이를 실현시켜나갈 정치세력을 구분하기 참 힘든 시기다. 이럴수록 우리가 직면한 시대적 과제인 노동과 복지의 문제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는 유권자인 우리에게 주어진 숙제일 것이다.



뉴스웨이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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