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4월 19일 금요일

  • 서울 18℃

  • 인천 18℃

  • 백령 14℃

  • 춘천 18℃

  • 강릉 23℃

  • 청주 19℃

  • 수원 18℃

  • 안동 19℃

  • 울릉도 16℃

  • 독도 16℃

  • 대전 19℃

  • 전주 20℃

  • 광주 18℃

  • 목포 17℃

  • 여수 19℃

  • 대구 20℃

  • 울산 22℃

  • 창원 21℃

  • 부산 21℃

  • 제주 20℃

금융공기관 낙하산, 해법은 없나

[금융권 인사태풍]금융공기관 낙하산, 해법은 없나

등록 2016.09.27 09:07

조계원

  기자

朴정부 4년간 204명···역대 最多정치인·관료 끗발 높으면 너도나도 군침현기완씨 기업은행장 낙점설 ‘일파만파’낙하산방지법 국회 매년발의 통과는 0건

한국거래소 노동조합은 지난 23일 여의도 한국거래소 정문 앞에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출신 정찬우 거래소 이사장 후보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사진=이수길 기자leo2004@한국거래소 노동조합은 지난 23일 여의도 한국거래소 정문 앞에서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출신 정찬우 거래소 이사장 후보의 자진 사퇴를 촉구했다. 사진=이수길 기자leo2004@

최근 현 정부 4년간 총 204명의 낙하산 인사가 금융권에 재취업했다. 이 가운데 국내 산업자본 형성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에만 21명의 낙하산 인사가 재취업했다.

여기에 예금보험공사, 주택금융공사, 자산관리공사(캠코), 신용보증기금, 기술보증기금 등 주요 금융공기관을 합치면 낙하산 인사는 80명을 넘어선다. 전체 낙하산 3명 중 1명은 금융공기업에 임원으로 재취업한 것이다.

낙하산 인사들은 새누리당 출신부터 대선캠프 참가자, 청와대 근무자 등 정치권 출신은 물론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 인사, 심지어 감사원, 법원, 국무조정실까지 소위 끗발이 높은 출신은 모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문제는 ‘추천과 대통령 임명’이라는 비공개 선임 과정에 따라 이들에 대한 정확한 인사검증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충분한 인사검증을 거치지 않은 낙하산 인사는 해당 금융공기관의 부실과 함께 이들이 지원해온 한국 경제의 부실화를 촉발하고 있다.

일례로 산업은행의 홍기택 전 은행장의 경우 아무런 실무 경험 없이 경제 관련 교수를 역임했다는 근거를 바탕으로 산업은행장에 선임됐으나, 조직 장악에 실패하며 산업은행은 물론 국내 조선·해운업 부실을 가속화 하는데 한 몫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올해 말부터 내년 초까지 금융공기관의 기관장 임기가 동시에 대거 만료된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이러한 낙하산 인사와 관치금융이 해결되지 않는 한 국내 금융업의 발전은 어렵다는 쓴소리를 내놓고 있다.

◇금융산업 발전 저해 불보듯

올해 12월과 내년 3월 현 은행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은행장 자리를 두고 벌써부터 ‘낙하산 인사설’이 나돌고 있다. 낙하산 인사로 산업은행과 자회사인 대우조선해양이 부실화된 것으로 밝혀진 지 1년도 안 된 시점에 또다시 낙하산 인사가 거론되고 있다.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곳은 기업은행이다. 최근들어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기업은행장으로 선임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3인의 공통점은 모두 기업은행의 상위기관 출신으로 금융분야에서 근무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은행 현장 근무 경험이 전무 하거나 금융권을 떠난 지 10년도 넘었다는 점이다. 즉 최근 10년 사이에 은행에서 근무해본 경험이 전혀 없다는 것.

금융권 한 관계자는 “홍기택 전 산은 행장과 이들이 다를 것이 무엇이냐”며 “이들도 포괄적인 금융분야의 지식을 가지고 있을 뿐 정작 기업은행에 필요한 중기대출 등에 대한 전문지식은 전혀 없어 제2, 제3의 대우조선 사태를 만들어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는 내년 3월 이덕훈 행장의 임기가 만료되는 수출입은행 역시 마찬가지다. 수출입은행은 국내 기업의 ‘해외 수출과 수주 지원’ 이라는 특수 목적을 가지고 있지만, 그동안 끊임없이 해당 분야의 전문지식이 없는 외부 낙하산 출신 행장이 선임됐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국내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수출이 어려운 상황에서 수은 등과 같은 수출지원 기관의 역할이 어느 때 보다 중요하다”며 “낙하산 인사로 수은 등이 흔들리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보·기보·캠코도 관료 투하

금융공기관인 신용보증기금의 노조는 최근 신임 이사장 선임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 서근우 이사장의 임기가 이달 30일 끝나는 상황에서 ‘관피아’ 출신 인사가 내정됐다는 소문이 돌고 있기 때문이다.

신보는 신임 이사장 선임을 위해 지난 8일 이사장 모집 공고를 내고, 지난 23일까지 공모원서 접수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원서 접수와 무관하게 신보 안팎에서는 이미 기재부 출신의 김규옥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내정됐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이에 노조는 자격 없는 낙하산 인사가 선임될 경우 총력투쟁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신보 노조는 앞서 지난 8월 "최근 대우조선해양과 산업은행 사태에서 보듯 낙하산 경영진의 폐해는 매우 심각하다"며 "정부가 능력과 자질이 되지 않는 자를 낙하산으로 앉히려 한다면 금융노조와 연대해 모든 수단을 동원, 강력 투쟁으로 맞설 것"이라고 선언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은 다른 금융공기관 역시 마찬가지다. 캠코의 홍영만 사장의 임기는 오는 11월 종료되며, 내년 1월에는 기보 김한철 이사장의 임기가 종료된다. 여기에 한국거래소와 예탁결제원도 새로운 수장 선임을 목전에 두고 있다.

특히 이들 금융공기관 노조들은 경제관료 출신으로, 이른바 ‘관피아’ 선임에 극도의 경계감을 드러내고 있다.
금융공기관 한 노조관계자는 “지난 세월호 사고로 관피아의 문제점이 들어나 관피아 출신의 낙하산 인사가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최근 관피아 인사가 다시 속속 낙하산으로 선임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며 “관피아 인사는 관치금융을 조성하고, 금융공기업의 경직성을 높인다”고 밝혔다.

◇시민단체 낙하산방지법 절실

금융공기관의 낙하산 인사를 막을 제도적 개선의 필요성은 매년 제시되고 있다. 투명하고 공정하지 못한 현행 인사검증 시스템으로는 낙하산 인사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 모든 이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에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8월 국책은행 임원 자격요건을 강화하는 ‘낙하산 방지법’을 발의했다. 국책은행 임원의 자격요건, 결격사유, 전문성 요건 등을 규정해 최소한의 관련 분야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선임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개정안의 핵심이다.
그러나 ‘낙하산 방지법’의 국회 문턱은 높다. 해마다 ‘낙하산 방지법’이 발의됐지만 국회를 통과한 개정안은 단 한 건도 없다.

지난 19대 국회를 보면 공공기관의 인사시스템 개편과 관련해 총 18개의 법안이 발의됐다. 이들 법안은 모두 공공기관의 CEO(최고경영자), 임원, 감사 등 경영진의 자격기준을 강화하고, 취업을 제한하는 내용의 ‘낙하산 방지법’들 이다.

이러한 법안들은 국회 임기 만료와 함께 모두 자동폐기 됐다. 개인의 직업 선택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이유로 여야 의원들이 국회 통과를 반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 세월호 사태와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바라본 국민들은 이제 낙하산 인사에 대한 개선 필요성에 어느 때 보다 공감하고 있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매 정권 반복되는 낙하산 인사를 막기 위해서는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며 “여야가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조계원 기자 chokw@

뉴스웨이 조계원 기자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