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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풍 진원지 강남 재건축 시장 가보니···눈만 뜨면 ‘폭등’···88년 악몽 ‘데자뷰’

[고삐풀린 집값]광풍 진원지 강남 재건축 시장 가보니···눈만 뜨면 ‘폭등’···88년 악몽 ‘데자뷰’

등록 2016.09.20 08:29

수정 2016.09.21 20:36

서승범

  기자

압구정·개포 등 3억원 가까이 올라 정부 수요억제 정책에 희소성 부각불안요소 원인 당분간 상승세 유지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에도 강남 재건축 아파트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일부 재건축 단지는 1년새 수억원의 프리미엄이 붙기도 했다. 사진은 재건축 예정 단지인 강남 주공아파트 전경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정부의 가계부채 대책에도 강남 재건축 아파트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일부 재건축 단지는 1년새 수억원의 프리미엄이 붙기도 했다. 사진은 재건축 예정 단지인 강남 주공아파트 전경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

정부가 부동산시장 과열에 따른 대책을 내놨지만 오히려 역효과가 나타나면서 강남 재건축 시장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 급등세를 연출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5일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과열된 부동산시장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공공택지 공급량을 축소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는 매도·매수자에게 ‘공급물량이 축소돼 기존 아파트값이 더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과 불안감을 함께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희소성을 부각시켰다.

수요자들은 ‘집값이 오른다는 데 늦기 전에 집을 사야 한다’는 불안감에 투자자와 내집마련 수요자 모두 아파트 마련에 나섰다. 반면, 집을 팔려고 내놓은 사람들은 ‘집값이 오른다는 데 더 나중에 팔겠다’는 기대감에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다. 공급과 수요가 어긋나면서 집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8·25 가계부채 종합대책 발표 이후인 일주일 뒤인 9월 2일 기준 강남 재건축 아파트 값은 평균 0.28% 상승했다. 이는 올해 주간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서울 전체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0.23%)보다 높은 상승폭이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전용면적 82m²는 한달 새 1억원이 오르며 지난달 기준 18억5000만원에 팔렸다. 강남구 개포동 주공1단지(전용면적 49.6㎡)는 지난 7월 13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3개월 전과 비교하면 3억원 가까이 오른 금액이다.

가계부채대책 발표 이후에도 재건축 아파트들의 몸값은 또 다시 상승곡선을 그렸다. 송파구 잠실 주공5단지는 대책 발표 이후 아파트값이 최대 3000만원까지 더 뛰었다. 강남구 압구정동에서는 구현대 1·4차, 현대사원 아파트, 개포지구의 집값도 뛰고 있다.

강남구 개포동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공급이 준다고 해서 사겠다는 사람은 많은데 물건이 다 빠졌다. 강남 일대 집값이 모두 상승했다”며 “대책 나온 지 얼마 안 됐는데 하루가 다르게 가격이 오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보증 심사 강화, 보증 건수 개인당 2건으로 축소 등의 방안은 가뜩이나 달아오른 강남 재건축 분위기에 부채질했다.
앞서 HUG는 정부의 정책방향성에 따라 고분양가 논란이 제기됐던 개포 주공3단지 재건축 아파트 ‘디에이치 아너힐즈’의 분양 보증 신청을 거부하면서 사실상 분양가 인하를 요구, 분양가를 낮추도록 유도했다. ‘디에이치 아너힐즈’는 당초 계획보다 3.3㎡당 320만원이나 할인된 가격으로 분양가를 책정했다. 전용 106㎡형의 경우 분양가가 가구당 평균 1억278만원, 전용 84㎡형 역시 1억880만원 낮아졌다.

하지만 이는 시장에 높은 웃돈을 형성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불러일으켰고 이 단지는 평균 100대 1의 기록적인 청약경쟁률과 함께 2억원 가량의 높은 웃돈까지 붙었다. 또 이 같은 인기에 주변 기존 아파트들이 영향을 받으면서 주변 시세까지 영향을 끼쳤다.

강남구 개포동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재건축 기대감으로 가격이 오른 추세에서 정부가 가격에 브레이크를 걸자 그 차익에 대한 기대감에 수요·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았다”며 “수요·투자가 몰리자 프리미엄이 더 높게 형성됐고, 그 주변 아파트들도 덩달아 분위기를 탔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강남 재건축 단지의 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현금자산이 많은 부유층이 많고, 강남이라는 지역 특수성 때문이다.

KB금융경영연구소 ‘2016 한국 부자보고서’ 내용을 살펴보면 서울에 거주하는 금융자산 10억이 넘는 부자 중 36.7%(3만4000명)가 강남3구(강남구·서초구·송파구)에 밀집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업계에 따르면 한 건설사의 설문조사 결과 현금 10억원 이상을 보유하고 강남의 새집을 사고 싶어 하는 대기 수요가 5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정부의 억제책인 분양보증과 무관한 수요가 적어도 5만명에 달한다는 것이다.

또 앞으로 강남 재건축 아파트 분양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는 것도 이유로 꼽힌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에만 강남4구에 7052가구(일반분양 2385가구)가 공급되며, 내년에는 총 2만4720가구(일반분양 6173가구)가 예정돼 있다.

최현일 열린사이버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투자자들이나 실수요자들이 관심이 쏠리고 있으니깐 당분간 계속 상승세 분위기를 이을 것”이라며 “가을 이사철이고 하니깐 시장도 조금 관심이 높아지면서 투자자들이 더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현재 집값 상승 추세는 정부 정책 발표 이후 매도·매수인들에게 발생한 일시적인 심리적 요인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되는 만큼 상승세가 장기적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미 2017~2018년 수도권 입주물량만 수십만가구에 달하는 데다 ‘어깨까지 올랐다’라고 표현될 정도로 급등한 집값, 정체된 소득수준, 늘어난 가계부채 등 부동산시장에 불안요소가 많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가 발표한 공공택지 축소 등의 내용은 정권 교체 시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으므로 ‘공급량 축소’에 따른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는 전문가는 많지 않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팀 팀장은 “강남 재건축 단지의 인기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나, 이전처럼 타지역까지 추가 상승세를 이끌기는 힘들 것이다”며 “내년 말 종료가 예정된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 수도권의 대규모 입주물량, 미 금리인상 가능성 등을 미뤄보면 부동산시장의 추가 상승은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가격이 많이 올라있어 추가 상승 여력이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저금리, 청약선호도 등으로 미뤄봤을 때 올해까지는 호황을 보일 것 같으나 내년까지 분위기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며 “시장이 너무 오버슈팅되면 정부가 조정에 나설 것이다. 지금도 담보대출을 관리하는 방향으로 정부가 정책을 펴고 있어, 내년에도 정책방향에 따라 다소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승범 기자 seo6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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