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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섭 행장 ‘한국형 웰스파고’ 꿈꾼다

[대혁신 농협금융]이경섭 행장 ‘한국형 웰스파고’ 꿈꾼다

등록 2016.07.26 08:28

김아연

  기자

조선·해운 구조조정에 자산 건전성 타격여신 조기경보 등 부실 방지시스템 가동1175개 영업점에 친필편지 직원 다독여소매금융 주력 등 핵심사업에 역량 집중

이경섭 NH농협은행장은 구조조정의 위기를 넘어 농협은행을 한국형 웰스파고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사진=농협은행 제공이경섭 NH농협은행장은 구조조정의 위기를 넘어 농협은행을 한국형 웰스파고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그렸다. 사진=농협은행 제공

이경섭 NH농협은행장으로 취임한지 딱 반년이 지났다. 시작점에서 조선·해운업의 구조조정으로 격랑을 맞은 이경섭 NH농협은행장이 미국의 웰스파고 은행을 청사진으로 제시하며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의 2분기 실적은 은행권 가운데 가장 저조할 전망이다. 창명해운·STX조선해양 법정관리 등으로 1조3000억원가량의 대손충당금을 적립해 상반기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경섭 농협은행장 역시 지난달 16일 “예상보다 빠르게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고, 그 결과 상반기에는 적자(赤字)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한 바 있다. 올해 1월 취임사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일류 농협은행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지만 시작부터 예상과 다른 전개가 펼쳐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듯이 이 행장의 행보는 침착하고 기본에 충실했다. 위기감으로 불안해하는 직원들을 다독이고 농협은행 본연의 핵심가치 사업에 역량을 집중한다는 ‘리턴 투 베이직’ 전략으로 한걸음씩 나아가는 모양새다.

실제 이 행장은 최근 과·차장급 직원 800명과 대화의 시간을 갖고 “모 팀장으로부터 한두 달 월급을 안 받아도 되니 은행을 살려달라는 이야기를 들어 마음이 아팠다”며 “농협은행은 여러분의 미래고,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고 직원들을 다독였다.

이어 “STX 등 조선·해운업 구조조정 여파로 올해 쌓아야 하는 충당금 1조7500억원 중 1조 3000억원을 상반기에 쌓았다”며 “상반기엔 적자가 불가피하지만 하반기엔 흑자가 예상되는 만큼 불안해하지 말고 힘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앞서 이 행장은 지난 6월에도 내부 통신망을 통해 전국의 1175개 영업점에 친필 편지를 보내 “역량도 제대로 갖추기 전에 해외 파생상품,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기업 여신 및 보증 등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거액의 손실이 발생했다”며 “늦었지만 여신 조기 경보시스템 고도화, 산업분석, 여신심사 및 감리기능 강화 등의 제도보완으로 부실이 반복되지 않도록 시스템을 정비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또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의 힘을 모을 때”라며 “충분히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반기 이 행장은 기본으로 돌아가 농협이 잘 할 수 있는 부분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과거 농협은 소매금융으로 시작했고 이렇게 성장한 것도 소매금융 덕분”이라면서 미국의 웰스파고 은행을 청사진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는 “웰스파고는 세계적인 소매금융 강자로 예대마진 비중은 적고 비이자수익 비중이 높다”며 “기존 하나로 고객을 확대해 실속 있는 교차판매에 나선다면 우리도 웰스파고와 같은 은행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행장은 NH농협은행의 전통적인 강점 분야인 농식품금융도 주력할 분야로 내세웠다. 농식품금융을 미래성장 핵심사업으로 설정하고 2020년까지 농식품기업여신의 시장점유율 을 40%까지 끌어올려 한국판 라보뱅크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실제 네덜란드계 글로벌 협동조합은행인 라보뱅크는 농식품기업여신 시장점유율 84%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NH농협은행의 농식품기업여신 잔액은 6월 말 기준 17조원으로 이 행장은 올해를 ‘農心이 행복한 농식품금융 도약의 해’로 정하고 농식품기업여신 및 농업인을 대상으로 한 농업금융컨설팅을 확대, 추진할 계획이다. 농업금융컨설팅은 농업경영체의 경영분석·자금지원·판로확대·수출지원까지 전방위적인 토털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외에도 농업관련 금융 수요가 많은 중국 및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으며 건전성 관리·수익 모델 개발·조직 효율성 향상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지난달 말 기준 6조2000억원인 조선·해운업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은 연말까지 4조9000억원으로 감축할 계획이며 고정이하여신 규모도 3조7000억원에서 3조원으로 낮출 예정이다. NH-아문디자산운용·NH투자증권 등 계열사들과 함께 부동산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오피스동 인수를 1900억원 규모로 추진하는 등 부동산 등 비이자부문에서 새로운 수익 모델도 만들어나가고 있다.

이 행장은 “서른개 넘는 범 농협 계열사 중 농협은행은 시너지 창출과 수익원 마련의 핵심 조직인만큼 우리가 흔들리면 범 농협 전체가 흔들린다”며 “출범 이후 최대의 위기를 직면했지만, 후배들에게 건강한 농협은행을 물려주자는 마음으로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달라”고 강조했다.

김아연 기자 csdie@
용어해설
◇웰스 파고=소매 금융분야에서 강점을 보이는 미국의 은행이다. 1852년 창업자 헨리 웰스와 윌리엄 조지 파고가 캘리포니아와 미국 동부 지역을 기반으로 은행을 세웠다. 특히 금융 상품에 강점을 보여 한 고객에게 여러 가지 상품을 파는 교차판매가 활발하며 교차판매 부문에서 세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뉴스웨이 김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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