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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침통한 새해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침통한 새해

등록 2016.02.12 10:40

수정 2016.02.12 10:45

정백현

  기자

현대상선 정상화 위해 사재 내놓으며 희생유동성 위기 속 대북사업 중단에 손실 생겨‘사즉생’ 각오로 그룹 경영 정상화에 최선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사진=뉴스웨이DB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사진=뉴스웨이DB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누구보다 침통한 마음으로 새해를 시작하고 있다. 주력 계열사의 잠재적 유동성 위기 해결이 급한 상황에서 그룹의 상징적 사업으로 꼽혀 온 대북사업마저도 사실상 전면 중단됐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현대상선의 경영 상황은 여전히 썩 좋지 못하다. 특히 자본 총계 대비 자본금의 비율이 50%를 밑돌면서(지난해 말 기준 36.8%) 자본잠식 상태에 들어갔다. 해운 시황 불황에 따른 운임 하락의 영향으로 손실이 커진데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결국 현대그룹은 지난 2일 현대상선의 잠재적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고강도의 자구계획을 내놨다.

지난 2013년 발표한 1차 자구계획의 핵심이 비주력 자산의 공격적 매각이었다면 이번 자구계획의 최대 이슈는 현정은 회장의 희생으로 볼 수 있다. 벌크전용선사업부와 부산신항만터미널 지분 등의 매각도 핵심이지만 오너의 사재출연을 가장 큰 이슈로 꼽을 수 있다.

현대상선의 대주주인 현 회장은 약 300억원의 사재를 출연해 현대상선의 경영 정상화에 힘을 보태겠다고 직접 나섰다.

다른 중견 대기업 오너들에 비해 현 회장은 직접 들고 있는 자산이 매우 적은 편에 속한다. 액면가 상 300억원이란 돈은 현대상선이 갚아야 할 채권금액의 극히 일부다. 그러나 오너로서 회사 회생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취지의 행동에 여론이 긍정적으로 돌아섰다.

특히 현대상선이 현대그룹의 전체 운명을 좌우하는 중요 계열사인데다 고 현영원 전 현대상선 회장(현정은 회장의 부친)이 남긴 사실상의 유산인 만큼 어떻게든 회사를 살려내겠다는 의지가 강력하게 작용했다.

현대상선의 정상화 작업이 순조롭게 풀려갈 즈음 이번에는 대북사업에서 파열음이 일어났다. 지난 1월 초 북한이 4차 핵실험에 나선데 이어 지난 7일에는 장거리 미사일까지 발사하면서 남북관계가 강경 구도로 치달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는 잇단 북한의 도발에 대한 응징 차원에서 지난 10일을 기해 개성공단 운영 전면 중단을 선언했다. 북한도 11일 오후를 기해 개성공단의 폐쇄와 남측 인력의 추방을 선언했다. 지난 2005년 개성공단 조성 이후 11년 만에 공단이 완전히 닫힌 셈이다.

지난 2005년 공단 조성 당시 개성공단의 산파 역할을 함께 했던 현대그룹은 개성공단의 폐쇄를 누구보다 씁쓸하게 바라보고 있다. 지난 1998년 금강산 관광 개시로 시작된 대북사업이 18년 만에 사실상 전면 중단됐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에게 대북사업은 큰 수익을 창출하는 사업이 아니다. 그러나 그룹을 대표하는 상징적 사업으로 의미가 매우 크다. 특히 현 회장에게는 남편 고 정몽헌 전 회장이 타계 직전까지 신명을 바쳐 일했던 쪽이 대북사업이기 때문에 다가오는 의미가 남다르다.

현대그룹은 대북사업 전면 중단의 영향으로 상당한 금전적 손실을 입게 됐다. 당장 한 푼이 아쉬운 상황에서 대북사업 중단으로 입게 되는 손실은 너무나 뼈아프게 다가오고 있다.

일단 개성 현지에서 발생하게 될 손실은 어림잡아 약 400억원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개성공단 내 자산을 전면 동결하면서 금강산 내 자산처럼 숙박시설과 면세점, 주유소 등의 시설을 뺏겼기 때문이다. 개성에서 발생하는 연 매출은 약 100억원에 육박한다.

아울러 코레일, 포스코 등과 함께 참여했던 남한·북한-러시아 3각 경협 계획 ‘나진·하산 물류 프로젝트’도 전면 중단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향후 잠재적인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여기에 8년째 중단되고 있는 금강산·개성 관광 사업의 손실 역시 1조원 이상의 손실을 기록하고 있어 대북사업 중단으로 인한 피해는 더욱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남북 당국 간의 원만한 협의를 바랄 뿐”이라면서 “현대그룹이 대북사업을 가장 먼저 시작했고 가장 큰 성과를 올려왔던 만큼 긍정적인 의지를 갖고 대북사업의 재개 여지가 보일 때까지 잘 준비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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