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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단 인사로 본 이재용號의 3대 키워드

사장단 인사로 본 이재용號의 3대 키워드

등록 2015.12.01 13:11

수정 2015.12.01 14:04

정백현

  기자

면세점 유치·신약 개발 주역 승진···성과주의 기조 재확인미래 핵심 사업에 유능 인재 투입···확고한 투자 의지 천명‘정중동’ 원칙 여전···기술 전문가 앞세워 분위기 일신 모색벼랑 끝 CEO에 회생 기회 부여···현 위치서 대안 모색할 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뉴스웨이DB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뉴스웨이DB

삼성그룹의 올 연말 사장단 인사는 ‘성과주의와 안정, 미래 육성’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압축할 수 있다. 성과주의 인사 원칙을 고수하면서도 과도한 변화를 지양해 조직의 분위기를 다 잡았다. 더불어 미래 사업에 대한 투자 의지를 피력하면서 그룹의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키우겠다는 그룹 고위층의 의견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은 1일 오전 별도의 설명회 없이 언론홍보 채널을 통해 2016년 정기 사장단 인사 계획을 발표했다. 사장으로 승진한 부사장급 임원의 수는 지난해보다 2배 늘어난 6명이다.

이와 더불어 1명의 대표이사급 부사장 승진이 있었고 8명은 직급을 유지하면서 새로운 둥지로 보직을 옮기거나 겸직했던 업무를 다른 임원에게 넘겨주게 됐다.

다만 전체 사장단(계열사 내 사장·부회장·대표이사급 부사장)의 규모는 53명에서 52명으로 1명 줄게 됐다. 이번 인사를 통해 총 8명의 사장이 자리에서 물러난 셈이다.

◇성과 있는 곳에 승진 있다 = 삼성의 인사 기조는 올해도 변하지 않았다. 긍정적 성과가 있는 곳에 포상을 단행하는 ‘신상필벌’의 기조가 또 다시 여실히 증명됐다.

가장 돋보이는 인물은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한인규 호텔신라 면세유통사업부문 사장이다. 현대산업개발과의 협업을 통해 서울 용산역 아이파크몰에 면세점을 유치시킨 한 사장은 지난 7월 진행된 서울시내 면세점 특허 획득 과정에서 주역의 임무를 다한 인사다.

업계 안팎에서는 한 사장이 면세점 특허 취득의 막전막후에서 쏠쏠한 역할을 해왔으며 그 덕분에 용산 면세점 오픈 준비가 원활히 이뤄지고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 때문에 올 인사에서도 그에 따른 보상이 뒤따를 것이라는 예측이 있어왔다.

그룹의 미래 사업 중 하나인 바이오 부문에서도 성과 중심의 인사는 이어졌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부사장은 그동안 바이오시밀러 개발 성과를 높이 평가받아 이번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고 사장이 대표이사로 일해 온 지난 3년간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혁혁한 공적을 많이 쌓았다. 류마티스 관절염 치료제인 ‘브렌시스’ 개발에 성공해 유럽 진출의 발판을 연 것을 필두로 현재 3개 의약품의 국내외 판매 승인 절차를 밟고 있다.

삼성이 지난 5년 동안 바이오 부문에서 쏟았던 노력이 가시적 성과로 드러나면서 이에 대한 보상이 반드시 뒤따를 것이라는 예측이 뒤따랐고 결국 대표이사 부임 3년 만에 사장 승진으로 이어지게 됐다.

◇미래 육성 의지 적극 피력 = 삼성그룹의 이번 사장단 인사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미래 핵심 사업에 대한 육성 의지를 적극 피력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인사 발표 이전 승진 가능성이 강하게 점쳐졌던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부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더불어 과거 삼성전자 DS부문 메모리사업부 담당 사장으로 일했던 전동수 삼성SDS 사장은 다시 삼성전자로 돌아와 의료기기사업부장 자리를 맡게 됐다.

바이오 사업과 의료기기 사업은 삼성이 미래 신수종 사업의 일환으로 적극적인 육성과 투자를 약속한 업종이다. 그동안의 과정이 향후 가시적 성과 창출을 위한 기반 마련 기간이었다면 이제는 그동안의 기반 위에서 본격적인 성과를 내야 할 시점으로 평가되고 있다.

고 사장과 전 사장은 업계 안팎에서 능력이 출중한 인물로 꼽힌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 두 사람이 경영 전면에 투입됐다는 것은 앞으로 삼성이 이 사업을 더 키워서 본격적인 그룹의 핵심 먹거리로 내세우겠다는 의중으로 풀이할 수 있다.

◇대대적 변화보다 소소한 변화 = 올해 사장단 인사에서도 부회장 승진은 없었다. 그동안 삼성그룹 인사에서 부회장 인사가 단행된 것은 2012년 말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사장의 부회장 승진이 가장 마지막이었다.

재계 안팎에서는 최치훈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 겸 사장의 부회장 승진 가능성을 매우 높게 점쳤다. 그리고 4명에 달하던 삼성물산 CEO 중 상당수가 바뀔 수 있다는 예측도 내놨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 본 결과 윤주화 사장만 회사를 옮겨갈 뿐 큰 변화는 없었다.

전자 계열사에서도 권오현-윤부근-신종균 3인 CEO 체제가 내년에도 지속되는 것으로 확정됐다. 되려 이들의 자리를 그대로 유지하되 겸직했던 자리를 면하게 함으로써 이들이 그동안의 짐을 덜고 더 많은 미래 기회를 찾을 수 있도록 배려한 셈이 됐다.

여기에는 큰 변화를 지양함으로써 조직 전체의 안정 분위기를 도모한다는 의중을 엿볼 수 있다. 더불어 한편 우수한 기술을 뽐낼 수 있는 유능한 인재들을 전면에 발탁함으로써 미래 시장을 대비할 수 있는 동력을 키우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고 볼 수 있다.

◇살아남은 이들의 과제는? = 이번 인사를 통해 벼랑 끝에서 살아남은 사람이 꽤 된다. 지난해에 이어 또 다시 용퇴설이 불거졌던 신종균 삼성전자 IM부문장 겸 사장은 이번 인사에서도 살아남으면서 그룹 고위층으로부터 기회를 받았다.

부진한 실적 탓에 자리보전이 힘들 것으로 전망됐던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이나 박중흠 삼성엔지니어링 사장 등도 이번 인사에서 유임 처리됐다.

그룹 고위층이 이들에 대해서 유임 결정을 내린 것은 ‘임원 교체가 위기 해결의 대안이 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그룹 고위층에서 최근의 스마트폰 시장 포화나 조선·플랜트 시장 불황은 CEO 본인의 과오라기보다 전체 업황의 외부 요인에 따라 발생한 문제인 만큼 책임을 묻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셈이 된다.

따라서 ‘벼랑 끝 CEO’의 유임은 각 사장들이 현재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만큼 기존의 자리에서 위기 극복 대안을 모색하고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는데 온 힘을 다하라는 그룹 고위층의 지시로 해석할 수 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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