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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산업 대형화만이 능사 아니다

[기고]증권산업 대형화만이 능사 아니다

등록 2015.09.16 08:10

김아연

  기자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김경수 대외협력국장

증권산업 대형화만이 능사 아니다 기사의 사진

과거, 금융당국은 증권업을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꾸고, 설립요건을 완화시킨 바 있다. 이로 인해 증권사들은 우후죽순격으로 늘어나 결국, 61개까지 만들어지게 되었다. 이 여파로 각 증권사들은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온라인, 모바일거래시 최장 5년 동안 무료수수료를 내거는 등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을 지속해왔다. 지금도 증권업계는 과당경쟁과 출혈경쟁이라는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러한 증권산업의 여파 때문인지, 박근혜 정부는 이른 바 ‘금융규제 개혁방안’이라는 명칭의 정책들을 쉴새없이 쏟아내고 있다. 말로는 금융규제 개혁이지만, 금융당국의 정책방향은 ‘증권회사를 대형화시키겠다’는 것이다. 박근혜정부 초기 프라임브로커 육성 등을 위해 자본시장통합법이 개정되었고, 이로 인해 대형증권사 중심으로 자본시장을 재편하겠다는 계획이 시작되었다.

최근 금융당국이 발표한 금융규제 개혁방안의 핵심은 겸업주의 확대를 통해 금융지주회사 계열사가 한 점포에서 은행·증권·보험업무를 볼 수 있게 복합점포를 허용하고, 여러 개의 금융상품을 한 계좌에 담는 개인자산종합관리계좌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이 방안은 은행 기반의 금융지주회사를 위한 방안이다. 즉, 금융지주회사 내 겸업을 대거 허용하는 것인데, 칸막이를 없애 영업을 쉽게 하고 파이를 키운다는 명목이다.

금융당국의 정책방향은 철저히 대형화에 맞추어져 있다. 금융규제 개혁방안이라고 포장했지만 이 방안은 은행 중심의 금융지주회사에게 날개를 달아 준 반면, 수많은 제2금융권의 중소형 금융회사들의 경쟁력을 상실시켜, 결국 약화시키는 방안이다. 이로 인해 금융지주회사 산하가 아닌 제2금융권 금융회사들의 구조조정을 촉발시킬 것이다.

이 밖에 금융당국의 증권산업 대형화정책은 증권사 M&A 활성화정책, NCR(영업용순자본비율) 변경, 자본시장통합법을 통한 프라임브로커 육성, 단기콜자금 규제까지 중소형 증권사들은 어려운 업황과 정부의 퇴출압박, 두 가지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영향으로 증권업계는 2년 동안 300개가 넘는 점포가 폐쇄되었고, 10%에 달하는 증권노동자가 현업을 떠나는 등 구조조정의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2년 동안 증권업계에서는 전체 인원수 대비 약 16%, 7,000여명에 달하는 노동자가 일터를 떠나야 했다.

시장의 파이를 키우려면 조금씩 키우고, 줄이려면 조금씩 줄여야 하는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증권산업에 대한 정책은 온탕과 냉탕 사이를 급격히 옮겨다니는 식으로 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증권산업 구조조정의 양상도 일방적이고 대형화되고 있다. 10년, 20년을 내다보는 증권산업에 대한 장기정책방향이 설정되지 못하고, 정권마다 정책방향이 180도로 돌변하다보니 이 과정에서 피해를 보는 것은 오직 증권노동자들뿐이다.

정부의 금융정책에 의해 업권간의 경쟁은 은행권 중심의 금융지주회사가 독식하는 구조가 만들어져 나머지 중소형 금융회사들의 구조조정을 획책하고 있으며, 업권내의 경쟁은 증권업계의 경우,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만들겠다’며 대형사 육성정책을 추진하는 바람에 중소형사들의 퇴출을 유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금융회사들은 악랄한 인사노무관리를 통해 노동자들을 길거리로 내몰고 있다.

국가의 불공정한 룰(개입)에 의해 불공정한 경쟁체제가 만들어졌고, 이로 인해 일선 증권회사들의 구조조정을 일상화시키는 기폭제가 된 것이다. 때문에, 금융정책 설계는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 규제완화라는 미명 아래 몇 곳은 엄청나게 키우고, 나머지는 다 퇴출시키는 방식이 아니라, 연착륙할 수 있도록 자연스럽게 유인할 수 있는 이행기의 과정이 생략되고 있다. 이러한 영향으로 구조조정의 방식은 매우 일방적이고, 노동자 개인과 그 가족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안겨주는 방식으로 나타나고 있다. 증권산업의 대한 장기적인 전망과 비젼, 증권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회사와 노동자들이 소통하고 동의할 수 있는 정책이 절실히 필요하다.

뉴스웨이 김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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