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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개혁의 최대격전지, 임금피크제

[포커스]노동개혁의 최대격전지, 임금피크제

등록 2015.08.05 08:03

이창희

  기자

최대 화두는 ‘노년층 임금 줄여 청년층 고용’與·재계 vs 野·노동계, 사활 건 공방 돌입일각선 ‘속도조절론’···제도적 보완 필요할 듯

박근혜 대통령이 노동개혁을 올 하반기 최대 역점과제로 선언하면서 정치권과 노동계가 술렁이고 있다. 새누리당을 중심으로 한 여권은 박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모양새인 반면 야권과 노동계는 가시를 세우며 극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양쪽으로 갈라진 이들이 충돌하는 주요 지점 중 하나가 임금피크제다.

지난달 28일 열린 새누리당 노동시장선진화특별위원회 첫 회의에서 이인제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새누리당 제공지난달 28일 열린 새누리당 노동시장선진화특별위원회 첫 회의에서 이인제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새누리당 제공


◇“정년 늘었으니 인건비 줄여 청년 일자리 늘려야”
여당과 재계에서는 현 상황에서 임금피크제가 꼭 필요하다는 것과 나아가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을 앞세우고 있다. 임금피크제를 통해 절감한 인건비를 청년층 고용에 쏟아부어 실업률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노동시장선진화특별위원장을 맡은 이인제 의원은 임금피크제와 관련해 “지금처럼 연봉급으로 근무년수가 많으면 임금 올라가는 구조로는 충격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기업마다 5년씩 정년을 올리면서 높은 임금을 주게 되면 새로운 청년을 위한 여력이 완전히 고갈된다”고 지적했다. 노동계의 반발이 심할 것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그는 “전체적으로 노동자자들에게 도움이 되는 제도”라며 “대화를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동특위 간사인 이완영 새누리당 의원은 더 나아가 “정년 60세를 의무화함에 따라 임금피크제는 의무사항이 됐다”고 지적했다. 내년부터 의무화되는 ‘정년 60세’에 맞춰 늘어날 기업들의 비용 부담을 임금으로 줄여줘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정년 60세 의무화로 5년간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모두 합쳐 115조902억원의 인건비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신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경우 같은 기간 18만2339개의 청년층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한국경제연구원도 총 107조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추정하는 동시에 55세 임금을 기준으로 매년 10%씩 낮춰가는 방식으로 임금피크제를 실시하면 총 25조91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자체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절감된 이 비용을 청년고용에 투입할 경우 총 31만3000개의 청년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게 한경연의 주장이다.

◇“노동자들만 희생하라는 것···‘절감비용 청년고용 투자’ 어떻게 믿나”
새정치민주연합을 비롯한 야권과 노동계는 이 같은 논리에 절대 수긍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정부와 재계에서 아무런 부담도 하지 않으면서 노동자들의 일방적 희생만 요구하는 동시에 노(勞)-노 갈등만 부추긴다는 항변이다.

최재천 새정치연합 정책위의장은 “새누리당이 주장하는 임금피크제는 아버지와 아들 사이의 의자 뺏기”라며 “임금피크제가 노동개혁이라고 누가 말할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정규직 임금을 줄여 청년층의 임시직 일자리를 늘리고 ‘쉬운 해고’를 위한 의도가 숨어있다는 지적이다.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인 은수미 의원 역시 “연봉 6000만~8000만원 되는 사람을 세금도 아니고 그냥 돈을 깎아버리는 것인데 취업 규칙 불이익 변경을 위해서는 노사합의가 필요하다”며 “부채를 안고 있는 사람들이 내 급여가 갑자기 하루 아침에 1000만~2000만원 깎인다면 당장 생계가 어려워지는 문제”라고 꼬집었다.

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가운데)과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관계자들이 지난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여권의 노동개혁 추진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사진=은수미 의원실 제공은수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가운데)과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관계자들이 지난 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여권의 노동개혁 추진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사진=은수미 의원실 제공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공공부문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는 “정부는 정년과 신규 채용을 전혀 부담하지 않으면서 노동자에게만 부담을 전가하고 있다”며 “검토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노동조합과 합법적 교섭을 통해 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정부에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강제도입 중단을 촉구했다.

일각에서는 임금피크제를 통해 절감된 비용을 청년 고용에 사용하는 것을 강제하는 법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야권의 한 초선의원은 “저쪽 주장대로 수십 조원의 인건비가 절감된다고 쳐도 기업들이 이를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자금으로 사용할지 어떻게 믿을 수 있나”라고 되물었다.

◇“기대만큼 효과 없을 수도···속도 조절하고 제도적 보완해야”
이처럼 여권과 야권, 재계와 노동계가 각각 갈라져 첨예한 공방을 주고 받는 가운데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한 속도 조절과 함께 제도적 보완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주장이 눈길을 끌고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6월 말 ‘임금피크제의 쟁점과 입법·정책적 시사점’이라는 자료를 통해 “임금피크제가 고령자의 고용안정이나 청년고용 창출에 미치는 영향은 경영계의 예측이나 정부의 기대보다 훨씬 적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재계가 내놓은 연구자료는 모든 근로자가 60세까지 일할 것이란 가정에 기초하고 있지만 근로자가 비자발적으로 조기퇴직하는 경향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010년 한국노동연구원이 내놓은 ‘한국 베이비붐 세대의 근로생애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근로자 중 정년 이전에 조기퇴직한 근로자 비중은 67.1%에 달하며 평균 퇴직연령 역시 남성 53세, 여성 51세에 불과하다.

또한 근로자가 받는 간접노동비용이 적지 않기 때문에 임금피크제를 통해 직접노동비용을 줄이더라도 기업의 전체적인 비용 절감이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 조사처의 설명이다. 2013년 고용노동부 ‘기업체 노동비용 조사’ 자료에 따르면 당해 간접노동비용은 직접노동비용의 4분의 1을 초과한다.

조사처는 “임금피크제가 고령자의 계속적 고용가능성을 다소나마 늘릴 수 있는 보완적 수단이 될 수 있다”면서도 “청년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예의주시하면서 추진할 필요가 있고 다소의 속도 조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취업 규칙 변경의 합리적 기준을 제시한다는 정부 정책도 재검토가 필요한데 이는 근로기준법과 충돌해 위헌 논란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다소 시일이 걸리더라도 해당 기준을 법률에 명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창희 기자 allnewone@

뉴스웨이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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