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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기금 독립··· 커지는 지역갈등

[포커스]국민연금기금 독립··· 커지는 지역갈등

등록 2015.07.31 09:34

수정 2015.07.31 09:50

문혜원

  기자

정희수, ‘본부 서울사무소 존치’ 법안 발의野·전북, 즉각 반발···“대선공약 파기”與 “우수 인력 전북 안 내려가 손해”김성주 “與, 본질 흐리는 악의적 의도”

국민연금공단 전주사옥 전경국민연금공단 전주사옥 전경


정부와 여당이 국민연금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기금운용본부를 독립시켜 ‘공사화’하고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국무총리 산하로 이관하겠다고 나서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기금운용본부는 당초 전북 지역으로 이전하기로 예정돼있지만 서울 사무소에 존치한다는 국회 법안이 발의되면서 전북 도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힌 것이다.

국민연금관리공단 산하의 기금운용본부는 국민연금 제도를 운영하기 위해 가입자로부터 징수된 연금보험료의 운용과 투자를 실무에서 총괄하는 부서다. 기금운용본부에는 약 200여 명의 펀드매니저가 근무하고 있으며, 뉴욕과 런던에 해외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 중 아시아 지역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싱가포르에도 사무소를 개설할 예정이다.

◇정희수, ‘본부 서울사무소 존치’ 법안 발의 = 정부는 현재 보건복지부 소속인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를 공사(公社)로 만들어 독립시키고, 국무총리 산하 국민연금기금투자공사를 신설해 전문성과 독립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기금운용본부가 공사화되면 우수한 인력을 확보해 기금의 수익률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이같은 정부의 움직임을 뒷받침하기 위해 지난 27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인 정희수 새누리당 의원은 이같은 내용의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설치 등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이와 관련 정 의원은 “현재 국민연금기금 운용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가 복지부 산하에 설치돼 그 업무의 중요성에 비해 조직의 위상이 낮고 독립성이 취약하다”며 “기금의 관리·운용체계를 개편함으로써 기금의 전문적이고 안정적인 운용을 도모해 국민의 복지증진에 기여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野·전북, 즉각 반발···“대선공약 파기” = 문제의 발단은 ‘국민연금기금투자공사의 주된 사무소를 서울에 둔다’는 조항인데, 기금관리본부가 오는 2016년 전북 전주로 이전하기로 예정돼 있던 것을 뒤엎는 방안으로서 해당 지역 정치권의 격렬한 반발을 일으켰다.

기금운용본부는 현재 서울 강남에 위치해 있지만 지난 22일 이미 전북혁신도시로 이전한 국민연금공단을 따라 내년 6월까지 이전하기로 결정된 바 있다.

이는 지난 2012년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당시 대통령 후보가 ‘기금운용본부 전북이전’을 대선공약으로 채택하면서 탄력을 받게 된 결정이었다.

앞서 이명박 정부 시절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의 전주이전이 무산되면서 실망감이 컸던 전북도민들에게 기금운용본부의 전주이전 결정은 고용창출 효과 등 지역경제발전의 큰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희망을 심어주기도 했다.

그러나 정 의원을 비롯해 16명의 새누리당 몇 무소속 의원들이 공동 서명을 한 기금운용본부의 공사화와 서울 사무소 존치 법안을 들고 나오자 전북도민들의 실망과 허탈함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전주를 지역구로 두고 있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야당 간사 김성주 새정치연합 의원이 야당 내에서는 가장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김 의원은 본지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문제의 핵심은 ‘500조가 넘는 거대 기금을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인데, 기금투자공사 즉 현재의 기금운용본부를 분리해 육성하면 수익률이 올라가고 다 잘될 것처럼 말하는 것은 아주 ‘나쁜 의도’를 갖고 추진하는 일이라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이미 국가가 정책으로 여야 합의해서 결정된 사안을 자꾸 흔드는 것 자체가 나쁜 의도”라며 “국민의 노후보장을 위해 설립되고, 국민의 보험료를 모아서 조성된 남의 돈인 기금을 자기들 이해에 맞게 맘대로 쓰겠다는 자체가 나쁘다”라는 게 김 의원의 입장이다.

구체적으로 김 의원은 “500조가 넘는 돈을 누가 눈독 들이는 것”이라며 “청와대가 어떤 권력도 맘대로 쓰고 싶어하고, 시장의 금융자본들도 자기 맘대로 기금을 가져다가 운용해보고 싶어하고, 국내에 유수한 대기업들의 제1대 내지는 제2대 주주가 국민연금기금인만큼 당연히 자기들에게 유리하게 하려는 기업들의 이해관계도 걸려있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정부가 내걸고 있는 ‘기금운용체계 개편’이라는 ‘명분’에 대해 김성주 의원은 “국민이 낸 보험료로 운용하는 건인 만큼 ‘과연 국민의 대표성이 제대로 반영되고 있는가’는 등의 문제를 하나하나 따져서 나가는 것이 제대로 된 기금운용체계 개편”이라고 못 박았다.

이어 “과거에 국민연금기금은 기재부 산하에 있다가 자꾸 주가방어 목적에 동원돼 엄청난 손실을 갖은 적 있다”면서 “국민 노후 보장에 쓰일 이 돈은 수익성도 중요하지만 안정성도 중요하다. 잘못해서 파산해버리면 국민에게 줄 수가 없지 않는가”라고 지적했다.

◇與 “우수 인력 전북 안 내려가 손해” = 정치권 일각과 금융권에서는 우수한 인력이 서울에 사는 것을 선호하는 특성상 국민의 노후 자산을 다루는 주요 기구가 서울에 남아야 수익률을 높이는 등 유리한 면이 많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정 의원의 법안에 공동 서명했던 문정림 새누리당 의원은 “사실 국민연금운용 인력이나 수익성에 대한 지적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서 부족하다는 지적은 늘 제기돼왔다”며 “지난번 전북도로 이전해야한다고 했을 때에도 이전을 할 때, ‘인력을 유치할만한 준비가 다 됐는가’, ‘지금의 우수한 인력을 그대로 활용할수 있겠는가’는 등의 지적이 계속 지적됐었다”고 밝혔다.

문 의원은 “전북도로 이전한다면 지역균형 발전 등 공공기관의 지역 이전의 의미도 있다”면서도 “운용에 경쟁력을 어떻게 갖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에 더 우수한 인력을 활용하는 방법이 고려돼야 할 것 같다”는 소견을 밝혔다.

여권의 한 관계자 역시 “지방 균형 발전과 국민연금 공단 운용본부의 특수성을 적절히 조화할 수 있는 균형 해법을 찾아야하는 이슈”라며 법안의 필요성에 힘을 실었다.

그는 “기금운용본부가 전주로 이전하면 그에 따른 여러가지 어려움도 많을 것”이라며 “국민의 미래를 담보할 국민연금을 운용하는 인력은 최고의 인력이여야 하는데 전주에서 이를 100% 확보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與 “김성주 “與, 본질 흐리는 악의적 의도” = 반면 김성주 의원은 “현재 국민연금기구에 현재 200명이 넘는 우리나라 최고의 펀드매니저 전문가들이 일하고 있는데 그분들은 전문가가 아닌가”라면서 날선 반문을 던졌다.

김 의원은 “(현재 서울 사무소에서 일하는 직원들은)3년 계약직의 펀드 매니저들이다. 이곳에서 3년 일한 뒤 시장에 나가면 연봉 2~3배에 팀장급으로 모셔가는데 이런 좋은 경력을 쌓기 싫어하겠는가”라며 “새누리당이 지금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는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몰아붙였다.

단 서울 인력이 기금운용본부가 전주로 이전할 때 생길 수 있는 주거나 자녀 학교 문제 등에 대해서는 “최대한 편의를 지원해 해결해주면 된다”고 일축했다.

이미 전북 정치권에서도 반대여론은 확산되고 있다.

지난 29일 김광수 전북도의회 의장 등 도의원들은 “기금운용본부의 전북이전을 막는 것은 다분히 정치적이고 악의적인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며 맹공격을 퍼부었다.

여기에 새누리당 전북도당마저 “발의된 법안은 새누리당의 당론이 결코 아니며, 일부 의원들의 개인적 견해임을 분명히 밝힌다”며 선긋기에 나섰다.

새누리당 전북도당은 “도민을 우롱하는 이번 법안 발의에 다시 한 번 깊은 유감을 표하며, 기금운용본부의 전북이전에 장애가 되는 어떠한 시도에 대해서도 누구보다도 앞장서 결사 저지에 나설 것을 약속한다”면서 법안 폐기를 주장하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같은 여론의 악화와 내년 4월에 있을 총선을 고려하면 연말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 법안은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보고 있다.

게다가 김성주 의원은 “관련 법안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여야 간사의 합의로 법안을 상정하고 심의·의결해야 하는데 야당 간사인 제가 동의하지 않는 한 이 법안은 상정조차 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문혜원 기자 haewoni88@

뉴스웨이 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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