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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계좌이동제 고객확보 전쟁 돌입

[포커스]시중은행 계좌이동제 고객확보 전쟁 돌입

등록 2015.08.04 07:42

박종준

  기자

은행권 새판짜기 서막···현재는 폭풍 전야10월 자동이체 변경가능 전쟁 시발점 될 듯

내년 6월부터 계좌이동제가 본격화될 예정이다(사진은 시중은행 창구모습).내년 6월부터 계좌이동제가 본격화될 예정이다(사진은 시중은행 창구모습).

“다른 은행들도 우리와 비슷할 거다” KB국민은행을 비롯 신한은행, 우리은행, NH농협은행, 하나은행 등이 은행권 ‘새판짜기’의 서막이라할 수 있는 ‘계좌이동제 태풍’에도 정중동 행보를 보여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사실 예상 밖이었다. ‘계좌이동제’라는 우리 금융 역사상 가장 큰 파장을 몰고 올 수도 있는 대형 태풍이 코 앞에 놓여있는 상황에서 준비 상황과 전략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들 은행들은 짜기라도 한 듯 “거기(타 은행)는 어떠냐. 은행들이 다 비슷할 거다”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은행권 ‘새판짜기’ 뇌관 계좌이동제 출현=계좌이동제는 말 그대로 계좌, 즉 은행을 맘대로 옮길 수 있는 제도다. 굳이 은행 창구를 제발로 가지 않고서라도 안방에서 전화 한통 혹은 스마트폰으로 그간 거래하던 은행을 헌신짝처럼 버릴 수 있는 제도다.

자동이체통합관리시스템을 통한 비대면실명확인이 가능해지고, 여러 은행에 흩어져 있는 출금이체(자동납부) 내역 등을 조회하고 해지할 수 있는 서비스가 제공되면서 물리적 장벽이 허물어졌다. 계좌이동제는 현실성이 더 커진 모양새다.

고객이 계좌를 옮기고 싶은 은행에 신청만 하면 계좌를 바꿀 수 있게 돼 시중은행의 경쟁은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 간 계좌이동 대전의 발화점을 찾을 수 있는 대목이다.

계좌이동제는 오는 10월 자동납부 변경이 가능해지고 내년 2월부터는 적금과 월세 등의 자동송금 조회 및 변경이 가능해진다. 이어 내년 6월에는 신문구독료, 학원비 등 대부분 변경할 수 있다.

때문에 신한은행, KB국민은행, 하나은행, NH농협은행, 우리은행 등 대형 은행들의 발걸음은 바빠졌다.

제 아무리 국내 빅5 은행이라고 할지라도 현재의 기득권에 변동성이 커진 상황이 된 만큼 ‘산토끼 몰이’는 고사하고 집토끼 지키기에 심혈을 기울여야 할 판이다.

◇시중은행들 겉으론 웃지만 속은 까맣게=현재 수시입출금식 계좌 시장 점유율을 보면 KB국민은행이 23% 규모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어 신한은행이 13.6%, 우리은행이 12.9%, NH농협 등으로 뒤를 쫓고 있는 상태다.

현재 점유율은 향후 거래이동제가 본격 시행될 경우 중소은행 등으로부터 공격받을 가능성이 더 크다. 따라서 이들은 고객 이탈을 최대한 막아야 한다. 한정된 ‘파이’에 수십년 간 쌓아놓은 ‘공든탑’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중은행들은 느긋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대형 은행들은 기득권을 지키려는 생각이 크다. 때문에 계좌이동제의 이슈화를 부추길 필요가 없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일단 수성이 목표다”면서도 “아무래도 계좌이동제가 시행될 경우 대형은행들보다 중소형 은행들의 기회가 넓어지는 만큼 우리로선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은 일단 ‘先수성 後공격’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측된다. KB국민은행과 처음 거래하는 고객, 또는 기존 거래 고객에게 수수료 면제, 대출금리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방침에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현재 국민은행은 ‘KB국민ONE라이프 컬렉션’을 최근 선보였다. 이 상품은 통장, 카드, 적금, 대출 등 4가지로 구성돼 있다. 간단하지만 혜택은 폭넓은 구조로 설계됐다는 게 특징이다.

사실 국민은행은 시중 은행 중 최대 고객을 보유한 은행임에도 우리은행이나 신한은행보다 다소 늦게 계좌이동제 관련 신상품을 출시했다. 이는 거래이동제에 대한 국민은행의 복잡한 셈법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이때 계좌이동제를 대비해 수수료 인하 등 주거래 고객에 대한 혜택을 늘린 입출식 통장, 신용카드 및 신용대출 상품으로 구성된 ‘우리 주거래 고객 상품 패키지’를 출시하며 은행권 계좌이동제 대전에서 포문을 열었다. 겉으론 느긋한 척 하지만 전쟁에 돌입한 형국이다.

우리은행 고객이 우대를 받기 위해서는 대출과 예금잔액을 일정기간 유지해야 한다.

급여와 연금, 관리비·공과금 등 자동이체, 우리카드 결제계좌 등 세 가지 조건 중 두 가지 이상으로 주거래 통장과 카드 신용대출 및 직장인 대출 이용 시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우리은행 개인영업전략부 고영배 부장은 “우리은행을 주거래로 이용하는 고객에 대해 이용조건은 쉽게, 혜택은 풍성하게 한 상품이다. 입출식 통장, 신용카드, 신용대출 위주로 만든 상품들”이라며 “향후 주거래 고객이 꾸준히 거래를 유지할 수 있는 다양한 혜택과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NH농협은행도 계좌이동제와 관련해 상품 준비에 여념이 없다.

농협관계자는 “다른 은행들에서는 계좌이동제 관련 상품을 출시하고 있는데 우리는 오는 9월 경 관련 상품을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며 “우리는 무엇보다 기존 고객을 위한 우대 금리, 수수료 혜택 등을 강화하는 한편 NH투자증권을 비롯 경제 자회사 등과 연계해 다양한 혜택을 제공해 새로운 고객 유치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계좌이동제의 ‘복병’이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상품은 내놓고 있지 않지만 오는 9월1일 외환은행과의 합병을 기점으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하나은행은 오래 전부터 통합 작업과 함께 계좌이동제 준비를 위해 테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하나은행과 하나금융 계열사와의 계좌이동제 연계 상품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 관계자는“아직까지는 구체적인 계획이나 상품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우리는 할 수 있다’라는 상품 등처럼 계열사들과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향후 외환은행과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면 이전보다 많은 고객 확보가 가능하다는 계산이다.

◇수성 입장에서 이슈화 경계 ‘눈치싸움’만=계좌이동제와 관련 시중은행들은 상대방이 갖고 나올 패를 예의주시하면서 조심스런 전략을 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겉으론 부인하고 싶겠지만 은행권의 ‘뺏고 뺏기는’ 전쟁은 이미 벌어졌다.

계좌이동제는 지난해 금융위원회가 계좌변경으로 인한 소비자 불편과 이에 따른 비용을 줄이고 은행 간 경쟁을 유도해 금융산업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자는 취지에서 도입했다. 올해 7월을 시작으로 오는 10월 2단계부터는 자동납부 변경이 가능해지고 내년 6월 4단계에서는 요금청구기관에 대한 자동변경이 가능해진다.

박종준 기자 junpark@

뉴스웨이 박종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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