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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협회 배만 불리는 코엑스몰···영업부진은 상인 탓?

[르뽀]무역협회 배만 불리는 코엑스몰···영업부진은 상인 탓?

등록 2015.07.09 15:36

정혜인

  기자

이용객 반토막 났는데 최소보장임대료로 일정 임대료 챙겨상인들 한시적 임대료 인하·공동마케팅 요청에도 나몰라라

8일 오후 한산한 코엑스몰의 모습.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8일 오후 한산한 코엑스몰의 모습.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서울 삼성동에 위치한 코엑스몰을 관리하는 한국무역협회의 자회사 ㈜코엑스몰이 상인들을 상대로 ‘갑질’을 하고 있다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코엑스몰은 대표적인 ‘황금상권’으로 불리는 곳이지만 리뉴얼 오픈 이후 방문객이 반토막 나면서 매출이 크게 하락했고 이에 대한 책임을 책임을 중소상인들에게만 떠넘기고 있다며 상인들이 반발하고 있다.

상인연합회에 따르면 코엑스몰이 새단장해 문을 연지 약 7개월이 지난 현재, 코엑스몰의 방문객수는 리뉴얼 이전보다 현저하게 떨어졌다.

코엑스몰은 한국무역협회 소유의 건물로 자회사인 ㈜코엑스몰을 통해 관리하고 있다. 입점 상인을 모집하던 당시 무역협회는 3000억원을 들여 새단장한 코엑스몰에 하루 평균 13만명이 찾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상인연합회가 추산한 바에 따르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가 터지기 직전인 지난 5월 주중 평균 6만8000명, 주말 평균 8만2000명의 이용객이 방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상인연합회 측은 리뉴얼 실패로 인한 복잡한 동선과 수준 낮은 MD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명락 상인연합회 회장은 “흰색 일색의 싸구려 인테리어 때문에 고객들이 만족하지 못하고 있으며 동선이 너무 복잡해 한번에 길을 찾기가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김 회장은 “리뉴얼 이전 코엑스몰은 10~20대 학생들이 타깃으로 해 놀고 먹고 즐길 거리가 많았지만 리뉴얼 후 이와 동떨어진 MD를 구성하면서 기존 고객들도 이탈하고 있다”며 “리뉴얼에 대한 호기심으로 한 번 코엑스몰을 찾는 이용객도 다른 쇼핑몰과의 차별성을 느끼지 못하면서 다시 방문하는 비율이 현저히 낮다”고 주장했다.

8일 오후 한산한 코엑스몰의 모습.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8일 오후 한산한 코엑스몰의 모습.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이같은 이용객 수 감소로 매출이 크게 떨어지면서 상인 대다수가 임대료와 관리비를 내고 나면 적자를 겪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코엑스몰이 매출액에 일정비율을 곱해 산정한 임대료를 입점 상인들로부터 지급받으면서도 별도로 최소보장임대료 제도를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소보장임대료란 입점 상인의 매출이 매장의 평수, 위치, 코엑스몰 예상 이용객 수 등을 고려해 산정한 매출액보다 적을 경우 매출액에 상관없이 일정액을 임대료로 지급하는 방식이다. 매출액이 기준치를 밑돌면 고정된 임대료를 내야 한다는 의미다.

코엑스몰에서 모자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김 회장의 경우 매출액이 기준치를 밑돌면서 매출액보다 100만원 더 많은 고정 임대료를 내고 있다. 임대료만 내도 적자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각종 비용을 내고 나니 매달 2000만원의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고 김 회장은 설명했다. 이 같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인들이 김 회장 외에도 대다수라는 것이 연합회의 주장이다.

코엑스몰 전체가 영업부진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코엑스몰은 상인들로부터 최소보장임대료를 챙기면서 결국 매출 하락에 대한 책임을 모두 상인들이 지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코엑스몰은 관리자의 입장일뿐, 상인들이 내는 임대료는 모두 무역협회로 들어가고 있다. 결국 매출 하락에 대한 고통과 상관 없이 무역협회의 배만 불려주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소상인뿐만 아니라 대기업의 매장들도 어려움을 겪는 것은 마찬가지라 매장 철수를 고려하고 있는 업체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상인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 반년 동안 17개 매장이 문을 닫았고 7개 매장은 공실로 남아 있다. 철수하겠다는 매장도 10여개 이상 남아 있다. 남아 있는 상인들도 빚만 늘어나는 상황에서 매장을 철수하고 싶지만, 매장 철수 시 최소보장임대료 다섯 달치를 내놓고 나가야 하기 때문에 쉽게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상인연합회는 비슷한 시기에 문을 연 인근의 제2롯데월드를 비교 사례로 제시하고 있다. 제2롯데월드는 현재 영업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최근 주차예약제를 해지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보이고 있다. 또 고통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입점 상인들의 수수료를 감면해주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개장 이후 올해 5월까지 200억원 가량의 입점업체 임대료를 감면해줬고 최근 메르스 사태로 인해 수수료 감면을 한달 더 연장했다.

8일 오후 한산한 코엑스몰의 모습.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8일 오후 한산한 코엑스몰의 모습.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하지만 ㈜코엑스몰 측은 매출 하락은 상인 개개인의 역량 부족으로 인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필요한 경우 개별 임차인들에 대한 상담과 경영컨설팅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코엑스몰 측은 입장자료를 내고 임대료 문제에 대해 “일부 임차인들의 주장과는 달리 코엑스몰의 임대조건은 개별 임차인들이 제안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 것”이라며 “매출연동에 따른 수수료 방식과 최소보장 임대료가 결합된 임대료 부과방식은 대형 쇼핑몰들의 일반적인 임대료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코엑스몰 MD에 대해서는 “코엑스몰 리모델링은 노후화된 시설 개선, 복잡한 MD와 동선의 단순화, 지하 공간으로서의 한계 극복, 최신 유통트렌드 반영을 위한 것으로 일부 임차인들의 주장과는 달리 리모델링 이후 코엑스몰을 방문하는 고객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무역협회는 무역업계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고 무역분쟁에 대비하기 위해 무역인들이 설립한 비영리법인으로 8000억원 상당의 정부기금을 받았고 이외에 해마다 150억원 내외의 사업비를 정부로부터 지급받고 있다.

부동산, 토지, 건물 등 5조원 이상의 재산을 소유한 데다가 정부 보조금까지 받는 비영리단체가 중소상인들을 대상으로 상생은커녕 내몰아내고 있다고 상인연합회는 주장하고 있다. 지난 3일 국회 을지로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무역협회와 ㈜코엑스몰의 불공정행위를 고발했다. 상인연합회는 6일 주요 일간지에 코엑스몰의 갑질을 규탄하는 광고를 냈으며 오는 13일부터는 코엑스몰 앞에서 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상인연합회는 무역협회와 ㈜코엑스몰에 수수료율을 한시적으로 할인하고 최소보장임대료 제도를 유보해 숨통을 틔워주고 이용객을 유입할 수 있도록 잘못된 MD를 개선하길 촉구하고 있다.

김 회장은 “한두업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입점업체 대다수가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면 코엑스몰 자체의 문제라고 생각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며 “코엑스몰의 잘못을 상인들에게 뒤집어씌우지 말고 상생할 수 있도록 변화된 모습을 보여달라”고 말했다.


정혜인 기자 hij@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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