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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미네이터 제니시스’, 완벽한 ‘리부트’의 정석

[무비게이션]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완벽한 ‘리부트’의 정석

등록 2015.07.01 00:00

김재범

  기자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완벽한 ‘리부트’의 정석 기사의 사진

분명히 바뀌었다. 전혀 다른 새로운 무언가를 기대했다면 이 얘기는 실패다. 리부트란 개념에서 보자면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는 좀 다른 접근법이 필요하다. 리부트의 정석으로 통하는 ‘다크나이트’ 시리즈가 전설로 통하는 것은 완벽하게 다른 세계를 창조해 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터미네이터’는 틀리다. 질문 하나. 만약 아놀드 슈왈제네거 이외에 다른 ‘터미네이터’를 당신은 상상할 수 있겠나. 당신이 할 수 있는 대답이 이번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의 모든 것이다.

29일 국내에 공개된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는 1984년 등장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원조 터미네이터’에서 진화한 완벽한 ‘터미네이터’식 리부트다. 이 얘기는 조건은 간단하다.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반드시 등장해야 한다. 출발점의 시작은 그것부터다. 그래야만 스토리와 설득력이 존재하게 된다. ‘터미네이터’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완벽한 ‘리부트’의 정석 기사의 사진

2003년 개봉한 ‘터미네이터3’ 이후 12년 만에 살인기계로 컴백한 아놀드 슈왈제네거는 연신 ‘늙었지만 아직 쓸모는 있다’는 말로 관객들을 설득한다. 세월 앞에 장사 없음은 ‘터미네이터’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축 처진 피부와 어딘지 모르게 왜소해진 덩치는 안쓰럽다. 하지만 이 ‘기계’는 세월의 흐름을 능숙함과 원숙미로 커버한다. 미래에서 온 또 다른 자신 ‘터미네이터 모델 101’을 힘겹지만 “기다리고 있었다”는 말과 함께 ‘터미네이터’(종결) 시켜버린다. 놀랍게도 그의 옆에는 사라 코너(에밀리아 클라크)가 있다. 1편의 겁 많고 아무것도 할 줄 모르던 사라 코너와 2편의 반미치광이이자 ‘심판의 날’을 홀로 준비하며 정신병원에서 근육질 몸매로 변신한 모습의 딱 중간이다.

시리즈 5편에 해당하는 이번 얘기는 1편과 2편 그리고 4편의 얘기가 다소 뒤섞인 새로운 스토리다. 스카이넷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는 인간들과 그 인간들의 리더 존 코너(제이슨 클락) 그리고 카일 리스(제이 코트니). 인간들은 결국 스카이넷을 정지시키고 승리를 거둔다. 하지만 스카이넷은 진 게 아니었다. 스스로 자신을 정지시키면서 그 순간 ‘모델 101’을 1984년으로 보냈다. 시리즈의 1편이 시작된 것이다. 미래의 존 코너는 이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사람들에게 ‘예언자’로 불리고 있었다. 물론 예언자는 아니다. 그는 이미 어머니 사라 코너를 통해 모든 것을 전해 들었다. 그리고 자신의 부하 카일 리스가 아버지가 될 것이란 것도.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완벽한 ‘리부트’의 정석 기사의 사진

존의 명령을 통해 시간 여행 장치에 오른 카일 리스는 1984년으로 오게 된다. 하지만 그것에서 존은 액체 금속 터미네이터 T-1000(이병헌)을 만난다. 시리즈의 2편 얘기가 투입된다. 하지만 뭔가 이상하다. T-1000은 카일 리스가 오기로 한 것을 알고 있다는 듯한 말을 한다. T-1000에게 쫓기던 카일은 의문의 차량이 T-1000을 덥치면서 목숨을 구한다. 그 차를 운전하던 사람은 다름 아닌 사라 코너다. 존은 미래에서 “당신이 만날 내 어머니는 전사가 아닌 겁 많은 여인일 뿐이다”고 말했다. 그런데 실제로 만난 사라는 완벽한 전사다. 무엇보다 그의 곁에는 ‘터미네이터 T-800’(아놀드 슈왈제네거)이 있다. 더욱 놀라운 점은 T-800이 사라 코너를 지키기 위해 미래에서 왔다는 것. 사라가 겨우 9살때부터 그의 곁을 지켜왔단다. 사라는 ‘팝스’란 이름까지 그에게 지어줬다. 이 모든 게 시리즈의 2편과는 시간적으로 맞지 않는 스토리다. 여기서부터 ‘터미네이터 제니시스’의 본격적인 얘기는 시작된다.

1편의 1984년, 그리고 2017년의 현재 그리고 2029년의 미래, 3개의 공간이 뒤섞였다. 카일이 2029년 기계와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었지만 스카이넷이 존 코너의 엄마 사라 코너를 죽이기 위해 과거로 터미네이터를 보내고, 사라 코너를 보호하기 위해 시간 여행을 하면서 일종의 ‘시간 균열’이 생긴 것이다. 이번 영화 속의 핵심 대사가 이 모든 상황을 말해 준다. ‘정해진 미래는 아무것도 없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완벽한 ‘리부트’의 정석 기사의 사진

결국 이번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는 1편과 2편을 중심으로 전혀 새로운 가설을 도입한 얘기인 셈이다. ‘만약 1편과 2편의 결과를 스카이넷이 이미 전부다 알고 있었다’면 이란 가설에서 출발하면 얘기의 스토리는 전부 톱니를 맞추게 된다. 최첨단 인공지능으로 진화해 전 인류를 적으로 규정하고 말살하는 스카이넷은 고도의 계산을 통해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한 알고리즘을 계산, 존 코너와 사라 코너 그리고 카일 리스의 관계를 미리 예측한 셈이다. 더욱 충격적인 상황은 인간 군대의 리더 존 코너가 최첨단 파괴 불능의 터미네이터 ‘T-3000'으로 변신하게 된 것이다. 인격화된 스카이넷이 존을 습격해 세포 단계에서부터 기계 세포를 감염시켜 자신의 숙주로 변신시킨 것이다.

‘터미네이터 제네시스’는 전매특허인 ‘터미네이터’ 액션에서도 한층 진화된 모습을 선보인다. 기계 몸체 위에 생체조직을 덧입힌 ‘터미네이터 T-800’의 아놀드 슈왈제네거는 자연스런 노화로 설정하는 대사 몇 마디로 웃음 코드를 담당한다. 양념처럼 등장하는 썰렁한 농담은 쉼표같은 재미다. 하지만 특유의 근육질 맨몸 액션은 1편과 2편 그리고 3편의 그것을 넘어설 정도로 강렬하다. 간혹 노화된 기계와 신체 조직을 말하기 위한 변화를 화면 속에서 전하며 그를 좋아하는 원조 마니아들에게 씁쓸함을 더하지만 마지막 반전의 카드가 있으니 아쉬움은 살짝 접어도 될 듯하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완벽한 ‘리부트’의 정석 기사의 사진

이번 시리즈의 최고 히든카드는 단 10분의 존재감과 두 마디의 대사뿐인 이병헌일 것이다. 원조 시리즈 2편에서 첫 등장, 전 세계 영화계를 경악케 만든 액체 금속 터미네이터 T-1000을 연기한 이병헌은 ‘원조’를 연기한 로버트 패트릭을 지워버릴 듯한 서늘함으로 초반 영화의 강렬함을 선사한다. 사무라이 검을 연상시키는 칼처럼 변형되는 양손을 사용해 벌이는 액션 장면은 압권 중에서도 압권.

이밖에 ‘터미네이터’는 매회 시리즈마다 새로운 ‘터미네이터’를 등장시켜왔다. 이번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인간 저항군의 리더 존 코너가 신형 터미네이터 T-3000으로 나온다. 앞서 설명한바와 같이 인간을 세포단계에서부터 감염시켜 만들어 낸 나노 기술의 집약체인 T-3000은 파괴 자체가 불가능한 불사신으로 그려진다. 그는 ‘난 기계도 인간도 아니다. 그 이상이다’라는 대사로 자신의 불노불사를 언급한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완벽한 ‘리부트’의 정석 기사의 사진

영화 제목 속 ‘제니시스’가 어떤 것을 의미하고, 시간의 균열로 어그러진 세 사람의 관계가 과연 미래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는 영화 마지막 쿠키 영상을 통해 그 힌트를 전한다. 물론 시리즈의 퇴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풍기던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파격 변신이 남아 있으니 끝까지 자리를 뜨지 말기를 바란다.

어떤 식으로든 변주 혹은 확대 재생산을 이뤄낸다 하더라도 ‘터미네이터’는 아놀드 슈왈제네거의 다른 이름 아닌가. 그런 의미에서 ‘터미네이터 제니시스’는 ‘터미네이터’가 도달할 수 있는 완벽한 리부트의 결과물이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완벽한 ‘리부트’의 정석 기사의 사진

물론 시리즈의 종결(터미네이터)은 없다. ‘터미네이터’는 언제나 “I'll be back”이다. 개봉은 7월 2일.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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