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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갑 현대重 사장, 그도 사람이다...‘勞’ 품에 안아

권오갑 현대重 사장, 그도 사람이다...‘勞’ 품에 안아

등록 2015.06.02 09:49

수정 2015.06.02 12:02

윤경현

  기자

권 사장 구조조정 단행 이후 하루도 발뻗고 못잤다구조조정 카드 반성공...내부 직원 독려노조, 권 사장 담화문 환영...임단협과는 별개글로벌 조선 1위 자리 탈환해야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사장.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사장.



권오갑 현대중공업 사장 그는 회사의 수장이기 전에 사람이다. 권 사장은 지난해 9월 현대중공업 사장으로 취임 이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후 그는 매일 밤 발 뻗고 잠을 잔적이 없었으며 매일 밤 악몽을 꾼다고 권 사장의 최측근은 말했다.

가장을 하루아침에 길거리로 배회하게 만든 것이 자신의 탓이라고 사장자리를 박차고 나가고 싶은 마음이 하루에도 몇 번씩. 사무실 자리의 사직서를 몇 번을 만지작거렸다. 그도 힘들었을 터.

하지만 기울어져 가는 회사의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2만 여명이 넘는 직원들을 침몰하려는 배에서 같이 수몰되는 것을 외면할 수 없다. 자신의 살을 도려내는 마음으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지난 1일 권오갑 사장은 “회사의 체질을 바꾸려는 노력이 마무리 단계에 와있다”며 인력 구조조정을 중단키로 했다. 또한 대표 책임경영체제 강화와 미래기획위원회 신설, 경영상황 개선에 따른 100만원을 선박 2000척 인도 축하를 위해 조건 없이 지급키로 했다. 취임 후 10개월만이다.

권 사장은 지난 9월 현대중공업 사장으로 부임하기 전에 현대오일뱅크에서 평온한 하루를 보냈다. 하지만 그가 오일뱅크 신화를 만들기 전 고독의 시간을 보낸 것은 지금과도 같다.

그 또한 1978년 현대중공업에서 회사 생활을 시작했기에 누구보다 현대중공업에 대한 애사심과 동료의식이 남다르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무너져가는 회사를 외면한다는 것 또한 40여년 현대정신을 저버리는 것과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는 지금 무보수를 일하고 있다. 셀러리맨들에게 무보수라는 것은 치명적이다. 자원봉사와 같다. 그렇다고 현대중공업이 권 사장의 회사는 아니다.

그 또한 철저한 셀러리맨이다. 하지만 권 사장은 현대중공업 이직 후 단 한 번의 급여를 받은 적이 없다. ‘의리’ 때문이라고 현대중공업 고위 관계자는 설명했다. 기업의 오너들은 회사가 어려워도 보수를 받는다.

하지만 권 사장은 회사의 당면 과제 해결 이후 떳떳이 월급을 받겠다는 복안이다. 한마디로 권 사장은 회사의 명운에 몸을 맡긴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권 사장은 대외적으로 모진 수모를 당하는 자리에 있다. 한걸음 뒤에서 권오갑을 본다면 그는 현대중공업그룹 근로자의 타깃이다. 권 사장은 근로자의 공공의 적이 됐다. 하지만 그 또한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는 철저히 근로자를 위해 다양한 채널을 고려한 사람이다.

그가 현대오일뱅크 사장으로 재직 당시의 일이다. 권 사장은은 2012년 유럽발 재정위기 등에 따른 저유가 사태와 이란산 원유 수입 중단으로 어려움을 겪을 당시에도 구조조정에 대해 회의적인 제스쳐를 취했다.

직원들과 함께 난국을 극복하겠다고 알렸다. 하지만 이듬해 부장급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한 것. 계속 악화되는 수익성에 어쩔 수 없는 선택한 것이다.

당시 권 사장과 함께 오일뱅크에 재직했던 전 고위관계자의 증언은 이렇다. 권 사장은 끝까지 구조조정을 외면했지만 임원진들의 만류와 회사의 생사가 달려 있어 어쩔 수 없이 진행했다고 말했다.하지만 권 사장은 동거동락한 직원들의 내치지 않았다.

희망퇴직 접수 직원들을 대상으로 ‘직영주유소 위탁운영권(직영위탁)’이라는 인센티브를 제공한 것. 권 사장이 빛을 발한 선택이다.직영주유소를 외부인 대신 전직 직원들이 운영하는 방식으로 상생의 밑거름을 마련한 것이다.

현대오일뱅크 입장에서는 효율적 자산(주유소) 운영, 인건비 절감, 안정적 유류공급 등의 효과를 누릴 수 있으며 퇴직 직원들 또한 꾸준한 일자리를 확보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연초 노조와 임단협 타결을 위해 출근길 나기기도 몇 번 비와 추위 속에서도 근로자들에게 진심을 표하기 위해 밤잠을 설치며 근로자들 만났다. 손을 잡았다. 설득했다. 현대중공업을 살리자고 외쳤다. 하지만 그에게 되돌아오는 것은 지탄과 근로자의 외면뿐이다.

업계에서는 그의 고강도 구조조정 카드에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한다. 역피라미드 구조의 현대중공업 조직에 구조조정은 이미 예견된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치명적인 글로벌 조선불황에 늦었지만 그래도 발빠르게 움직였다는 의견도 상당수다.

권오갑 사장의 구조조정 중단에 노조는 환영의 뜻을 보냈다. 더 이상 불안한 근로자의 마음을 흔들지 않겠다는 복안이다. 그 또한 불안한 마음을 내려놓을 것이다.

권 사장은 노조에 구두로 전달한 뜻을 문서화했다. 제 가족과 같은 마음으로 포옹한 것. 하지만 권 사장에게는 2015 임단협이 남았다. 권 사장은 진심을 담아 노조에 뜻을 보냈지만 노조의 움직임은 장기적으로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아직까지 현대중공업그룹은 비대한 조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조조정의 카드를 접은 권오갑 사장이 향후 어떠한 카드를 꺼낼지 업계의 관심은 현대중공업과 권오갑 사장에게 쏠려 있다. 이유는 현대중공업이 글로벌 1위의 명성을 지닌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중심이기 때문이다.

윤경현 기자 squashkh@

뉴스웨이 윤경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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