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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띄워준 ‘백수오’ , 결국 정부가 망쳤다

정부가 띄워준 ‘백수오’ , 결국 정부가 망쳤다

등록 2015.05.28 17:50

정혜인

  기자

2012년 농수산물유통센터가 내츄럴엔도텍 발굴 홈앤쇼핑에 소개aT는 홈앤쇼핑 지분 15% 보유한 2대 주주이면서 밴더 역할 자임정부 내츄럴엔도텍에 각종 포상···믿고 산 소비자·유통업체만 피해가짜 백수오 논란 야기한 소비자원, 업계에 떠 넘긴 식약처도 문제막막해진 홈쇼핑업계, aT에 구상권 청구 등 법적 대응 검토

지난 26일 서울시내 한 재래시장에서 상인이 백수오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지난 26일 서울시내 한 재래시장에서 상인이 백수오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가짜 백수오’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 가운데 이번 사태의 책임이 정부와 정부 산하의 공공기관들에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에서 나서 백수오의 효능을 알리고 관련 제품을 띄워주며 ‘백수오 신화’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제품을 제조하거나 판매한 업체들이 소비자들에게 뭇매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업체에만 책임을 떠넘긴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2012년 내츄럴엔도텍을 발굴해 홈쇼핑 업계에 처음으로 소개한 것은 중소기업청 산하기관인 중소기업유통센터다.

중소기업유통센터는 우수중소기업 제품의 홍보, 판로개척 등을 지원하는 공공기관이다. 백수오 제품 초창기였던 지난 2012년 내츄럴엔도텍이 판매할 만한 유통채널을 찾지 못하고 있었을 때 홈앤쇼핑에 제품을 소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2년 3월 홈쇼핑 업계에서 가장 먼저 백수오 상품을 선보인 홈앤쇼핑은 백수오가 홈쇼핑 히트상품으로 성장하게 된 첫 발판이라고 할 수 있다. 중소기업유통센터는 현재 홈앤쇼핑 지분을 15% 보유하고 있는 2대 주주이기도 하다.

이후 중소기업유통센터는 백수오 제품이 크게 인기를 끌면서 내츄럴엔도텍이 자립할 수 있게 될 때까지 내츄럴엔도텍으로부터 물량을 받아 홈쇼핑 업체들에 공급하는 중간 밴더 역할을 했다. 중소기업유통센터가 발 벗고 나서 내츄럴엔도텍을 ‘신데렐라’로 만들어준 것이다.

실제로 2012년 10월 내츄럴엔도텍의 ‘백수오 궁’이 론칭 8개월만에 100억원 매출을 달성하자 중소기업유통센터는 “중소기업유통센터가 판로 개척 및 유통 채널 지원에 나선 제품”이라며 “중소기업 지원 정책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히고 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중소기업유통센터가 벤더로서 공급한 물량이 홈쇼핑을 통해 판매된 전체 백수오 물량의 절반 수준인 수백억원에 이르며 이 과정에서 위탁 수수료로 이익을 취한 것으로 보고 있다.

중소기업유통센터뿐만 아니라 다른 정부기관들도 앞다퉈 내츄럴엔도텍의 기술과 공로를 인정했다. 지난 2011년에는 농림수산식품부가 내츄럴엔도텍에 대해 농가 소득 증대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해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지난해 미래창조과학부 등이 주최한 창조경제박람회에서는 동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소비자들에게 내츄럴엔도텍에 대한 ‘신뢰’를 심어준 것도 결국 정부인 셈이다.

지금까지 홈쇼핑을 통해 판매된 백수오 제품은 대량 27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 채널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던 제품이 3년만에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이다. 관련 시장이 커지자 지방자치단체에서 나서서 백수오 생산을 독려하는 등 백수오를 생산하는 농가도 많아졌다.

이런 시장을 확실하지 않은 정보로 흐트러뜨린 것도 정부기관이다. 소비자원은 독성 여부가 확실하게 알려지지 않은 이엽우피소를 ‘가짜 백수오’이자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유해한 식물이라고 발표하면서 시장을 완전히 파탄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도 김승희 처장이 이엽우피소가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소비자들의 혼란을 야기했다.

이렇게 유해성 유무가 확실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소비자원은 국내 대부분의 백수오 제품을 유통해온 홈쇼핑 업계에 ‘전량 환불’이라는 일방적인 압력을 넣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엽우피소의 혼입 여부보다 중요한 것은 유해성 여부”라며 “이엽우피소가 유해한지 확실히 알지도 못하는 상황에서 섞여있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환불하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고 말했다.

게다가 26일 식약처는 시중에 유통 중인 백수오와 백수오를 원료로 제조된 207개 제품 중 157개나 되는 제품이 가열·압력 등 제조단계를 거치면서 DNA가 파괴돼 이엽우피소의 혼입 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발표해 혼란을 가중시켰다. 특히 이렇게 이엽우피소 혼입 여부가 확인이 되지 않은 제품에 대해서는 영업자가 자율회수 하도록 조치하면서 영업자인 내츄럴엔도텍이 사실상 빠져나갈 길을 만들어줬다고 업계에서는 지적한다.

한 홈쇼핑 업체 관계자는 “판매업자로서는 내츄럴엔도텍이 적극적으로 회수하겠다고 나오면 다행이지만 하지 않겠다고 할 경우 이를 강제할 근거가 없기 때문에 부분환불에 대한 근거도 사라진 것”이라며 “식약처의 발표는 내츄럴엔도텍에 ‘자율’이라는 이름의 면죄부를 준 것이고 홈쇼핑업계는 소비자 보상 대책을 세우는 데 오히려 어려움을 겪게 됐다”고 토로했다.

홈쇼핑 업계에서는 이번 환불 조치로 벌어질 막대한 손해에 대한 보상으로 벤더였던 중소기업유통센터에 구상권을 청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제조사인 내츄럴엔도텍이 보상할 만한 여력이 없는 상황인데다 중간 단계에서 제품을 납품한 중소기업유통센터도 법적인 책임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공공기관인 중소기업유통센터가 홈쇼핑 업체들에 보상을 해야 하는 상황까지 이어진다면 결국 국민의 혈세가 빠져나가게 된다. 정부는 스스로 키워낸 시장을 스스로 망쳐놨고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오게 됐다.


정혜인 기자 hij@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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