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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안사위(居安思危)의 각오로 공급과잉 대비해야

[김성배의 터치다운]거안사위(居安思危)의 각오로 공급과잉 대비해야

등록 2015.04.21 07:26

수정 2015.04.21 08:05

김성배

  기자

거안사위(居安思危)의 각오로 공급과잉 대비해야 기사의 사진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라는 말이 있다. ‘봄이 왔으되, 봄 같지 않다’는 의미다. 이는 계절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경기가 어려울 때 등장한다. 회복세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때 어김없이 입에 오르내린다.

건설·부동산 시장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매년 이 ‘한자성어’가 등장했지만 올해는 유독 사라졌다. 예년 봄 날씨에 비해 낮기온이 높아 공사하기 좋은 날씨여서만이 아니다. 부동산 경기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여느 해보다 높아지고 있어서다. 진원지는 ‘주택’이다. 신규 분양 시장은 물론 기존 주택시장도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올해 들어 3월까지 서울에서 거래된 아파트는 2만 8494건으로 실거래가 신고가 시작된 2006년 이래 최다치다. 작년 같은 기간(2만 2856건)보다 25%나 늘었다. 3월 거래량만 보더라도 1만 3117건으로, 역대 최다였던 2006년 3월 거래량(1만 2843가구)을 넘어섰다. 사상 최악의 전세난에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내집 마련에 나서는 실수요자들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분양시장도 후끈 달아올랐다. 모델하우스는 연일 방문 인파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청약 경쟁률도 수직상승 중이다. 게다가 조기완판에 성공하는 신규 분양 단지도 속출하고 있다. 기나긴 침체의 늪에서 허덕이던 주택시장이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접어든 모습이다.

하지만 봄기운을 느끼기가 개운치만은 않다. ‘공급 과잉’ 우려가 가장 대표적이다. 주택시장에 훈풍이 불자 건설사들은 앞다퉈 분양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민간에서 공급할 신규 분양 물량은 2002년 이후 최대치인 34만 7000가구에 달한다. 공공 물량까지 합치면 40만 가구를 훌쩍 뛰어 넘을 전망이다. 당장 이달에만 월별 물량으로는 사상 최대인 5만 6808가구가 쏟아질 전망이다. “앞으로 시장 상황이 어떻게 바뀔 지 모르는데 ‘큰 장’이 섰을 때 물량을 쏟아내자”며 건설사들이 물량 밀어내기에 나서고 있는 결과다.

문제는 주택 수요가 공급물량을 소화할 수 있을지 여부다. 정부(국토교통부)가 예측한 향후 10년간 주택의 적정 수요량은 연간 39만가구다. 그런데 실제 공급된 주택(인허가 기준)은 2013년 44만가구, 2014년 51만 5000가구다. 올해 역시 분양 열기를 감안하면 적정 수요량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묻지마식’ 물량 폭탄이 야기할 결과는 뻔하다. 미분양이 속출하고 집값은 또다시 폭락할 가능성이 적지않다. 미분양은 건설업체에 자금 압박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업계 전반에 경기 위기를 조장할 수 있다. 건설·부동산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의 김경식 1차관이 “내년에는 주택 공급과잉으로 인해 (부동산 시장) 침체가 우려된다”고 공식석상(한국주택협회 정기총회)에서 언급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거안사위(居安思危)’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평안할 때도 항상 최악의 위기에 대비하라’는 뜻이다.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는 아예 접는 게 좋다. 인위적으로 강제할 수단도 없다. 건설업계 스스로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 쏠림 현상이 주택 공급과잉으로 이어져 장기침체로 빠져든 지난 2008년의 ‘악몽’을 잊지 말아야 할 때다.

김성배 기자 ks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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