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4월 18일 목요일

  • 서울 16℃

  • 인천 16℃

  • 백령 17℃

  • 춘천 14℃

  • 강릉 14℃

  • 청주 14℃

  • 수원 15℃

  • 안동 15℃

  • 울릉도 14℃

  • 독도 14℃

  • 대전 16℃

  • 전주 16℃

  • 광주 15℃

  • 목포 14℃

  • 여수 17℃

  • 대구 16℃

  • 울산 18℃

  • 창원 18℃

  • 부산 18℃

  • 제주 19℃

일본서 먼저 본 뮤지컬 ‘데스노트’, 홍광호·김준수 만남 어떨까

일본서 먼저 본 뮤지컬 ‘데스노트’, 홍광호·김준수 만남 어떨까

등록 2015.04.21 08:00

이이슬

  기자

사진 = 씨제스컬쳐ⓒTsugumi Ohba, Takeshi Obata/Shueisha Original Production by Horipro Inc. 사진 = 씨제스컬쳐ⓒTsugumi Ohba, Takeshi Obata/Shueisha Original Production by Horipro Inc.


하루아침에 하늘에서 이름을 적으면 죽게 되는 ‘데스노트(Death Note)’가 생긴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일본에서 3천만 부 이상이 발행되고,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 유렵, 미국 등 35개국에서 번역된 오바타 다케시의 인기 만화 ‘데스노트’가 동명의 뮤지컬로 탄생했다.

세계 초연 뮤지컬 ‘데스노트’는 오는 6월 국내 무대에 오르기 전, 일본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15일 오후 일본 도쿄에 위치한 닛세이 극장을 찾아 무대로 옮긴 뮤지컬 ‘데스노트’를 먼저 만났다.

1천200석의 중극장 규모의 정갈한 분위기의 극장에는 일찌감치 팬들이 자리했다. 대부분이 여성 관객들이었지만 남자끼리 함께 극장을 찾은 관객도 눈에 띄었다.

◆ 세계초연, 흡입력 있는 무게감 '압도적'

어디선가 초침 소리가 울리며 극은 막을 올린다. ‘데스노트에 이름이 적히면 40초 후에 죽는다’는 규칙을 암시한 이 째깍째깍 음악은 관객들의 눈을 무대로 붙잡았다.

데스노트를 인간 세계에 내려보낸 사신(死申) 류크의 계획으로 이 모든 일은 시작되었다. 법관을 꿈꾸는 천재 대학생 라이토는 류크가 인간계에 떨어뜨린 데스노트를 줍게 되고 이를 이융해 키라(Killer)라는 이름으로 신세계의 신(申)이 되려한다. 라이토는 데스노트를 통해 범죄자 처단에 나서지만 세계 최고 명탐정 엘(L)이 그를 막는다.

엘과 라이토의 팽팽한 대립과 감정의 줄다리기는 ‘데스노트’의 백미다. 뮤지컬 ‘엘리자벳’ ‘아르자논에게 꽃다발을’ 등 다수의 뮤지컬 무대에 오른 우라이 켄지가 라이토를, 영화와 드라마 등을 통해 얼굴을 알린 코이케 텟페이가 엘(L) 역으로 분했다.

사진 = 씨제스컬쳐ⓒTsugumi Ohba, Takeshi Obata/Shueisha Original Production by Horipro Inc. 사진 = 씨제스컬쳐ⓒTsugumi Ohba, Takeshi Obata/Shueisha Original Production by Horipro Inc.


텟페이는 원작 속 음산하고 어둡지만 에너지를 지닌 엘의 모습을 고스란히 표현했다. 섬세한 눈빛과 감정을 비롯한 연기는 나무랄 데 없다. 구부정한 허리와 알 수 없는 눈빛, 무언가 숨기는 듯한 제스처까지 원작의 엘을 그대로 옮겨온 듯 디테일한 감정묘사로 에너지를 발산한다.

하지만 공연 시작 40분 후에야 무대에 등장한 엘이 라이토와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하기란 역부족. 라이토와 엘이 테니스를 하는 장면에서야 둘은 본격적으로 대립한다.

둘은 공격과 방어를 번갈아하며 긴장감을 준다. 무대 중앙에 원형 회전무대는 이 장면을 더욱 완성도 있게 연출한다. 넘버 ‘놈이 마음속으로’를 열창하며 엘과 라이토가 대립하는 테니스장면이 가장 볼만하다.

◆ 극초반 지루, 사신 류크 등장에 '눈길'

극 초반, 지루함을 느껴 인간 세계에 데스노트를 떨어뜨린 사신 류크. 공연의 메시지는 마지막에 나온다. 류크는 “마치 신이 된 양 사람을 마구 죽이더니 결국 마지막엔··· 아무것도 안남아. 아무 의미도 없어”라고 말한다.

연출가 쿠라야마 타미야는 원작에서 인상적인 점으로 이 ‘지루함’을 꼽았다. 그는 “연재가 시작될 당시 21세기 초 일본 및 도쿄의 평온하고 공허한 기분을 나타내는 단어로 여겨졌다”고 설명했다.

작품은 인간 내면의 선과 악을 죽음이라는 어두운 주제로 펼친다. 여기에 데스노트와 사신이라는 흥미로운 등장인물 및 소재는 효과적인 장치가 되어준다.

사진 = 씨제스컬쳐ⓒTsugumi Ohba, Takeshi Obata/Shueisha Original Production by Horipro Inc. 사진 = 씨제스컬쳐ⓒTsugumi Ohba, Takeshi Obata/Shueisha Original Production by Horipro Inc.


뮤지컬이지만 등장인물 간의 심리전이 주요한 만큼 연극적인 색채가 강하다. 이를 라이토와 엘은 감정과잉 없이 매끄럽게 끌고 나간다. 그러나 뮤지컬적인 장르의 특성을 살리지 못한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일본 관객의 입맛에야 맞겠지만 화려한 유럽 뮤지컬에 노출되어 있는 국내 시장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일본 문화를 대표하는 만화와 서구의 풍부한 경험의 축적 기술을 가지는 뮤지컬이 만나 화학반응을 보일 것이라는 연출의 기대와는 달리 아직 시너지 효과는 발하지 못하고 있다.

◆ 만화+ 화려한 뮤지컬, 하모니 역부족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스칼렛 핌퍼넬’ 등 다수의 뮤지컬의 음악을 탄생시키며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곡가라 불리는 프랭크 와일트 혼이 음악을 완성했다.

아름다운 선율이 특징이지만 프랭크 와일드 혼은 ‘데스노트’에서 비정하고 냉혹한 인간 세계를 표현하는 음악을 선보인다. 와일드혼의 서정적이고 드라마틱한 멜로디를 소화한 배우가 없다는 점은 아쉽다.

그래서 일까. ‘지킬 앤 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This is the Moment)’ 같은 대표 넘버를 발견하지 못한 점 역시 아쉬운 부분이다. 일부 배우들의 일본 전통가요인 엔카를 연상시키는 창법은 와일드혼의 멜로디를 해석하는 데 방해요소로 작용한다.

프랭크 와일드혼의 음악을 일본 ‘데스노트’ 공연에서 즐기기에는 역부족이다. 일본어 고유의 색을 입은 그의 넘버들은 작곡가의 의도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

연출은 뮤지컬 ‘쓰릴 미’에서 연출로 참여해 국내 관객과도 만난 적 있는 연출가 쿠리야마 타미야가 맡는다. 쿠리야마 타미야는 인물의 내면을 예리하게 비춘다. 연극적인 디테일한 연출 역시 2층 구조 무대 역시 단순하지만 영리하게 활용한다.

무대 뒤편에 스크린을 배치해 등장인물들과 소통하게 연출해 풍부함을 배가시켰다. 원작의 방대한 분량을 무대에 자연스럽게 안착시켰다. 매끄럽게 각색한 점은 눈여겨 볼 만 하다.

사진 = 씨제스컬쳐ⓒTsugumi Ohba, Takeshi Obata/Shueisha Original Production by Horipro Inc.사진 = 씨제스컬쳐ⓒTsugumi Ohba, Takeshi Obata/Shueisha Original Production by Horipro Inc.


일본 공연은 오는 6월 국내 관객들과 처음 만나는 ‘데스노트’에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했다. 특히 모든 배우가 원 캐스팅(한명의 배우가 하나의 배역을 소화하는 것)으로 참여해 완성도를 높인다.

◆ 韓 김준수-홍광호, 엘과 라이토 맞대결

홍광호과 김준수가 엘과 라이토로 분한다. 캐스팅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뮤지컬 관객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홍광호는 국내 무대 복귀에 수많은 러브콜을 마다하고 ‘데스노트’를 선택했다. 홍광호와 김준수가 보여줄 ‘데스노트’가 어떤 모습일지 기대감을 갖기 충분하다.

여기에 뮤지컬 ‘위키드’ 무대에서 호흡을 맞춘 바 있는 정선아와 박혜나가 조우한다. 정선아는 두 번째 데스노트를 발견하는 아마네 미사, 박혜나는 미사의 곁을 지키는 사신 야가미 렘을 연기한다. 또 다수의 작품에서 내공을 쌓은 강홍석이 사신 아가미 루크로 분한다.

제작에는 배우 최민식, 이정재, 설경구, 그룹 JYJ 등이 소속된 씨제스엔터테인먼트가 설립한 공연제작사 씨제스컬쳐가 맡는다. 백창주 프로듀서는 ‘데스노트’를 출범작으로 선택한 이유로 원작의 힘을 들었다. 그는 “원작이 탄탄하고 재미있었다”라며 “남자 배우 투톱으로 무대에서 시너지를 보여줄 수 있는 극을 하고 싶었다”라고 의도를 설명했다.

일본 공연을 관람했다는 백창주 프로듀서는 “일본 공연은 미니멀리즘 하고 세련된 연출을 했다”라면서도 “장점은 살리되 국내 정서에 맞게 발전시키고자 하고, 연출가와 이야기를 많이 나눌 것”이라고 계획을 전했다.

홍광호, 김준수 두 배우의 출연으로 흥행은 어느 정도 보장된 셈이다. 배우들 모두 뛰어난 가창력을 소유하기로 유명한 만큼 프랭크와일드혼의 넘버를 소화하기에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국내 배우들이 다소 연극적인 연출을 얼마나 흡수해 극화 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문제다. 디테일한 내면 연기 역시 어떻게 풀어갈 지 지켜보는 것도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씨제스컬쳐는 국내 정서와 상황에 맞게 의상과 무대 등을 일부 수정한다는 계획이다. 뮤지컬 ‘데스노트’는 6월 20일부터 8월 9일까지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막을 올린다.

도쿄(일본)=이이슬 기자 ssmoly6@

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