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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 영화’의 융단 폭격, 국내 극장가 어떤가요?

[포커스] ‘다양성 영화’의 융단 폭격, 국내 극장가 어떤가요?

등록 2015.03.28 08:00

수정 2015.03.28 08:51

김재범

  기자

 ‘다양성 영화’의 융단 폭격, 국내 극장가 어떤가요? 기사의 사진

‘다양성 영화’란 단어가 최근 몇 년 전부터 흥행의 지표가 되고 있다. 단어 자체에서 오는 어감이 우선 일반 상업영화와는 거리를 둔 개념을 느끼게 한다. 단순하게 흥행만을 위한, 또는 엔터테인먼트에 집중한 상업영화는 작품성과는 거리를 둔 영화들이 대부분이다. 물론 작품성이 떨어진다고 영화적 완성도와 개연성을 뒤로 했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예술영화로도 볼 수 있는 다양성 영화들이 극장가에서 환대를 받은 세월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얼마 되지 않았다. 더욱이 이들 ‘다양성 영화’는 거대 블록버스터를 위협하는 신흥 세력으로까지 떠오르고 있다. 일부 거대자본이 투입된 영화들은 치밀한 계산을 통해 배급(개봉) 시기를 정한다. 하지만 뜻하지 않은 다양성 영화의 저격으로 눈물을 흘리기까지 한다. 그리고 최근 ‘다양성 영화’가 결코 ‘다양한 영화’가 아니란 지적이 나오고 있기도 하다.

◆ 최근 극장가 화두는 단연코 ‘위플래쉬’

‘아카데미의 저주’란 말까지 있었다.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의 영화 시상식 ‘아카데미’에서의 수상은 곧 흥행 참패란 공식이 국내 시장에 성립되면서 나온 말이다. 역대 아카데미 수상작 가운데 국내 흥행에 성공한 영화가 한 손으로 꼽아도 모자랄 정도임을 감안하면 일면 수긍이 가는 현상이다. 이런 공식이 최근 산산이 부서졌다. 사실 어느 누구도 ‘위플래쉬’의 흥행을 예감하지는 못했다. 2013년 아카데미 작품상 ‘아르고’가 14만, 지난 해 매튜 매커너히에게 남우주연상을 안긴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은 겨우 7만을 동원했다.

올해 열리는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위플래쉬’는 남우조연상, 편집상, 음향상을 수상하며 그 완성도를 검증받았다. 개봉을 앞두고 벌어진 이 3관왕 소식은 국내 흥행에는 오히려 악재였다. 하지만 이른바 ‘개싸라기 흥행’(시간이 갈수록 관객 수가 증가한다는 영화계 은어)이 벌어졌다. 27일 오후 누적 관객 수 100만을 넘어섰다. 또 하나의 다양성 영화 흥행 신화가 벌어졌다.

국내 영화계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위플래쉬’의 성공 요인에 대해 “국내에서 주목을 끌고 있는 멘토와 멘티의 치밀한 관계를 그리고 있다”면서 “여기에 한 청년의 성장담과 두 인물이 그려낸 스릴러적인 요소가 단순한 음악영화로 만들지 않았다”고 전했다.

단순하게 ‘위플래쉬’의 성공 요인을 보면 진정성에서 온다. 영화 속 주인공 ‘앤드류’를 연기한 마일즈 텔러는 대역 없이 신들린 드럼 연주를 소화해 냈다. 지금까지 나온 음악 영화에서 배우가 직접 악기를 소화한 영화는 전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다. 몰입감을 높인 효과다.

‘폭군’이자 ‘독재자’로 등장한 스승 ‘플렛처’를 연기한 J.K 시몬스는 미묘한 표정만으로 ‘위플래쉬’의 색깔을 창조해 냈다. 감독은 ‘플렛처’의 얼굴을 잡아낸 극단적인 클로즈업을 자주 사용해 관객들에게 ‘앤드류’가 느끼는 공포감을 전달했다.

사실 음악 영화이면서도 스릴러란 표현이 적확할 정도로 긴장의 끈이 팽팽했던 ‘위플래쉬’는 다양성 영화란 틀 안에서 해석하기엔 그 변주의 폭이 상업영화의 틀을 넘어섰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 진정성? ‘비긴 어게인’ vs ‘님아, 그 강을···’

‘위플래쉬’가 다양성 영화가 담을 수 있는 진정성, 즉 화려한 표장을 배제하고 알맹이 자체로만 관객들에게 평가 받은 수작이란 점에 대해선 이견을 달수는 없을 것이다. 이런 진정성은 지난 해 국내 극장가를 평정한 한미 두 편의 다양성 영화를 통해서도 가늠해 볼 수 있다. 바로 ‘비긴 어게인’과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다.

두 편 모두 일반적인 다양성 영화가 그러했듯 흥행을 예감한 사람은 그 어느 누구도 없었다. 하지만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무려 480만, ‘비긴 어게인’이 342만을 동원했다. 현재 국내 개봉 역대 다양성 영화 흥행 순위 1위와 2위다.

두 영화의 흥행 요인에는 공통적인 분모가 있다. 일반 상업영화가 공략 세대를 겨냥한 이른바 ‘타깃형 영화’인 반면 두 영화는 모두 전 세대의 고른 지지를 받았단 점이다. 특히 노년의 일상을 건조한 시선으로만 바라본 ‘님아’의 경우 10대와 20대의 선호도가 유독 높았단 점은 연출자인 진모영 감독도 놀란 점이었다. ‘비긴 어게인’의 경우 국내에선 생소했던 음악 영화였음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의 호연과 함께 적재적소에 알맞게 등장한 삽입곡이 몰입도를 높이며 젊은 세대에겐 ‘데이트 무비’, 중장년층에겐 ‘소프트 킬링 타임’용으로 선호됐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자극성 스토리는 반대로 관객들에게 피곤함과 무자극으로 다가올 수 있는 역설적인 리스크를 안고 있다”면서 “최근 다양성 영화들이 담고 있는 담담하면서도 건조하고 때론 한 발 떨어져서 지켜볼 수 있는 쉼표 같은 스토리가 현대인들의 가슴을 울리는 얘기로 각광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다양성 영화’의 융단 폭격, 국내 극장가 어떤가요? 기사의 사진

◆ 다양성 영화? 대체 뭐가 다양성인가?

하지만 대부분의 영화계 관계자들이 다양성 영화의 흥행 파워를 반기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우선 다양성 영화의 개념을 알아보자. 흔히 대규모 제작비가 투입된 상업영화와는 반대의 개념이 일반적인 ‘다양성 영화’다. 제작이나 배급이 소규모로 이뤄지고 다양한 소재나 문제를 다룬 영화, 즉 예술영화나 독립영화는 모두 큰 틀에서 ‘다양성 영화’에 속한다.

영화진흥위원회 ‘한국독립영화인정에 관한 심사운영세칙’에 따르면 “독립영화는 ‘상업영화의 제작-배급 방식으로부터 독립돼 제작 완료된 영화”다. 또 영화를 만든 주체인 감독이나 제작사가 아닌 대형 투자-배급사가 주도해 수익정산을 한 경우는 독립영화로 분류되지 않는다. 반면 예술영화는 ‘예술성’에 초점을 맞춘다. 영화진흥위원회 심사기준을 보면 ‘소재, 주제, 표현 방법 등에 있어 기존 영화와는 다른 새로운 특색을 보인 창의적인 작품’ 또는 ‘문화 간 지속적 교류, 문화다양성 확대에 기여한 작품’ 등이 심사기준이다. 때문에 할리우드 영화 ‘비긴 어게인’과 ‘위플래쉬’가 다양성 영화로 분류된다. 제작비가 100억이 넘게 들어도 이 기준에 충족하면 ‘다양성 영화’로 볼 수 있게 된다. 독립영화나 예술영화로 신청하려면 영화 수입사나 제작사는 영진위에 신청을 하면 되고 위원회는 각각의 기준을 근거로 분류 적합 심사를 하게 된다.

상영 기준도 있다. 다양성영화가 되려면 개봉관 기준에서도 200개관 이상 하루 840회 이상 상영하는 작품은 신청을 할 수 없다.

한 영화감독은 익명을 요구하며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작은 영화들을 살리기 위해 마련된 기준이 ‘다양성 영화’라고 알고 있다”면서 “이런 기준으로 봤을 때 수백 억 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할리우드 영화까지 다양성 영화란 타이틀을 달고 스크린을 잡아먹는다면 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나. ‘다양성 영화’의 기준을 악용한 흥행 타이틀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기도 했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비긴 어게인’은 흥행에 탄력을 받으며 한 때 스크린 수가 500를 넘기기도 했다. ‘위플래쉬’도 400개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상업영화로 개봉한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100개에도 미치지 못하는 스크린을 배정 받아 치명타를 입기도 했다.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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