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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처럼 번지는 스타 공약···“약속은 지켜야 제 맛이지”

[포커스] 유행처럼 번지는 스타 공약···“약속은 지켜야 제 맛이지”

등록 2015.02.28 08:54

수정 2015.02.28 09:02

김재범

  기자

사실 어느 순간부터 시작됐는지는 그 어느 누구도 모른다. ‘정치인들의 행태를 따라했다’며 고깝게 보는 시선도 솔직히 많다. 어감 자체도 그렇게 친근하게 다가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남발이 되면서 이젠 자연스럽게 밟아야 하는 ‘전철급 행보’로 모두가 여기고 있다. 스타들의 ‘공약’이다.

‘300만이 넘으면~’ ‘시청률 20%가 넘으면~’ ‘앨범 300만 장이 넘으면~’ 등 저마다 자신이 내놓은 새 작품의 성공을 기원하는 다양한 부탁을 팬들에게 던진다. 장난스럽다는 반응도 크다. 그럼에도 한 편으론 팬들과 가까워지려 노력하는 스타들의 또 다른 수단으로도 본다. 지금까지 공개된 이색 공약, 그리고 공약 때문에 울고 웃은 스타들의 모습을 떠 올려 본다.

뉴스웨이 DB뉴스웨이 DB

◆ “내가 바로 공약계의 본좌”···하정우의 국토대장정

공약계의 살아있는 전설을 찾자면 단연코 하정우의 얼떨결 공약이다. 수상에 따른 공약을 실천했다가 결국 트로피를 거머쥐었고 입으로 내뱉은 공약을 결국에는 지키고 말았다. 문제는 그 공약이 바로 ‘국토대장정’이었기 때문이다.

사건은 이랬다. 2011년 5월 26일 열린 제47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 장이다. 영화부문 남자최우수연기상 시상자로 무대에 오른 사람은 하정우와 하지원이다. 특히 하정우는 그해까지 2년 연속 후보에 올라 수상이 유력했다. 46회 시상식에서 수상을 했기에 하정우는 솔직히 기대를 안했다. 당시 하지원은 후보에 오른 하정우에게 “또 상을 받게 될 경우 대국민 앞에 공약을 세워달라”라고 말했다. 이에 하정우는 “내가 상을 받게 된다면 트로피를 들고 국토대장정 길에 오르겠다”고 호언장담했다. 설마 하는 마음이 컸다. 하지만 내뱉은 말 한마디는 단 수 초 후 바로 현실이 됐다. 하정우는 “감사합니다. ‘황해’ 하정우”라고 시상자로서 자신을 호명하는 이색적인 경험과 함께 날벼락을 맞았다.

사실 지키지 않는다고 해도 누구하나 크게 뭐라 할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연예계에서 입이 무겁고 소신이 뚜렷하기로 유명한 하정우는 시상식 이후 주변 지인들을 끌어 모으기 시작했다. 공효진을 선두로 신인급 배우 16명(이 가운데 데뷔 전 김성균도 포함돼 있었다)을 조직했다. ‘577 프로젝트’란 이름의 국토대장정 원정대를 조직했다. 같은 해 11월 15일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출발해 해남 땅끝 마을까지 577km를 걸었다. 이 과정은 리얼 버라이어티 다큐 무비 ‘577 프로젝트’로 개봉해 흥미로운 시도로서의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꽤 재미를 본 영화로 기억됐다.

뉴스웨이 DB뉴스웨이 DB

◆ 기부 공약 실천···“더욱더 즐겁다”

월드스타 김윤진은 지난 해 연말 개봉 후 최근까지 박스오피스 상위권을 유지하며 역대 흥행 순위 기록을 이어가는 영화 ‘국제시장’으로 함박웃음이다. 영화가 무려 누적 관객 수 1400만을 넘어서 1500만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일부 영화 관계자는 ‘명량’이 세운 역대 최고 흥행 기록인 1761만도 “넘을 수 있지 않겠나”라고 내다보고 있다.

김윤진도 이렇게 흥행할 줄은 몰랐을 것이다. 영화 개봉 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200만이 넘으면 1200만원을 어려운 분들을 위해 기부하겠다”고 선언했다. 사실 주변에선 김윤진의 평소 성격을 감안해 1200만이 넘지 않아도 기부를 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국제시장’이 폭발했다. 1000만을 훌쩍 넘어 1200만을 돌파했고, 현재 1400만도 넘어섰다.

김윤진은 약속대로 지난 23일 서울 중구 무교동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본부를 찾았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의 홍보대사로 나눔 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는 김윤진은 1200만원이 아닌 1500만원을 기부했다. 1400만을 돌파한 ‘국제시장’이 1500만을 넘어서기를 기원한 것이다. 김윤진은 이번 기부를 통해서도 알려졌지만 평소 아동복지사업에 큰 관심을 둔 스타로 유명하다.

가요계에선 로이킴이 단연코 눈에 띈다. 케이블채널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 4’ 우승자인 로이킴은 우승상금 중 음반 제작비를 제외한 3억 원 전액을 기부했다. 2013년 8월 로이킴은 굿네이버스, 한국소아암센터, 유재하장학재단, 동물학대방지연합, 푸르메재단, 한국음악발전소 원로가수 후원사업, 다문화가정 악기 후원사업 등 20여 군데에 자신의 우승상금 3억원을 모두 나눠 기부했다. 특히 같은 해 열린 대규모 팬미팅 수익금 2000만원도 전액 기부했다. 그는 우승 당시 “음반 제작비를 제외한 전액을 기부할 것이다”고 밝혀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아쉽지만 공약 조건에 미치지 못해 끝내 성사되지 못한 기부 공약도 있다. 방송인 겸 영화 제작자인 이경규는 ‘전국노래자랑’이 300만을 넘으면 독립영화나 저예산 영화를 만드는 영화 학도들을 위해 장학금 1억원을 자신의 사비로 기부하겠다는 뜻을 제작발표회에서 밝힌 바 있다. 평소 쓸때는 확실하게 쓰는 스타일로 알려진 이경규의 기부 공약에 팬들의 시선이 쏠렸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공약은 지켜지지 못했다. ‘전국노래자랑’은 전국 누적 관객 수 98만 명에 그쳤다.

배우 박철민은 영화 ‘또 하나의 약속’ 출연 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개런티 전액을 기부하겠다”고 밝혔다. 조건은 영화가 70만을 넘으면이다. 70만을 넘으면 박철민은 총 수익의 10%를 받기로 했다. 이 금액을 전액 기부하겠단 얘기다. 하지만 좋은 취지로 제작된 이 영화의 최종 스코어는 49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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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부 공약? 실천 공약? 우린 이색 공약!!!

배우 고수는 영화 ‘반창꼬’ 기자간담회에서 팬과의 ‘1대1’ 데이트 신청을 내걸었다. 조건은 200만 돌파였다. 그는 뉴스웨이와의 인터뷰에서도 “팬들에게 좋은 추억을 전해 드릴 수 있을 것 같고,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즐거움도 되지 않겠냐”라면서 공약을 선언했다. 결과는? ‘반창꼬’가 200만을 넘어섰고 고수는 이벤트를 통해 뽑힌 한 여대생과 종로의 한 카페에서 만나 보통의 연인들이 즐기는 길거리 데이트를 함께 했다. 데이트 후에는 이 여대생을 지하철역까지 배웅하는 매너를 보였다.

1000만 영화 ‘도둑들’의 신구 두 주역 김수현과 김해숙의 공약도 이색적이었다. 김수현은 ‘도둑들’ 레드카펫 행사에서 “1000만을 넘기면 1000만 번째 관객을 업어주겠다”고 선언했다. 김해숙은 케이블채널 tvN ‘백지연의 피플인사이드’에 출연해 “1000만 번째 관객에게 뽀뽀를 해주겠다”고 공약했다. 결과는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그대로다. 누적 관객 수 1298만을 넘자 김수현과 김해숙은 공약 실천 이벤트를 통해 선발된 관객들 가운데 추첨을 통해 공약 실천에 들어갔다. 김수현은 한 여중생을 등에 업고 극장을 한 바퀴 돌며 웃음을 자아냈고, 김해숙은 한 여성 관객의 볼에 뽀뽀는 물론 진한 포웅을 선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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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개봉하는 ‘헬머니’의 주인공 김수미는 ‘1000만이 넘으면 비키니를 입고 청계천에서 욕을 하겠다’ ‘1000명에게 점심으로 내가 담근 간장게장을 대접 하겠다’ 등 다소 엉뚱한 공약을 선언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배우 문정희는 영화 ‘연가시’를 통해 “300만이 넘으면 살사댄스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해외 살사 콩쿠르에도 참가한 경력의 소유자인 문정희는 ‘연가시’ 부산 무대 인사 도중 300만 돌파 소식에 실제 극장 안에서 살사 댄스를 선보이며 팬들과 자축했다.

영화 ‘화차’의 조성하는 300만 돌파시 ‘셔플댄스’를 선보이겠다고 했다. 점잖고 중후하며 때론 강렬한 카리스마를 선보인 조성하가 ‘셔플댄스’를 추는 모습은 누가 상상해도 우스꽝스럽다. 하지만 그는 가수 박진영에게 ‘셔플댄스’를 사사 받으며 공약 실천을 준비해 나갔다. 박진영과는 또 다른 영화 ‘500만불의 사나이’를 통해 인연을 맺은 사이다. 결과는? ‘화차’가 243만을 동원하는 데 그쳐 아깝게 공약 실천은 무산됐다. 하지만 조성하는 ‘셔플 댄스’를 배우는 과정을 온라인을 통해 공개하며 팬들을 즐겁게 했다.

◆ 공약, 흥행 도움? 작품 자신감?

스타들의 흥행 공약은 여러 가지 이유로 풀어볼 수 있다. 우선 자신이 출연한 작품이나 활동에 대한 자신감이다. 어느 정도의 기대치를 이뤄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대중들에게 ‘공약’이란 확실한 보증 수표를 발행하게 만드는 것이다. 또 다른 하는 이 같은 자신감을 통한 또 다른 흥미 요소 또는 볼거리 제공이다.

공약이란 확실한 보증수표를 발행한 스타들은 이를 실천하고 또 그것을 실천해 나가는 과정을 공개하면서 팬들에게 2차적인 흥미 요소를 제공한다. 최근 유행처럼 번지는 스타 공약 선언 이후 이를 실천하는 과정이 SNS를 통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고, 이 과정이 각 포털사이트를 통해 기사화되는 과정만 봐도 그렇다.

물론 대중들에게 자신 혹은 해당 작품에 대한 관심을 호소하는 경향도 크다. 상업적인 측면이 떨어지는 영화의 경우 자극적인 공약을 내세워 흩어진 대중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려는 목적도 있다. 하지만 일부 영화 평론가들은 스타 공약을 ‘약속이 무시되는 사회 현상을 지적하는 대중 예술인들의 일침’이라고 보기도 한다. 분명 일리가 있는 말처럼 다가온다.

흥미가 됐든 재미가 됐든 목적이 됐든 ‘공약’은 지켜야 맛이다.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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