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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감독 겸업시대 불고 있는 충무로 트렌드 이유는?

[포커스]배우-감독 겸업시대 불고 있는 충무로 트렌드 이유는?

등록 2015.01.31 08:00

김재범

  기자

충무로가 할리우드화로 접어들고 있다. 이미 할리우드에선 보편화된 방식이다. 배우의 감독 겸업을 얘기한다. 이미 거장으로 불리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로버트 레드포드 등은 배우로서 또 감독으로 이미 정점에 도달한 ‘영화명인’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이런 분위기는 사실 국내에선 찾아보기 힘들었다. 영화 현장 자체가 이른바 ‘도제식’(徒弟式) 시스템으로 굳어져 있고, 현장에서의 감독과 배우 관계가 사실상 수식 계열로 정리돼 있었기에 정착될 수 없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일부 배우들이 감독 겸업을 선언하고 있다. 이른바 ‘투잡’ 시대다. 국내 영화 현장의 제작 시스템이 점차 서구화되면서 이뤄지고 있는 모습이다. 감독 1인 시대에서 감독-프로듀서-제작-투자-배급-배우가 완벽하게 다분화 된 모습은 사실 각 분야별 전문화를 노릴 수 있지만 경계선을 허무는 효과도 가져온다. 경계가 분명하기에 역설적으로 창작력에 대한 자극을 노릴 수 있게 됐다. 감독으로서 연출에만 집중할 수 있는 현실이 구축됐단 얘기다.

뉴스웨이 DB뉴스웨이 DB

◆ 완벽한 변신 방은진-하정우 ‘겸업? 본업?’

배우-감독 겸업의 성공 케이스를 꼽자면 단연코 이 두 사람이다. 중견 여배우 방은진과 전천후 만능 배우 하정우다.

방은진은 1994년 임권택 감독의 영화 ‘태백산맥’으로 데뷔 후 30여편의 영화에 주조연을 망라하며 출연한 명품 배우다. 하지만 이젠 방은진에겐 카메라 앞보단 뒤가 더 편하다. 2005년 직접 각본과 연출을 담당한 ‘오로라공주’를 통해 감독 데뷔를 했다. 이 작품으로 제25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신인감독상, 제42회 ‘백상예술대상’ 신인 감독상을 수상하며 탁월한 연출 실력을 검증 받았다.

두 번째 장편 ‘용의자X’로는 제8회 ‘파리한국영화제’ 제1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 초청됐다. 세 번째 장편 ‘집으로 가는 길’로는 누적 관객 수 185만을 끌어 모으며 세밀한 연출력과 흥행력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집으로 가는 길’ 개봉 당시 뉴스웨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배우 출신 감독 장점으로) 배우 마음을 누구보다 잘 이해한다”면서 “명색이 배우 출신 감독인데 배우 마음을 몰라줘서야 되겠느냐”고 말했다. 방 감독은 “배우의 가능치가 보인다. 그래서 테이크도 더 안가고 끝낸다”면서 “이창동 감독님이 ‘배우가 작품으로 성장해야지 감독과 잘 지내는 건 아무 의미가 없다’고 하셨다. 전적으로 동의한다. 딱 그런 감독이 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방 감독은 보수적인 영화계에서 배우 출신이자 여자란 두 가지 약점을 모두 극복하게 훌륭하게 겸업에 성공한 케이스다.

하정우는 다른 감독 겸업 배우들에 비해 사실 조금은 편한 배경으로 타고 ‘감독’ 직함을 달았다. 그의 감독 데뷔작 ‘롤러코스터’는 그의 소속사의 계열 제작사가 나서 만든 영화다. 태풍에 휘말린 도쿄-김포 노선 비행기에서 일어나는 일대 소동을 그린 코미디 영화로, 한정된 공간 안에서 벌어지는 풍자식 코미디가 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당시 하정우는 출연 배우들과 함께 무려 촬영 수개월 전부터 수백번의 리허설을 통해 좁은 비행기 세트 안에서의 세밀한 동선을 구축했고, 계산된 애드리브와 대사톤 및 작품의 색깔을 만들어 갔다고 한다. 정작 촬영 현장에선 각 컷 별 몇 테이크도 찍지 않았다고.

최근 개봉해 호평을 받은 ‘허삼관’ 역시 배우 리딩과 리허설 등을 통해 촬영 전 시행착오를 줄여나갔다. ‘허삼관’의 주연 하지원은 최근 뉴스웨이와의 인터뷰에서 “하정우는 보통 감독과는 분명 다르다”면서 “배우 출신이고 특히 여배우를 다루는 센스가 탁월하다”고 극찬했다. 실제 하정우는 하지원이 드라마 ‘기황후’를 찍을 당시 ‘월간 허삼관’이란 이름의 자체 제작 잡지를 만들어 하지원에게 전달해 줬다. 그 안에는 영화 촬영에 대한 모든 준비 요소가 기간 별로 빼곡하게 들어 있었다고.

한 투자 배급사 관계자는 배우 출신 감독에 대한 평가에 대해 “일반 감독님들의 경우 자신의 작품에 대한 고집이 강하다. 일종의 프라이드가 쎈 분들이다”면서도 “배우 출신의 감독들은 사고의 관점이 상당히 폭넓고 유려하다. 그런 면에서 배우 출신 감독들의 영화가 조금 더 색깔의 폭이 넓은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고 평가했다.

뉴스웨이 DB뉴스웨이 DB

◆ ‘겸업 시대’ 가능 이유는

사실상 일제 강점기의 도제식 영화 현장이 이어진 충무로 스태프 구성은 감독 전권 시대의 산물을 만들어 낼 수밖에 없었다. 길면 십 수 년에 걸친 문하생 생활 후 이른바 ‘입봉’을 통해 감독 데뷔를 하던 과정이 전부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각 대학의 연극영화과 출신 배우 감독들이 충무로에 쏟아지면서 그 같은 현상은 무너지기 시작했다. 또한 여러 ‘아카데미’ 출신 감독과 배우들도 넘쳐나고 있다. 감독과 배우의 길이 다변화됐고, 멀티미디어 매체의 발달로 인해 영상 제작에 대한 ‘스킬’ 접근 거리도 줄어들고 있다.

실제 김인권의 경우 충무로 최고 연기파 조연급으로 각광 받고 있지만 원래는 스태프 지망생이었다. 영화 ‘송어’ 촬영 현장에서 연출부로 생활하다 우연한 기회에 배우의 길로 들어선 케이스다. 그는 대학 졸업 작품으로 여러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기도 했다. 류현경 역시 졸업 작품으로 영화 관계자들의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두 배우 역시 감독에 대한 꿈을 여러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배우 정우성은 프로 감독들도 인정하는 차세대 배우-감독 겸업 스타 중 으뜸이다. 데뷔 초 그룹 지오디의 뮤직비디오를 연출하면서 영상미에 대한 감각을 선보인 그는 최근까지 시나리오 및 여러 영상 작업을 하고 있다. 유지태는 3억원 미만의 초저예산 영화 ‘마이 라띠마’를 연출해 작가적 가능성도 인정받았다. 톱스타가 사회 비판적인 시선의 영화를 만들었단 점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두 배우 모두 멀티미디어의 다변화 시류에 힘을 얻어 감독의 꿈에 다가서고 있다. 데뷔 전 여러 영상 작업을 통해 예행연습을 하고 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연극영화과 출신의 배우나 스태프들이 대학에서 연기-스태프 구분 없이 다양한 공부를 하면서 경계 파괴에 길들여져 나온 것도 있다”면서 “여기에 매체가 발달해 최근에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촬영한 영화제까지 등장하지 않았나. 연출에 대한 스킬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가 넓어졌다”고 전했다.

휴대폰 동영상 편집 기능 하나 만으로도 연출 촬영 편집이 가능한 시대다. 일부 감독은 실제 현장에서 휴대폰을 이용해 앵글이나 화면 구성을 점검하기도 한다. 하지만 배우-감독의 겸업 시대를 연 것은 아무래도 제작 시스템의 체계화가 가장 큰 원인일 것이다.

한 중견 제작사 관계자는 “할리우드화에 대한 부분은 충무로에 분명히 불고 있다”면서 “표준근로계약서만 봐도 그렇다. 기획, 연출, 시나리오, 촬영, 미술, 조명 등 각 분야의 분업화 및 전문화가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는 게 요즘 현실이다”고 말했다.

결국 현장에서 감독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들게 되면서 반대급부로 배우의 감독 겸업이 쏟아지는 이유도 될 것이다. 분명한 것은 한국영화계의 순기능적인 부분을 강화시킬 요인이 될 것이란 점이다.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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