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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가 본 대한항공 사건···램프 리턴은 항로 변경죄 불성립

전문가가 본 대한항공 사건···램프 리턴은 항로 변경죄 불성립

등록 2015.01.22 16:50

수정 2015.01.22 18:20

정백현

  기자

홍석진 佛 보르도 KEDGE 경영대학 교수“항로변경은 이륙후 특정항로 진입해야 적용가능”“대한항공 상황은 램프리턴으로 보는 게 정확한 설명”“램프리턴죄가 있다면 유죄, 항로변경죄 적용은 안된다”

대한항공이 지난 20일 KE086편 램프리턴 당시 영상이 담긴 뉴욕 JFK공항 주기장 내 CCTV 화면을 언론에 공개했다. 사진은 탑승교에서 17m 떨어진 지점에 여객기가 멈춰있는 장면. 사진=대한항공 제공대한항공이 지난 20일 KE086편 램프리턴 당시 영상이 담긴 뉴욕 JFK공항 주기장 내 CCTV 화면을 언론에 공개했다. 사진은 탑승교에서 17m 떨어진 지점에 여객기가 멈춰있는 장면. 사진=대한항공 제공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 당시 행했던 항공기 회항 지시가 항공보안법을 어긴 항로 변경죄에 속하느냐를 두고 법조계와 항공업계 안팎에서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검찰은 항공기가 출입문을 닫고 탑승교에서 떨어진 시점부터 항로가 시작된다는 정의를 내리고 있고 조 전 부사장 측은 활주로를 이륙한 뒤 일정 고도(약 200m)를 오른 뒤부터 항로가 시작된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항로(항공로)에 대한 정의는 관련 법 조항이 애매한 탓에 명확치 않다. 항로를 정의한 법 조항은 항공법 제2조 21항이다. 법률적으로 정의된 항로는 ‘국토교통부 장관이 항공기 항행에 적합하다고 지정한 지구의 표면상에 표시한 공간의 길’이라고 명시돼 있다.

이대로라면 하늘과 땅 어느 곳도 항로로 판단하기가 매우 모호하다. 다만 국어사전에서는 항로를 ‘비행기가 지나가는 하늘 위의 길(공로(空路))’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항공업계 전문가들은 ‘땅콩 회항’ 사건 당시 대한항공 KE086편의 회항은 항로 변경이 아닌 단순 램프리턴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따라서 검찰이 주장하는 항로변경죄는 적용할 수 없다는 의견이다.

홍석진 프랑스 보르도 KEDGE 경영대학 교수는 최근 본지와의 메신저 인터뷰를 통해 “램프리턴이 범죄로 인정된다면 (조 전 부사장의 행동이) 유죄로 성립할 수 있지만 주기장 내부를 오간 것은 이륙 후 특정 항로로 진입을 위해 운항한 과정이 아니기 때문에 항로 변경죄로 보기 어렵다”고 해석했다.

홍 교수는 항공수송산업연구원과 한국교통연구원에서 책임연구원으로 일했고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에서 교수로 재직한 항공 이론 관련 전문가다.

홍 교수는 “램프리턴도 비정상 운항 과정으로 볼 수 있지만 검찰 측이 주장하는 항로 변경 행위로 보기에는 상당한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항공사들은 항공기 문이 닫힌 순간부터 항공기가 탑승료에서 벗어나 토잉카로 공항을 이동하는 과정도 ‘운항중’으로 정의를 내리고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운항 중인 공간을 ‘항로’라고 정의하는 것은 아니고 항로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는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석에 따라서는 주기장도 일단 항로상 공간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항로 변경죄가 성립하려면 이륙을 한 후 특정 항로로 진입한 뒤 그 때 비행기의 기수를 무단으로 돌려야 하는데 조 전 부사장의 사례는 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항로 변경죄가 확실히 성립되려면 공항 관제소의 허락이 없는 상태에서 무단 항로 변경이 됐어야 한다”며 “조 전 부사장이 강압적으로 기장에게 램프리턴을 지시했더라도 기장이 관제소의 허락을 받아 리턴을 행한 것이므로 불법을 저질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홍 교수의 말을 다시 해석하면 사건 당시 조 전 부사장이 위계를 활용해 램프리턴을 한 점은 맞지만 목적지를 무단으로 바꾸거나 관제소의 허락 없이 항로를 변경한 행동은 하지 않았기 때문에 항로 변경죄 성립은 불가능한 셈이 된다.

검찰이 공개한 공소장에서도 조 전 부사장이 비행기를 돌리라는 언급은 하지 않았고 멈추라고만 명령했기 때문에 조 전 부사장이 불법으로 항로를 변경하도록 지시했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공소장에 명시된 조 전 부사장의 언급 내용을 보면 “이 비행기 당장 세워. 나 이 비행기 안 띄울거야. 당장 기장한테 비행기 세우라고 연락해”라고 나와 있다. 비행기를 세우라는 말만 나와 있을 뿐 돌리라는 말은 없다.

홍 교수는 “현재 구속된 조 전 부사장과 여 모 상무가 사회적인 물의를 일으키고 증거를 은폐했으며 박창진 사무장에게 책임을 전가하려했던 것은 분명 잘못된 점”라면서도 “항로 변경죄를 무리하게 적용할 경우 오히려 논란을 더 키울 수 있다”고 해석했다.

한편 조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 관련 2차 공판은 오는 30일 오후 2시 30분부터 서울서부지법에서 개정된다. 이날 공판에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박창진 대한항공 사무장, 대한항공 객실승무원 김 모 씨 등이 증인으로 출석해 사건 당시의 상황을 설명할 예정이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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