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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을 죽이자는 건가

[데스크칼럼]‘대한항공’을 죽이자는 건가

등록 2014.12.18 16:06

수정 2014.12.18 16:26

황의신

  기자

‘대한항공’을 죽이자는 건가 기사의 사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일으킨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 이후 사건 당사자인 조 전 부사장과 아버지 조양호 회장은 물론 대한항공에 대한 여론재판이 이어지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이 눈물을 흘리며 재차 사과의 뜻을 전했고 조 회장은 “자식을 잘못 키운 아버지의 죄”라고 고개를 숙였다. 대한항공 역시 주요 일간지 1면에 사과 광고를 게재했고 조직문화 개선을 다짐했다.

이런 노력들에도 일각에서는 지속적으로 비판적 보도를 연이어 내보내고 있다. 대한항공의 상호를 정부가 회수해야 한다는 의견부터 대한항공이 보유한 항공 운수 사업 면허를 취소해야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 마녀사냥도 이런 마녀사냥이 없다.

공공장소인 비행기 안에서 소란을 피우고 마음대로 비행기를 움직이게 한 개인에 대해서는 매우 엄한 처벌이 내려져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사건을 제때 수습하고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한 대한항공에 대한 비판과 변화에 대한 요구도 상식적이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만 이어야 한다. 일부에서는 마치 이번 사건의 모든 죗값을 대한항공이라는 회사가 치러야 하는 것처럼 덮어씌우고 회사를 흔들고 있다. 대한항공의 상호를 회수해야 한다는 주장만 봐도 이건 상식이 아니다. 어느 나라에 국적을 사명으로 사용한 항공사가 없는 나라가 있는가. 각 나라마다 국영이 아니어도 국적을 사용하는 항공사를 보유하고 있는 이유를 잘 생각해봐야 한다.

땅콩 회항 논란이 불거진 이후 “회사의 잘못도 일부 있지만 더 이상 우리 회사를 벼랑 끝으로 몰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대한항공 직원들의 하소연이 곳곳서 들린다. 회사가 벼랑에 서면 죄 없는 대한항공 직원들까지 피해가 가기 때문이다. 사실 대한항공 직원들도 피해자가 아닌가.

성난 민심의 요구대로 대한항공이 문을 닫거나 항공사업 권한을 뺏긴다고 가정을 해보자. 우리나라 경제에 득 될 것이 단 하나도 없다. 2만여명에 가까운 대한항공 임직원들과 이들 가족의 생계에 치명적 피해가 가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국내외 심각한 물류 대란도 벌어질 것이다. 대한항공은 화물부문에서 세계 1위 항공사다.

더불어 여가 산업의 핵심인 여행업계에도 심각한 타격이 전해지고 국민의 여가 생활에도 불편함이 가중될 것이다. 가장 큰 우려는 양대 민항사 체제 도입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으로 발전한 대한민국 항공산업의 퇴보다.

대한항공이 우리나라 경제사에서 올렸던 성과도 생각해봐야 한다. 대한항공은 국내 1호 민간 항공사로 우리나라가 초고속 경제 성장을 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든 기업이나 다름없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제품을 해외로 수출하는데 큰 공을 세웠고 근로자들과 해외 투자자들을 세계로 실어 나르며 유기적 경제 활동을 도운 기업이다.

대한항공은 고 정석 조중훈 창업주의 창업이념인 수송보국(수송을 통해 나라 발전에 보답하자)을 제대로 이어오고 있는 기업이다. 딴 곳으로 눈 돌리지 않고 오직 항공과 해운, 물류 분야에서 묵묵히 커온 기업이다. 이런 기업을 개인의 잘못 하나 때문에 갈기갈기 찢어 없애야 한다고 선동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대한항공을 두둔하자는 뜻이 아니다. 보수적 조직 문화 등 바꿔야 할 것은 과감히 바꾸도록 요구하더라도 회사의 기본적인 기반만큼은 흔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조 전 부사장의 잘못은 이제 법이 판단할 것이다. 잘못한 것이 있으면 벌을 받을 것이고, 벌을 받은 만큼 성숙해질 것을 기대하면 된다.

대한항공만큼 별 말썽 없이 성장해 온 기업이 얼마나 될까. 비록 오너일가의 잘못으로 지금 만신창이가 되고 있지만 말이다. 이제 언론, 그리고 국민이 할 일은 대한항공이 한 단계 더 성숙한 조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켜보는 일이다. 그리고 기업으로서 국가에 기여할 수 있도록 감시하는 일이다. 마녀사냥은 이제 멈추자.

황의신 산업부장 phi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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