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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최고의 영화 그리고 배우 또 최악은?

[2014 영화계-③] 올해 최고의 영화 그리고 배우 또 최악은?

등록 2014.12.19 07:00

수정 2014.12.19 09:23

김재범

  기자

한 해를 결산하는 시기가 오면 머리가 복잡해진다. 누구를 최고로 올릴지 또 누구를 최악으로 꼽을지에 혼란스러운 마음을 금할 길 없다. 최고의 흥행작이던 최악의 실패작이던 제작진과 배우들은 모두 혼신의 노력을 전부 다 했을 것이다. 결과는 관객의 선택이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관객의 선택을 받은 작품이 최고의 영화라고 단정 지을 수 없더라도 결과론적으로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상업영화’란 범주안에서 관객의 발길을 잡아 당겼다는 점은 ‘성공’일 수밖에 없고, 실패한 영화는 불명예스런 오명을 뒤집어 쓸 수밖에 없다. 올해 영화계 각 분야 최고와 최악을 꼽아봤다.

 올해 최고의 영화 그리고 배우 또 최악은? 기사의 사진

◆ 최고의 영화 ‘명량’···“숫자가 말하고 있다”

올해 대종상영화제와 청룡영화제는 두 편의 영화가 각축을 벌이는 것으로 압축됐다. 지난 해 겨울 개봉해 올해 1월 1000만 관객을 넘어선 ‘변호인’과 국내 개봉 영화사상 최다 관객을 동원한 ‘명량’이다. 두 편을 놓고 ‘최고’를 꼽는 다는 것은 사실 큰 의미는 없다. 하지만 굳이 뽑자면 ‘최다관객의 선택’을 존중해 ‘명량’을 꼽고 싶다.

지난 7월 30일 개봉한 ‘명량’의 행보는 기록 그 자체였다. 역대 최고 오프닝 스코어(68만), 역대 최고 평일 스코어(98만), 역대 최고 일일 스코어(125만), 최단 100만 돌파(2일), 최단 200만 돌파(3일), 최단 300만 돌파(4일), 최단 400만 돌파(5일), 최단 500만 돌파(6일), 최단 600만 돌파(7일), 최단 700만 돌파(8일), 최단 800만 돌파(10일), 최단 900만 돌파(11일), 최단 1000만 돌파(12일), 최단 1100만 돌파(13일), 최단 1200만 돌파(15일), 최단 1300만 돌파(17일), 개봉 18일째 ‘아바타’를 뛰어 넘고 역대 박스오피스 1위를 달성, 개봉 19일째 1400만 돌파, 개봉 21일째 1500만 돌파, 개봉 26일째 1600만 관객을 돌파, 개봉 36일째 1700만 관객을 돌파, 역대 개봉 영화 최다 관객 동원(1761만)을 이어갔다.

(좌) '명량' 주인공 최민식 (우) '명량' 연출 김한민 감독(뉴스웨이 DB)(좌) '명량' 주인공 최민식 (우) '명량' 연출 김한민 감독(뉴스웨이 DB)

연출을 맡은 김한민 감독은 뉴스웨이와의 인터뷰에서 ‘명량’의 흥행을 세대간의 소통에서 찾았다. 김 감독은 “이번 영화를 통해 현 시대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원했던 어떤 부분이 이어졌다는 것, 소통이 됐다는 것에 가장 큰 만족을 느낀다”면서 “저에겐 그 부분이 본질적인 목표였고, 그 목표를 달성했다고 생각한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지난 17일 열린 제35회 청룡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김한민 감독은 이제 또 다른 ‘명량’을 선보일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가 밝힌 ‘이순신 3부작’의 첫 삽이 떠졌을 뿐이다.

 올해 최고의 영화 그리고 배우 또 최악은? 기사의 사진

◆ 최악의 영화 ‘가시’···“공감의 여백이 없다”

‘가시’는 서스펜스 스릴러 장르에 불륜이란 소재를 접목한 모양새가 그럴 듯했다. 찔리면 아프지만 아픈걸 알면서도 만지게 되는 묘한 감정의 흡인력, 그리고 살 속에 박힌 것을 빼려 들면 들수록 더욱 깊게 박히는 ‘가시’의 속성이 장르적 영화 속성인 스릴러의 그것을 쏙 빼닮아 있었다. 꽤 그럴듯한 기획이었다. 기본 콘셉트 자체에선 ‘불륜’이란 코드까지 가져오며 딱 맞아 떨어지는 모양새였다.

훔쳐 먹는 사과가 더 맛있다고, 사랑도 그렇고 그 사랑의 치명적 결과가 어떤 파국을 일으키는지 ‘가시’는 제목의 그것처럼 깊숙이 파고드는 아픔의 모양새를 통해 모두가 피해자로 남는 예측 가능한 전개로 흘러갔어야만 했다. ‘가시’는 그렇게 흘러갔어야 했다.

하지만 정작 결과물은 정 반대의 흐름을 택했다. 영은(조보아)는 가시처럼 찌르기만 한다. ‘가시’란 기본 콘셉트에만 충실했다. 너무도 충실했다. 그런 영은의 찔림에 준기(장혁)는 아프다고 소리만 친다. 정작 공감 불가능했던 부분은 아프다고 하면서도 그 찔림을 즐기는 듯한 눈치다. 더욱 이해할 수 없던 부분은 아내 서연(선우선)이다. ‘가시’처럼 달려들어 자신과 남편 준기의 관계를 파국으로 몰고 가는 영은에게 경쟁심을 느끼고 있었다.

영화 '가시' 주연 조보아 장혁(뉴스웨이 DB)영화 '가시' 주연 조보아 장혁(뉴스웨이 DB)

영화 ‘가시’는 한 마디로 ‘불륜이 가져온 파국’의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날카로움을 유지했어야 한다. 하지만 망치로 때려 박아도 박히지 않을 것 같은 ‘가시’의 모양새가 관객들의 공감보단 헛웃음만 자극했다. 사실 배우들의 연기력이라기 보단 시나리오의 잘못된 흐름과 연출에서 문제를 찾아야한다. ‘화산고’의 판타지, ‘늑대의 유혹’ 속 로맨스, ‘크로싱’의 사실감, ‘맨발의 꿈’이 담은 감동을 스크린에 옮긴 ‘중견’ 김태균 감독의 작품이란 게 믿기 않는 영화였다. 누적 관객 수 13만을 간신히 넘긴 채 극장가에서 쓸쓸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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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의 선택···그는 천우희가 아닌 ‘한공주’였다

배우는 감정을 뽑히는 직업이다. 자신이 생각한 혹은 감독이 생각하는 나아가 시나리오가 담은 캐릭터의 감정을 스스로 혹은 타인에 의해 뽑아내는 기술을 선보이는 직업이다. 이런 기준에서 보자면 최고의 배우보단 작품과 배우의 궁합을 나타내는 ‘선택’의 기준점에서 봐야 할 듯하다.

올해 4월 개봉한 ‘한공주’는 몇 년 전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밀양 집단성폭행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다. 대부분의 영화가 그렇듯 피해자의 아픔과 가해자의 단죄에만 카메라를 들이댄다. 하지만 ‘한공주’의 화법은 달랐다. 피해자가 아픔을 치유해가는 과정을 다큐의 감성으로 접근했다. 철저하게 거리를 둔 채 주인공 ‘한공주’의 발자취만을 따라갔다. 전 세계 영화제에서 ‘한공주’는 극찬을 이끌어 냈고, 트로피를 가져왔다. 영화적 완성도, 감독의 세밀한 연출력, 시나리오의 탄탄함은 당연했다. 하지만 진짜 ‘한공주’의 힘은 배우 천우희의 노력과 능력에서 찾아야 마땅하다.

영화 ‘마더’에서 배우 진구의 여자 친구로 등장해 파격적인 노출 장면을 선보였고, ‘써니’에선 ‘본드걸’이란 이름으로 불렸다. 이후 ‘한공주’에 출연했다. 사실 대중들은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한공주’의 포스터는 눈물을 머금은 천우희의 얼굴이 전부다. 그 눈 속에는 깊이를 알 수 없는 감정의 아픔이 담겨 있었다.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배우 마리옹 꼬티아르는 SNS를 통해 천우희의 연기력을 극찬했다. 할리우드의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도 ‘한공주’에 열광했다.

(좌) '한공주' 인터뷰 당시 천우희 (우) 제35회 청룡영화제 레드카펫 천우희(뉴스웨이 DB)(좌) '한공주' 인터뷰 당시 천우희 (우) 제35회 청룡영화제 레드카펫 천우희(뉴스웨이 DB)

사실 천우희는 ‘한공주’ 그 자체였다. 수많은 영화에 단역으로 출연했다. 비로서 ‘마더’를 통해 주목을 받았다. ‘써니’를 통해 기대감을 받았다. 하지만 기회가 오지 않았다. ‘한공주’ 출연 뒤 뉴스웨이와의 인터뷰에서 “한 때 진심으로 연기를 포기하려고 했다”며 속마음을 전했다. 영화 속 ‘공주’의 아픔이 곧 배우 천우희가 느껴온 고통의 감정과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다양성 영화로 개봉한 ‘한공주’는 22만이 넘는 관객이 관람했다. 천우희는 올해 제34회 영평상과 ‘2014 여성영화인’이 선정한 올해의 연기상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다. 그리고 지난 17일 열린 제35회 청룡영화제에서 영화계의 톱스타 선배들을 제치고 여우주연상의 주인공으로 무대에 올랐다. 그는 “유명하지 않은 제가···”라며 끊임없는 눈물을 쏟아냈다.

기쁨의 눈물이고 선택의 눈물이다. 매년 영화제의 여우주연상은 꽃이라고 부른다. 그렇기 때문에 수상자를 놓고 논란도 끊임없이 일어왔다. 하지만 올해의 청룡의 꽃을 보고 이견을 달 사람은 단언컨대 단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한공주’는 천우희를 통해 천우희는 ‘한공주’를 통해 드디어 완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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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악의 선택···‘우는 남자’ 장동건은 정말 울어야 했다

장동건은 데뷔 초부터 ‘얼굴로만 먹고 산다’는 배우로서의 오명을 달고 다녔다. 조각 같은 외모로 인해 그의 연기력은 분명 반감돼 왔던 게 사실이다. 물론 데뷔 초 그가 출연했던 작품들을 본다면 어쩔 수 없는 신인 연기자의 풋풋함은 담겨 있다. 그 풋풋함을 연기력 결여로 해석한다면 오해의 소지는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동건과 연기력은 결코 부합될 수 없는 상극처럼 여겨졌다.

하지만 800만 영화 ‘친구’의 열연 뒤 장동건은 스스로 연기력 논란을 불식시켰다. 이후 ‘해안선’ ‘태극기 휘날리며’의 연타석 홈런은 장동건을 충무로의 잠재된 블루칩이 아닌 보장된 블루칩으로 만들었다.

아시아 최대 판타지 대작 ‘무극’과 할리우드 영화 ‘워리어스 웨이’의 연타석 실패 뒤에도 장동건은 건재했다. 국내 영화계에서 ‘굿모닝 프레지던트’의 코미디, ‘지구’의 내레이션 등 다양한 방식의 활동을 이어갔고, TV 드라마 ‘신사의 품격’ 그리고 홍콩 영화 ‘위험한 관계’의 상반된 캐릭터 소화력으로 역시 장동건이란 찬사를 이끌어 냈다. 물론 국내 영화 사상 최대 제작비가 투입된 ‘마이웨이’의 실패는 뼈아픈 선택이었다.

뉴스웨이 DB뉴스웨이 DB

하지만 장동건을 당분간 침체의 늪에서 꺼내기 힘든 영화는 아무래도 올해 개봉한 ‘우는 남자’일 것이다. 장동건은 뉴스웨이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땀냄새 나는 남자의 액션 연기에 목말라 있었다”며 ‘우는 남자’를 선택한 이유를 전했다. ‘아저씨’를 통해 한국 액션 영화의 패러다임을 새롭게 구축한 이정범 감독과의 작업이기에 영화계 관계자들은 물론 팬들의 기대치도 높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린 뒤 ‘우는 남자’ 속 장동건의 모습은 기대 이하였다. ‘친구’ 이전으로 돌아간 듯한 뻣뻣한 연기와 표정, 여기에 시종일관 이해할 수 없는 캐릭터의 발걸음은 관객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처음부터 끝까지 무표정으로 일관하며 총싸움에만 집중하는 장동건의 모습은 관객들을 ‘우는 남자’로 만드는 데 일조했다. 눈에 띄는 혹평 하나를 소개한다. “총싸움 하느라 스토리를 흐름을 잊어버린 듯하다.”

충무로에는 제목따라 흥행이 흘러간다는 속설이 있다. ‘우는 남자’를 통해 ‘웃는 남자’를 꿈꿨던 장동건이 언제쯤 눈물을 닦게 될지 팬들은 기다린다. 100억대의 제작비가 투입된 ‘우는 남자’는 누적 관객 수 60여만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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