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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극장 점령한 연기돌···최고의 5人 성적표는?

[2014 방송 결산③] 안방극장 점령한 연기돌···최고의 5人 성적표는?

등록 2014.12.13 09:33

수정 2014.12.21 15:25

이이슬

  기자

좌로부터 이준(엠블랙), 도경수(엑소), 에릭(신화), 박형식 임시완(제국의 아이들) / 사진 = 뉴스웨이 DB 좌로부터 이준(엠블랙), 도경수(엑소), 에릭(신화), 박형식 임시완(제국의 아이들) / 사진 = 뉴스웨이 DB


“우리 드라마는 아이돌이 나오지 않는 작품입니다”

이러한 드라마 홍보 카피는 올 한해 활약한 연기돌(연기하는 아이돌)들의 호연으로 그다지 효과를 거두지 못하게 됐다.

과거 아이돌그룹 멤버가 연기하는 이유는 그룹 인지도를 높이기 위함이거나 소속사 대표가 시켜서, 혹은 드라마 흥행을 위해 차출되는 경우 등 연기를 위한 연기가 아닌 다른 어떤 것에 의한 연기 도전이 많았다.

그렇기에 연기에 도전하는 아이돌 스타에게는 늘 꼬리표처럼 발 연기 악평, 연기력 논란이 따라붙었다.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은 아이돌 가수가 나오면 채널을 돌렸고, 드라마에 아이돌 출신 연기자가 캐스팅 됐다는 기사 아래는 악플이 줄줄이 달렸다. ‘노래를 하지 왜 연기를 하느냐’는 이유다. 그도 그럴 것이 미숙한 연기를 접하면 시청자들은 좋은 연기를 볼 권리를 빼앗겼다는 억울함 마져 든다.

하지만 최근에 이러한 비판과 우려의 시선을 보내는 대중이 조금 달라졌다. 비난에 움츠러들지 않고 활발하게 연기에 도전한 많은 연기돌이 그 배경이다. 한번 발연기 아이돌로 굳혀진 이미지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바꾸기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를 의식해 아이돌가수들은 데뷔 전부터 노래와 춤을 연습하면서 연기 수업을 받는다.

2014년은 아이돌그룹 출신 연기자들이 그 어느 해보다 많이 안방극장을 찾았다. 어리바리한 청년으로 분하고, 때로는 사이코패스 살인자로 변신하며 다양한 변신과 시도를 통해 성장을 거듭했다.

너도나도 극찬하니 ‘연기를 잘하나 보다’ 싶은 무늬만 연기돌이 아닌, 진짜 연기력으로 평가한 다섯 명의 아이돌이 여기에 있다. 올 한해 안방극장에서 호연을 보인 5인의 연기돌을 뽑아봤다.

5위. 성장 거듭하며 주말극 주연 우뚝···‘가족끼리 왜 이래’ 박형식

그룹 제국의아이들 멤버 박형식은 지난해 케이블채널 tvN ‘나인’ SBS ‘상속자들’에 이어 2014년 KBS2 주말드라마 ‘가족끼리 왜 이래’에서 차씨 집안 막내아들 차달봉 역으로 캐스팅 돼 주말을 책임지고 있다.

박형식은 극 중 열정은 앞서나 현실의 벽은 높고 능력은 미비한 청년 백수로 분한다. 처음 주말드라마에 도전하는 박형식은 극 초반 다소 긴장한 듯 어색한 연기가 눈에 띄었다.

하지만 박형식은 이내 자연스러운 연기를 되찾고 쟁쟁한 중년 연기자들 틈에서 제 나름대로의 캐릭터를 구축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무엇보다 박형식의 장점으로 노력을 꼽고 싶다.

박형식은 지난해 ‘상속자들’에서 주인공 친구 명수로 분하며 다소 산만한 연기를 보였던 게 사실. 청춘물을 많이 의식한 듯 오버하는 듯한 인상을 안겼다. 데뷔작 ‘나인’에서 아이돌가수가 아닌 ‘신인 연기자인가’ 착각이 들 정도의 안정적인 연기를 보였던 것과 달리 다소 부족한 모습이었던 것. 또 청춘 한류스타와 아이돌 연기자들이 떼로 등장하는 트렌디 드라마인 ‘상속자들’과 박형식은 다소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 아쉬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박형식 / 사진 = KBS2 '가족끼리 왜 이래' 박형식 / 사진 = KBS2 '가족끼리 왜 이래'



‘가족끼리 왜 이래’에서 박형식은 철없는 캐릭터를 선보이며 누나(김현주 분), 형(김상중 분)들과 좋은 호흡을 보이며 극을 이끌어가고 있다. 세상에 덩그러니 놓인 듯한 청년의 헛헛함과 연속적인 경쟁과 마주하는 청춘의 시름을 잘 표현하고 있는 것. 긴 호흡의 주말극에서 타이틀 롤을 맡아 분하며 박형식은 성장을 보이고 있다. 회를 거듭할 수록 자연스럽게 중견 연기자들과 좋은 호흡을 선보이며 다양한 연령층에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박형식이 ‘아기 병사’ ‘아이돌 그룹 출신’ 이라는 수식어 없이 연기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박형식 이름을 알린 의미 있는 한 해였다고 볼 수 있겠다.

4위. “내가 진짜 갑동이야” ‘갑동이’ 이준

아이돌그룹 엠블랙(MBLAQ) 이준은 올해 초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갑동이’에서 싸이코패스 연쇄살인마 류태오로 분했다. 화성 연쇄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한 일탄 연쇄살인 사건을 다룬 ‘갑동이’는 배우 이준을 발견한 드라마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준이 연기한 류태오는 쉽지 않은 캐릭터. 류태오는 평범한 카페 바리스타와 사이코패스를 오가며 모방범죄를 저지르지만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고 자신의 영웅 갑동이(정인기 분)를 동경한다. 살인을 저지르기에 앞서 그는 순진무구한 얼굴로 피해자들로 하여금 마음의 빗장을 풀게 만들었다. 피해자들이 경계를 늦추자 류태오는 섬뜩한 얼굴로 돌변하며 살인을 서슴치 않았다.

탄탄한 전사를 바탕으로 깊이 있는 연기를 요구하는 류태오라는 캐릭터는 결코 소화하기 쉬운 배역은 아니다. 특히 가수 활동을 병행해야 하는 아이돌 가수에게는 더욱 그렇다.

이준 / 사진 = tvN '갑동이' 이준 / 사진 = tvN '갑동이'



이준은 가수 비의 아역으로 할리우드에서 연기자로 데뷔했지만 그를 대중에게 알린 것은 그룹 활동을 통해서였다. 크고 작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도 했지만 그의 제대로 된 연기를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는 ‘갑동이’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실히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특히 이준은 최근 ‘미스터 백’에서도 연기자로서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 재벌 2세에 자신이 갖고 있는 반항적인 이미지를 입혀 자신만의 캐릭터를 구축하며 배우로서 성장을 보였다.

이준의 가장 큰 장점은 자신만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는 것. 2014년 한 해 동안 이준은 이러한 자신의 색깔을 잘 활용했다. 하지만 이는 자충수가 될 수도 있다. 이준이 자신의 캐릭터에 안주하지 않고 변신과 성장을 거듭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3위. 발연기 논란·연기돌 호칭도 내가 원조···‘연애의 발견’ 에릭

“어디서 타는 냄새 안나요? 내 가슴이 타고 있잖아요”

에릭은 MBC ‘불새’에 출연해 손과 발을 민망하게 하는 주옥같은 대사를 남겼고, 이는 유행어가 됐다. 그는 이 대사를 통해 발연기 라는 단어를 만든 장본인이다.

과거 ‘불새’에서 이글이글 타오르는 듯한 눈빛과 얼음을 머금고 있는 듯 경직된 입 근육, 어색한 액션 등 에릭의 연기는 눈 뜨고 봐줄 수 없을 지경이었다.

호감형 얼굴이 장점인 에릭은 좋은 이미지 덕분에 발연기 논란을 딛고 다수의 드라마에 출연했다. 하지만 그의 연기는 발전할 줄 몰랐다. “오빠”를 외치던 수많은 주황공주(신화 팬클럽 애칭)들도 두 손, 두 발 들었을 정도.

하지만 에릭은 연기의 끈을 놓지 않고 도전을 거듭했다. 2014년 여름 KBS2 ‘연애의 발견’에서 에릭은 정유미와 재회한 연인으로 호흡을 맞췄다. 생활 밀착형 로맨스 드라마에 강한 정유미와 에릭의 만남은 드라마 시작 전부터 기대를 모으기 충분했다.

에릭 / 사진 = KBS2 '연애의 발견'에릭 / 사진 = KBS2 '연애의 발견'



‘연애의 발견’은 새로운 사랑을 시작한 한여름(정유미 분)과 잘못을 반성한 옛 남친 강태하(에릭 분)가 우연히 만나 발생하는 세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현실적이고 솔직하게 그려 시청자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극 중 일과 연애 모든 것에서 솔직하고 자신감 넘치는 건설회사 대표 강태하로 분한 에릭은 전 여친 한여름을 우연히 재회한 후 쿨하지만 뻔뻔하고 사랑 앞에서는 찌질해지기도 하는 심리를 자연스럽게 녹였다.

주로 만화책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캐릭터를 맡아오던 에릭에게 강태하는 도전이었다.

특히 한여름을 통해 진정한 사랑에 대해 깨닫게 된 강태하가 그 사랑으로 인해 경험하게 되는 아픔, 슬픔 등 여러 감정들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30대 중반에 접어든 에릭이 자신의 연애 경험을 통해 얻은 감정을 배역에 투영시켰다. 왕자 이미지에 자신을 가둬놓고 연기적 한계를 넘지 못했던 에릭은, 강태하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깨고 성장을 일궜다.

에릭의 도약은 의미가 깊다. 1세대 아이돌 가수 출신이라는 점과 원조 발연기돌 이라는 점에서 그 가능성과 스펙트럼을 확장시킨 셈. 에릭이 안주하지 말고 과감한 시도를 통해 아이돌 출신 연기자들이 전철을 밟을 수 있도록 터를 확고히 해, 연기를 꿈꾸는 아이돌에게 지표를 제시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2위. 뼛속까지 장그래, ‘미생’ 임시완

임시완은 그룹 제국의 아이들(ZE:A)로 가요계에 데뷔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춤도 노래도 두각을 드러내는 멤버도 아니고, 재치 있는 입담과 끼로 뭉쳐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종횡무진 활약하는 멤버도 아니었다. 김수현, 여진구 등의 스타를 발굴한 MBC ‘해를 품은 달’과 ‘트라이앵글’ KBS2 ‘적도의 남자’에 출연했지만 대중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지는 못한 것도 사실.

그렇게 묵묵히 연예계에서 조용히 활동하던 임시완의 행보는 장그래와 어쩐지 닮았다.

임시완 / 사진 = tvN '미생' 임시완 / 사진 = tvN '미생'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미생’은 7%(닐슨코리아, 유로시청)에 육박하는 자체 최고 시청률을 연일 경신하며 인기 드라마를 넘어 사회적 현상을 형성하고, 더 나아가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으며 열풍을 일으켰다.

임시완은 극에서 바둑기사를 꿈꿨지만 실패한 후 무역 상사 원 인터네셔널에 낙하산 인턴으로 입사한 청년 장그래로 분하고 있다.

170cm를 조금 넘긴 아담한 키, 하얀 피부에 곱게 빗어 내린 머리 스타일이 잘 어울리는 임시완은 자신을 장그래에 완벽하게 투영했다.

임시완은 똑똑하게 연기하는 스타일이다. 무릇 주인공 역할을 맡은 아이돌 출신의 어린 연기자라면 어깨에 힘이 들어가기 마련. 하지만 임시완은 치밀하게 장그래를 분석했다. 본인이 장그래와 상당부분 비슷하다는 점을 간파하고 극 초반부터 힘을 뺐다.

낯선 상황에서 느껴지는 설익은 감정을 연기로 추스르지 않고, 그대로 얼굴에 담았고 이는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엄청난 감정 연기나 드라마틱한 표현은 없었지만 임시완은 욕심내지 않고 영리하게 자신다운 연기를 펼치며 ‘미생’에서 장그래로 살고 있다.

가난한 환경 속에서 자신을 묵묵히 믿어주는 어머니와의 교감이나 기지를 발휘할 때의 내적 갈등이 다소 보이지 않는 부분은 아쉽지만, 임시완은 평범하고 착실한 청년의 모습을 욕심내지 않고 소박하게 표현하면서 쟁쟁한 연기파 배우들 사이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발하고 있다.

1위. 엑소라도 괜찮아. ‘괜찮아, 사랑이야’ 도경수(D.O)

2014년 12월, 각종 설문 조사에서 올해 최고의 가수로 꼽히며 최고의 한해를 보내고 있는 인기 최정상 아이돌 그룹 엑소(EXO). 상품에 엑소를 붙이면 불티나게 팔리고, 엑소가 길거리에 나타나면 아수라장이 되고 만다. 그만큼 10대에게 미치는 영향력과 파급력은 엄청나다.

‘빠담 빠담’ ‘그 겨울, 바람이 분다’ 등 다수의 히트작을 집필한 노희경 작가가 SBS에서 새 작품을 쓴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방송계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주요 라인업이 어떻게 꾸려질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노 작가의 드라마는 연기력 논란 없는 믿고 보는 드라마로 유명했기에 아이돌 출신 배우가 등장할 것이라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엑소 디오(도경수)가 출연한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회의적인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엑소의 인기에 편승하려는 것이냐’ ‘시청률을 의식한 캐스팅이다’ ‘소속사가 외압을 넣었느냐’ 등 대중의 비난도 쏟아졌다.

도경수 / 사진 = SBS '괜찮아 사랑이야'도경수 / 사진 = SBS '괜찮아 사랑이야'



이러한 비난을 일축시킨 것은 도경수의 연기력이었다. 의외였다. 최정상의 아이돌 가수 멤버가, 그것도 연기 경험이 전무한 가수 출신 연기자가 어떻게 연기하는 법을 알까 싶었다.

도경수는 극 중 재열(조인성 분)의 팬으로 알려진 한강우로 분했다. 불운한 과거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밝은 웃음을 보이려는 인물. 대사가 없고 한강우의 감정을 통해 극을 이끌어 가야하기 때문에 잘 소화할 수 있을지 우려했다.

그러나 방송이 시작되고 회가 거듭될수록 도경수의 연기력은 빛났다. 특히 환시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장재열도 그 사실을 인지하기 시작하며 곧 사라질지 모르는 불안함을 그는 완벽하게 연기해냈다.

루게릭병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모습과 장재열과 이별하며 눈물지으며 희미한 미소를 띄우는 모습은 도경수를 다시 보게 만들었던 최고의 장면으로 꼽고 싶다. 이를 통해 도경수는 입이 아닌 감정으로 연기할 줄 아는 연기자라는 사실을 입증하며 배우라는 수식어를 달았다.

과거에는 아이돌의 연기 도전 자체가 문제가 됐다. 아이돌이 연기 영역까지 침범해 들어오면 신인 연기자들의 자리는 점점 사라져버리기 때문. 그렇기에 그들이 좋은 연기를 보여주지 않으면 비난의 화살이 집중됐다.

아이돌 출신 연기자들은 ‘연기는 연기자 출신의 것’이라는 편견에 맞서 제대로 된 연기로 승부하고 있다. 연기력을 따지지 않고 상업적인 목표를 위해 캐스팅하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연기력 검증을 마친 인기 아이돌을 내세워 흥행과 작품성, 두 마리 모두를 잡겠다는 추세다.

이러한 시장 속에서 아이돌 출신 연기자들은 2014년 한 해도 고군분투 하며 배우로 자리잡았다. 다소 아쉬운 부분은 여자 아이돌 출신 연기자들이 남자 아이돌 연기자들에 비해 활약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망가질 줄 아는 아이돌은 많지 않지만, 망가질 줄 아는 아이돌은 경쟁력을 가진다. 공교롭게도 위 5명은 모두 이러한 경쟁력을 지녔다.

이들의 공통점은 아이돌 가수 출신인 자신을 깨고 성장을 일궜다는 점이다. 내년 한해도 이들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이이슬 기자 ssmoly6@

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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