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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파 영화 극장가 약진···흥행 두 얼굴

[2014 영화계-②] 사회파 영화 극장가 약진···흥행 두 얼굴

등록 2014.12.12 09:00

수정 2014.12.12 09:41

김재범

  기자

올해는 유독 사회 문제를 다룬 영화들이 대거 극장을 장식했다. 흥행적인 면에서도 큰 성공을 거둔 작품도 있었고, 사회적인 이슈와 반향 그리고 각계의 담론을 이끌어 낸 문제작도 등장했다. 이런 사회파 영화들이 대거 극장가에 개봉한 점은 몇 가지 특징으로 정리가 된다. 상업영화계가 그동안 외면할 수밖에 없던 이들 소재에 주목하게 된 이유 그리고 이들 영화에 관객들이 호응을 하고 박수를 보냈다는 점이다. 각박한 사회가 이어 질수록 영화적 환상 속에서 현실의 해답을 찾기 위한 노력이 이어진 셈이다. 반가우면서도 의미하는 바가 큰 올 한 해 영화계의 현실이다.

 사회파 영화 극장가 약진···흥행 두 얼굴 기사의 사진

◆ 사회파 영화 그들은 누구인가

올 한 해 극장가를 장식한 사회파 영화는 ‘변호인’부터 ‘또 하나의 약속’ ‘제보자’ ‘카트’ 그리고 ‘다이빙 벨’ 등 총 5편이다. ‘다이빙 벨’이 다큐멘터리 형식을 빌린 것을 제외하면 4편 모두 극영화란 특징이 갖는다.

우선 이들 영화를 보면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자의적 혹은 타의적으로 금기시해오던 소재를 직접적으로 그렸다. 재임 당시 사상 초유의 탄핵 사건 그리고 퇴임 후 비극적인 죽음으로 대한민국 국민 가슴에 슬픔을 안긴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인권 변호사 시절 모습을 담은 ‘변호인’은 개봉 당시 보수층의 여러 지탄을 받아왔다. 재임 당시 워낙 파격적인 행보를 보여 온 고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향수를 자극한다는 점에서 보수층의 시각은 완벽한 왜곡 그 자체였다. 보수 언론은 연일 ‘변호인’에 대해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냈다. 한 언론은 주인공 송강호를 향해 ‘급전이 필요한가’란 자극적인 글을 공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영화는 진정성에서 우월했다. 관객들은 ‘변호인’에 열광했고, 영화 속 송강호가 외친 ‘국가론’은 삽시간에 온라인을 평정했다. 누적 관객 수 1000만을 넘어서며 올해를 연 영화로 ‘변호인’은 힘을 받았다.

‘또 하나의 약속’과 ‘카트’는 같은 굴레 안에서 해석이 가능한 영화였다. 두 영화 모두 실화를 소재로 하고 있으며 불평등한 노동 계약과 피해에 대한 외침을 담고 있었다. 두 영화 모두 거대 기업을 상대로 가장 밑바닥에 있는 말단 노동자의 삶이 얼마나 비참하고 처참하며 또 이런 상황이 이미 끝난 것이 아닌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란 사실을 관객들에게 주지시킨다. ‘카트’에서 마지막 한선희(염정아)는 “그냥 우리 얘기를 좀 들어 달란 것입니다”라며 외친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들 영화의 실제 주인공들은 아직도 자신들의 얘기를 들어 주지 않는 회사를 향해 소리를 치고 있다.

‘제보자’는 10년 전 대한민국을 넘어 전 세계를 뒤집어 놓은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건을 그렸단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미 10년이나 지난 시간과 아직도 그 사건의 주인공이 같은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단 점. 무엇보다 영화 자체가 당시 사건에 대한 재해석과 여지를 남겨 둘 수 있단 점에서 우려를 낳기는 했다. 영화 마지막 이장환 박사의 고뇌가 실제 사건의 주인공이 겪은 감정으로 관객들이 오해를 할 수 있는 여지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제보자’는 완벽한 상업영화란 점에서 그런 오해와의 담을 쌓았다. 그리고 소재주의 측면에서도 다른 사회파 영화와는 사실 본질의 차이는 있었다. 그럼에도 ‘제보자’가 주목을 받은 것은 언론지상주의와 권력형 비리 의혹 그리고 진실과 거짓에 대한 가장 원론적인 질문을 영화 자체에 녹이며 여러 ‘사회파 영화’가 말하는 담론을 하나로 녹여냈단 점에서 의미가 충분한 작품이었다.

올해 사회파 영화의 정점은 바로 ‘다이빙 벨’이었다. MBC 해직기자 출신의 이상호 기자가 세월호 침몰 사건을 현장에서 취재하면서 주류 언론이 다뤘던 내용과는 정 반대의 시각으로 ‘진실’과 ‘거짓’에 대한 가장 적나라한 질문을 던지는 다큐멘터리다. 90여분 남짓의 러닝타임은 이 기자가 현장에서 보고 느끼고 직접 취재한 내용을 엮어낸 것으로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세월호 참사의 진실과는 완벽하게 상충되는 전개를 따른다. 때문에 사회파 영화 가운데 가장 보수 언론의 공격을 많이 받기도 했다. 일부 진보성향의 언론들조차 ‘다이빙 벨’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했다. 당연히 멀티플렉스의 상영을 힘들었고, 부산국제영화제에선 ‘상영’을 두고 온갖 잡음이 퍼져 나왔다. 극장 상영은 힘들어 보였지만 지난 10월 23일 일부 극장에서 상영을 시작했고, SNS를 통해 상영 관림기가 연이어 퍼져나갔다.

 사회파 영화 극장가 약진···흥행 두 얼굴 기사의 사진

◆ 극장은 정권 눈치 보기? 관객은 열광하기!

이 같은 사회파 영화의 주목도는 뜨거울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가 ‘뜨거운 감자’로 부르던 사건을 대놓고 드러내는 장면과 얘기를 수도 없이 상영 시간 동안 반복기에 관객들의 발길을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일종의 대리만족감을 이들 영화에서 찾고 있는 것이다.

최근 개봉을 준비하고 있는 영화의 한 제작사 임원은 뉴스웨이와의 전화통화에서 “대중들의 불만과 화가 클수록 이른바 ‘반골 기질’의 스토리는 쏟아질 수밖에 없다”면서 “현실의 불만이 가상의 공간인 스크린을 통해 해소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이 대중심리며 영화를 보는 이유 아니겠나”라고 전했다. 영화 ‘변호인’의 1000만 돌파를 두고 현 정권에 대한 불만과 반감이 역으로 작용한 결과란 여러 분석도 결코 헛된 해석은 아니었던 셈이다.

극심한 취업난에 비정규직이 쏟아지는 현실은 부정적인 과정과 결과를 쏟아낼 수밖에 없다. 그동안 상업적 코드와는 결부시킬 수 없는 분명한 소재였다고 믿은 ‘비정규직’ 문제가 상업영화 시장에서 공개적으로 나서게 된 것도 시대상의 반영이라고 밖에는 풀어낼 길이 없어 보인다. ‘카트’ 제작진은 여러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시대의 노동 문제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영화 한 편이 이제는 나와도 된다고 생각했다”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정치 경제 사회에 걸친 여러 소재의 사회파 영화들이 주목과 함께 흥행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결과물을 낳은 한 해다. 이런 기류는 사실 올 한 해의 특징은 아니다. 물론 매년 그래왔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특히 올해 그 트렌드가 더욱 명확해졌다.

한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최근 몇 년 사이에 관객들의 취사선택 트렌드가 바뀐 것은 분명히 있는 것 같다”면서 “특히 팩트(사실)가 베이스에 깔린 영화의 경우 창작이 아닌 자신과 결부시켜 받아들이는 경향이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SNS를 통한 입소문과 높아진 관람 의식 수준, 여기에 시대상이 반영된 이른바 사회파 영화의 대두는 아이러니하게도 그 해의 불안한 사회를 조명하고 있단 점에서 두 얼굴의 주목이라고 볼 수 있겠다.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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