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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저질러 놓고 책임 안지는 정부

[단통법 시행 한달]일 저질러 놓고 책임 안지는 정부

등록 2014.10.31 07:43

김아연

  기자

‘만병통치약’될 줄 알았는데 ‘애물단지’ 전락규제 만능주의가 낳은 대표적 실패사례 될수도

최문기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과 이경재 전 방송통신위원장 시절부터 정부의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에 대한 기대는 남달랐다.

불법 보조금 대란에 대한 문제가 불거져 나올 때마다 단통법이 시행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처럼 자신했을 정도였다.

정부가 단통법을 시행하면서 홍보용으로 공개한 웹툰.정부가 단통법을 시행하면서 홍보용으로 공개한 웹툰.


그러나 기대와 달리 단통법은 시작단계부터 보조금, 분리공시, 사전승낙제 등의 세부안을 두고 삐거덕거리기를 반복했다.

앞서 방통위는 단통법 6개 고시 재·개정안을 확정하면서 보조금 상한선을 기존의 27만원에서 3만원 오른 30만원으로 결정하고 대리점·판매점이 보조금 상한액의 15% 내에서 추가 지원금을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분리요금제에 따라 약정이 만료됐음에도 기존에 쓰던 단말을 계속 사용할 경우 소비자들에게는 보조금 대신 요금할인 혜택을 줘야하며 번호이동 과열이 나타나면 긴급중지명령 제도에 따라 영업정지와 같은 제재 이전에도 영업제한조치를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아울러 이통사가 가입유형이나 요금제, 거주지, 나이, 신체적 조건 등에 따라 보조금을 차별적으로 지급하면 관련 매출액의 1∼2% 또는 10억원 이내의 과징금과 3억원의 벌금도 내도록 제재 수위를 강화했다.

고가의 요금제와 단말기를 구입하는 소비자 외에도 저가의 요금제와 장기고객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가는데다 처벌도 강화돼 이전처럼 100만원 가까운 단말기를 공짜폰으로 구매하는 대란이 나타나기는 어려워진 셈이다.

이 때문에 단통법이 시행되자 기존에 최신형 고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은 비싼 단말기 출고가와 요금제를 선택함에도 받을 수 있는 보조금이 터무니없이 낮다는 불평이 쏟아냈다.

시중 고객들이 보통 원하는 휴대전화는 최신 스마트폰이 대세를 이루고 LTE 사용량의 증가로 요금제도 고가의 요금제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전체적인 보조금 규모가 줄어들면서 결국 휴대전화의 구매 부담만 늘어났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단통법 시행 첫 주, 이통3사가 삼성전자의 출고가 95만7000원인 갤럭시노트4에 지급한 보조금은 LTE 요금제 기준 최저 3만1000원부터 최대 11만1000원에 불과했다.

당초 단통법은 단말기 유통과 보조금 구조를 투명하게 해 경쟁과열을 막음으로써 단말기 출고가 인하를 유도, 궁극적으로 소비자에게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하지만 취지와 달리 법안이 흘러가면서 화살은 결국 정부에게로 향하고 있다. 정부의 역할은 기본적으로 기업의 경쟁을 유도해 더 좋은 제품을, 더 낮은 가격으로 소비자들에게 제공하도록 유도하는 것인데 단통법은 소비자보다 기업 측 입장을 들어준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또 시장 상황에 따른 경제 논리가 아니라 정부가 개입해서 다스려야한다는 관료의 논리를 강하게 반영하면서 정부가 입법이 까다로운 정부입법 대신 국회의원 몇명의 이름을 빌려 법안을 발의한 ‘청부입법’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 입법을 하려면 법안 제출까지 8~9개 절차를 거쳐야 해 보통 6~8개월이 걸리지만 의원 입법은 의원 10명 이상만 찬성하면 즉시 법안을 낼 수 있다.

이 때문에 지난해 단통법의 첫 법안심사소위원회의에서는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이 법을 몰라 정부 실무자들에게 법에 관련된 내용에 대한 질의를 쏟아내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 후 법안은 1년 동안 고작 두 차례 심사 뒤 132개의 다른 법안에 묶여 5월2일 본회의를 통과했다.

결국 규제가 답이라는 잘못된 판단을 내린 정부와 법을 잘 모르고 입법·통과시킨 의원들의 합작품에 국민들이 엄한 피해를 보게 된 셈이다.

이들이 조금만 치밀했다면, 보조금 문제를 두고 조금 더 깊이 고민했더라면, 분리공시가 무산될 수 있다는 가정 하에 조금 더 발 빠르게 움직이고 플랜B를 가동했더라면 이라는 아쉬움이 곳곳에서 이는 이유다.

중요한 것은 앞으로 남은 단통법 문제를 어떻게 풀어가느냐로 업게 일각에서는 이미 시행된 단통법을 다시 물릴 수 없다면 소비자 후생이 향상될 수 있도록 경쟁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보조금의 상한선을 지금보다 더 현실적으로 올리고 인가제의 폐지로 요금 경쟁을 본격화하거나 경쟁업체를 추가시키는 방안들이 거론된다.

다만 이러한 방안들 역시 시장 상황에 맞춰 법안이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는지를 판단하지 않는다면 자칫 법안이 혼탁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이미 단통법의 논의가 시작되던 시점부터 이통사는 이통사대로 제조사는 제조사대로 자신들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단통법의 흐름을 이끌어 왔다”며 “이미 법안을 되돌릴 수 없다면 소비자의 측면에서 혜택을 많이 받을 수 있도록 업체들의 공정한 경쟁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아연 기자 csdie@

뉴스웨이 김아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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