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03월 30일 토요일

  • 서울 4℃

  • 인천 3℃

  • 백령 6℃

  • 춘천 5℃

  • 강릉 7℃

  • 청주 6℃

  • 수원 3℃

  • 안동 7℃

  • 울릉도 10℃

  • 독도 10℃

  • 대전 6℃

  • 전주 6℃

  • 광주 5℃

  • 목포 7℃

  • 여수 11℃

  • 대구 11℃

  • 울산 12℃

  • 창원 12℃

  • 부산 12℃

  • 제주 10℃

관치만 있고 시장은 없었다

[단통법 시행 한달]관치만 있고 시장은 없었다

등록 2014.10.31 07:42

수정 2014.10.31 07:46

김아연

  기자

정부 ‘보조금 규제’로 불법경쟁 막겠다더니이통사들 보조금 규모 줄이면서 소비자만 피해‘시장 몰이해’ 정부·정치권 야합에 혼란부추겨

2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유플렉스 앞에서 열린 단말기 유통법 대폭 보안 및 단말기 가격 거품 제거 촉구 공동기자회견에서 참가자가 법 개정 필요성을 지적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2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유플렉스 앞에서 열린 단말기 유통법 대폭 보안 및 단말기 가격 거품 제거 촉구 공동기자회견에서 참가자가 법 개정 필요성을 지적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이 시행된 지 딱 한 달이 지났지만 논란이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법안을 폐기하거나 대폭 수정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단통법은 이동통신사업자나 대리점 또는 판매점이 이용자의 가입유형(번호이동, 기기변경 등), 요금제, 거주지역 등을 이유로 부당하게 보조금을 차별 지급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으로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이 지난해 5월 대표 발의한 바 있다.

법에 따르면 이통사들은 제조사의 판매장려금과 보조금을 합한 금액을 공시하고 유통점은 공시한 보조금의 15% 내에서 추가로 보조금을 지급하며 소비자들은 어디서건 비슷한 가격에 단말기를 구입할 수 있다. 만약 법에 정한 기준인 30만원을 초과해 보조금을 지급하면 매출 3%에 해당하는 과징금과 3억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또 이용자가 기존 휴대폰 사용시 보조금 대신 요금할인을 선택할 수 있으며 보조금 지급 시 고가요금 및 부가서비스 강제도 금지되고 약정 할인을 보조금으로 포장하는 행위 또한 할 수 없다.

과거에는 이통사, 제조사, 가입유형, 심지어는 단말기를 사는 시간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었다면 동일한 단말기, 동일한 요금제일 경우 어디서나 가격이 비슷하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이를 통해 정부는 무분별한 가격할인을 막아 투명한 유통구조를 회복하고 단말기 출고가 인하를 유도해 소비자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고 자신해왔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불공평함이 사라지는 대신에 90~100만원에 육박하는 스마트폰을 모두 30만원 이하의 보조금만 받고 구입하게 되면서 전국민이 호갱(호구+고객)이 됐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단통법 시행 첫 주, 이통3사가 삼성전자의 출고가 95만7000원인 갤럭시노트4에 지급한 보조금은 LTE 요금제 기준 최저 3만1000원부터 최대 11만1000원에 불과했다.

갤럭시노트4보다 먼저 나왔지만 비교적 최신 제품인 갤럭시S5 광대역 LTE-A, LG전자의 G3캣도 가장 높은 요금제를 사용할 경우 받을 수 있는 보조금이 최대 15만원으로 소비자들의 기대치에 못 미쳤다.

이는 단통법 시행 전 1인당 평균 40만원 수준의 보조금을 받을 때에 비해 훨씬 적은 금액으로 보조금을 많이 주는 게 문제가 됐다면 이제는 보조금을 조금 주는 것이 문제가 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결국 이동통신시장의 불황으로 이어졌고 이통3사의 일일 평균 가입자는 총 44만5000건으로 9월 평균 66만9000건에 비해 35% 감소했다. 신규가입과 번호이동 수요가 각각 58%, 46.8% 떨어지면서 3만에 달하는 일선 대리점과 판매점들까지 고사 직전의 위기에 놓이게 됐다.

왜 이런 비극이 일어났을까. 정부는 그저 불평등한 상황을 바로잡았을 뿐인데 말이다. 의도 자체는 좋았다. 이통사들이 불법 보조금에 투입하는 마케팅 비용을 줄이도록 만들면 보조금에 쓰던 비용을 통신비를 인하하거나 서비스의 질을 높일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또 분리공시를 통해 제조사들의 장려금 규모까지 공개가 되면 소비자들이 제조사와 이통사에 지급되는 보조금 액수가 명확하게 인지, 단말기 출고가 자체가 내려가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실제 현장에서 체감하는 결과는 정부의 기대와 정반대로 흘러갔다.

우선 저가요금제와 자급제 폰에도 보조금을 지급하게 된 이통사들은 보조금을 보수적으로 책정했고 이로 인해 월 10만원대 전후의 고가요금제를 써도 단말기 보조금이 적어 소비자들이 부담해야 되는 비용은 단통법 시행 전보다 훨씬 늘어났다.

실제 국회에서 이통3사의 단말 할부금 및 요금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단통법 시행 이전에 평균 20만원의 보조금이 지급됐지만 단통법 시행 이후에는 8만6000원으로 약 60% 감소했으며 이로 인해 소비자들의 체감 통신비는 오히려 4.3%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물론 정부가 원하는 서비스 확대를 담은 몇몇 방안들이 나오긴 했지만 직접적인 요금 할인 효과가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애초에 법정 보조금 상한선을 지키고 이용자들을 차별하지 말라는 게 단통법이었으니 보조금 조금 내놓는다고 규제할 수 있는 법적 장치도 없고 이통사들이 출혈을 감수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통신사들이 보조금을 줄여 개선된 수익을 요금 인하에 쓰라고 압박은 할 수 있겠지만 강제성이 없으니 이런 저런 이유를 대고 못하겠다면 그뿐이다.

또 밖에서는 허울 좋은 가입비 인하나 여러 프로모션을 내세워 요금인하의 압박을 피하고 안으로는 결합상품이나 새로운 통신서비스 출시로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을 올리면 전체적인 수익을 떨어트리지 않으면서도 이통사들은 충분히 배를 불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안진걸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단말기 유통질서를 공정하게 만들겠다는 취지로 출발한 단통법이 이제는 ‘전 국민 호갱법’으로 전락했다”며 “이통사나 제조사들은 생색내기식 대책이 아닌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아연 기자 csdie@

뉴스웨이 김아연 기자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