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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진짜 사나이’ 누구를 위한 방송인가?

[포커스]논란의 ‘진짜 사나이’ 누구를 위한 방송인가?

등록 2014.10.25 08:00

수정 2014.10.25 08:41

이이슬

  기자

대한민국에서 민감한 논란거리 중 하나가 바로 군대다. 최근 비극적인 사건이 잇따라 일어 나면서 군대는 더욱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그리고 군대 예능이라는 신개념을 탄생시킨 ‘진짜 사나이’가 도마위에 올랐다. 군 미화라는 질책까지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TV가 넘어야 할 선이 어디까지인지 짚어봤다.

지난 7일, 국정감사 첫날 새정치민주연합 김광진 의원은 MBC 예능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연출 김민종 최민근)의 조작 논란을 제기했다.

이날 김 의원은 “뉴스에서는 군내 구타와 가혹행위 보도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 ‘진짜사나이’에서는 깔끔하고 화기애애한 군의 모습만 홍보하고 있다”며 “군은 예능을 뒤에 업은 홍보보다 군의 아픈 곳을 드러내고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먼저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며 논란의 포문을 열었다.

사진 = MBC '진짜 사나이' 사진 = MBC '진짜 사나이'


◆ MBC, 세트장 촬영·보직 변경·군 미화 논란에 입 열었다

이러한 의혹에 대해 MBC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관계자를 통해 입장을 들어봤다.

24일 오후, MBC 관계자는 뉴스웨이에 “구타는 일부 군에서 일어나는 일을 방송에 반영하지 않는다고 해서 리얼하다고 보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연예인들이 구타를 체험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연예인 병사들이 실제 병사들과 함께한 병영 체험을 통해 공감하고 전우애를 느끼며 소통하는 데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또한 제작팀은 육군 수도방위사령부를 비롯한 7개 부대에서 촬영장비 설치 등을 이유로 실제 생활관이 아닌 다목적실, 간부연구실 등을 실제 생활관인 것처럼 꾸며 촬영했다. 해군 2함대 참수리 327정 촬영 시에는 생활관 공간부족을 이유로 생활관 건물 내 방송국 제작 침실에서 촬영한 것으로 들어났다.

이에 대해서 관계자는 “실제 병사들이 생활하는 생활관에서 초기에 촬영을 진행했는데 비좁은 환경으로 인해 촬영에 어려움이 있었다. 현장에서 강당이나 간부들이 생활하는 공간을 할애해 병사들의 생활 공간과 똑같이 관물대 등을 가져다 놓고 촬영했다. 물론 생활관에서 찍은게 아니냐고 물으면 할 말은 없지만, 홍보를 위해 미화시키려는 의도로 간부 시설에서 찍었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이 밖에 촬영 과정에서 일부 병사들의 보직도 변경됐다. 7공병여단의 설 상병, 수방사의 김 상병, 17사단의 송 상병, 아라우부대의 황 병장 등 4명은 분대장이 아님에도 분대장으로 방송에 출연했으며, 해군에서는 전탐병이 조타병으로, 의무병이 갑판병으로 각각 직책을 변경해 촬영에 임했다.

MBC 관계자는 “방송상의 연출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함정에서 취사병이 밥 짓는 시간 외에 다른 임무를 맡을 수도 있는게 아니냐. 주 보직과 부 보직을 가지고 있는 병사가 여러 일을 병행한 것 뿐. 별다른 연출이나 의도는 없었고, 그런 지휘 체계에서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진위 여부를 떠나 이러한 김 의원의 지적은 ‘진짜 사나이’의 논란에 불을 지폈다. 사실 ‘진짜 사나이’의 조작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여러 차례 논란에 시달린 바 있다.

사진 = MBC '진짜 사나이' 사진 = MBC '진짜 사나이'


◆ 초기 ‘진짜 사나이’ 성공 코드는 리얼 아닌 공감

‘진짜 사나이’는 연예인들이 군부대를 찾아 군인들의 훈련과 일상을 직접 체험하는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다. 군대 경험이 전무한 연예인들이 실제 군대에서 군인이 되어 체험을 하는 모습을 담아내겠다는 기획의도로 제작된 예능 프로그램.

방송 초기, 극심한 시청률 부진에 시달리던 MBC 주말 예능을 ‘진짜 사나이’가 구했다. 샘 해밍턴, 박형식, 김수로, 서경석, 류수영, 장혁을 비롯한 연예인 병사들이 함께 군대를 찾았고 첫 방송 이후 시청률을 껑충 뛰었다. 말 그대로 대박이 난 것.

웃음은 외국인 병사 샘 해밍터에게 나왔다. 샘 해밍턴은 서투른 한국어와 문화차를 보이며 군에서 고군분투했다. 함께 입대한 연예인 병사 및 일반인 동료 병사들이 샘 해밍턴을 도우며 웃음과 감동을 자아냈다. 그런가하면 장혁은 에이스 병사로 거듭났다. 탄탄한 복근과 완벽한 몸매로 주어진 미션을 완벽히 소화하며 동료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과거 장혁은 군 병역비리 의혹이 불거져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다. 물론 그 후에 병장 만기 제대했지만, 그에게는 꼬리표처럼 따라다녔다. 하지만 장혁은 ‘진짜 사나이’에서 열혈 에이스로 거듭나며 과거의 이미지를 말끔히 씻었다.

또한 아이돌 그룹 제국의 아이들 멤버 박형식 역시 미르(엠블랙)가 하차한 자리에 합류, ‘아기 병사’라는 별명을 얻으며 스타덤에 올랐다. 어리바리하고 풋풋한 그의 행동이 군필자들에게는 과거 향수를 불렀다. ‘내가 입대했을 때’ 혹은 ‘우리 오빠, 아들이 입대했을 때’를 연상시키는 것.

그렇게 ‘진짜 사나이’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으며 시청률 고공 행진을 이어갔다.

◆ 군 미화에 대한 공감 부족 vs 이미지 쇄신은 예능의 순기능

그렇게 상승세를 타던 ‘진짜 사나이’는 방송 초반 서경석이 가장 먼저 논란의 대상이 됐다. 대대장의 지시를 무시하고 남아 전우애를 불태우는 모습을 보이며 명령 불복종이 아니냐는 의혹을 받은 것.

특히 군필자 시청자들 사이에서 이러한 상황이 공감할 수 없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실제 군대였으면 영창에 가야 할 정도로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이를 노출한 제작진에도 질타가 이어졌다. 논란을 부추기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를 의식한 제작진과 서경석은 부랴부랴 해명과 사과를 내놓았고, 논란을 일단락 됐다. 이후 서경석은 ‘노장 병사’의 이미지를 버리고, 성실히 군 생활에 임했다.

사진 = MBC '진짜 사나이' 사진 = MBC '진짜 사나이'



대한민국 육군이 후원하는 ‘진짜 사나이’는 이후 리얼함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전개를 보였다. 출연자들은 군대에서 하는 식사에 연일 극찬을 아끼지 않았고, 쾌적한 생활관에서 생활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또 다양한 여가생활 등을 통해 병사들이 자기계발에도 힘쓰는 모습 등이 다소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온 것.

“방송에서 그려지는 군대는 실제와 차이가 있어요. 방송에서 보이는 상관의 모습은 겉으로는 강하고 차가워보이지만 실제로 그들은 따뜻한 사람처럼 그려지잖아요. 입대해서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는 존재가 상관인데, 그 모습이 실제와 차이가 있으니까 거기서부터 몰입이 힘들어요” (군필자 A씨)

물론 방송에 모든 상황을 담아내기에는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시청자의 공감을 얻지 못한다면, 단순히 웃음만 유발하는 한계가 존재한다. 물론 이를 다른 시각으로 해석하는 이도 있다.

“군인들이 고생하잖아요. 그런데 군대의 부정적인 이미지만 부각되는 경향이 있지요. 그런 이미지를 쇄신시켜주는 것도 예능의 긍정적인 순기능이 아닐까 싶습니다” (방송인 김구라)

◆ 논란에도 ‘진짜 사나이’는 계속된다

‘진짜 사나이’는 또 새로운 특집을 기획했다. 지난달 28일, 배우 유준상, 가수 문희준, 비투비(BtoB) 육성재를 비롯한 새 멤버들은 모 부대에 입대해 신병 특집 녹화를 마쳤다. 또 오는 12월에는 예정대로 김수로, 서경석, 샘 해밍턴이 만기 전역한다. 그리고 새 멤버를 충원할 예정.

사진 = MBC '진짜 사나이'사진 = MBC '진짜 사나이'


지난 8월 입대한 ‘여군 특집’처럼 신선함과 색다른 재미를 선사할 걸로 보인다. 새 멤버가 적응하는 과정에서의 웃음은 보장 된 셈. 하지만 씁쓸한 뒷 맛을 남기는 웃음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제작진은 초심을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프로그램의 본질이 흐려지는 방송의 지속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시청률에 일희일비 할 것이 아니라 제작 초기에 시청자들이 공감했던 코드가 무엇인지, 지금과 그 때의 방송은 어떻게 다른지 고민해 봐야 할 때다.

한편 ‘진짜 사나이’는 논란을 이겨내고 내년에도 변함없이 전파를 탈 예정이다.

이이슬 기자 ssmoly6@

뉴스웨이 이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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