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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금만 내던 대기업, 사회적 기업 직접 키우는 이유는?

[사회적기업]성금만 내던 대기업, 사회적 기업 직접 키우는 이유는?

등록 2014.10.21 11:30

수정 2014.10.21 11:34

정백현

  기자

일회성 기부 활동에 대한 사회적 비판 커지속 가능한 사회공헌 방법 고민의 산물‘공유가치 창출(CSV)’ 재조명도 한몫해

국내 대기업이 항구적 형태의 사회공헌사업을 실행하기 위해 사회적 기업에 대한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월 현대자동차그룹의 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가 장애인 재활 사업 전문 비영리단체인 사단법인 푸르메의 지원으로 사회적 기업 '이지무브'가 제작한 장애아동 이동보조기구에 대한 지원 협약을 체결하는 장면. '이지무브'는 현대차그룹이 2010년 세운 사회적 기업이다. 사진=현대모비스 제공국내 대기업이 항구적 형태의 사회공헌사업을 실행하기 위해 사회적 기업에 대한 육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사진은 지난 7월 현대자동차그룹의 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가 장애인 재활 사업 전문 비영리단체인 사단법인 푸르메의 지원으로 사회적 기업 '이지무브'가 제작한 장애아동 이동보조기구에 대한 지원 협약을 체결하는 장면. '이지무브'는 현대차그룹이 2010년 세운 사회적 기업이다. 사진=현대모비스 제공

장애인과 소외계층에 대한 일시적 기부 활동에 그치던 재계의 사회공헌사업 패러다임이 사회적 기업의 자립 지원으로 바꾸고 있다. 고기를 잡는 것을 넘어 요리의 형태로 완성시켜주던 모습을 벗어나 직접 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셈이다.

최근 국내 10대 기업 중에서 사회적 기업에 대한 직·간접적 지원 활동을 펴고 있는 기업은 절반이 넘는다. 삼성은 ‘글로벌 투게더’라는 타이틀 아래 다문화 가족 구성원을 대상으로 기본 교육과 취업 교육을 펴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자동차 산업이라는 주력 업종의 특수성을 잘 살려 장애인과 노인 등 교통 약자들의 이동 편의를 위한 도구를 제작하는 ‘이지무브’라는 사회적 기업을 만들고 사회적 기업가를 육성하는 작업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이 인생의 절반을 쏟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사회적 기업 육성 작업에 가장 열심인 기업이다. SK그룹은 10여개의 사회적 기업을 지원해 총 1000여명의 일자리를 새로 창출하는데 기여했다.

이외에도 LG그룹은 예비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한화그룹과 KT, 포스코 역시 장애인 등 소외계층의 자활을 돕는 사회적 기업의 자립을 위한 기반 마련 작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들 기업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높이는 사회공헌사업의 목표를 사회적 기업 육성 작업으로 돌린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 대기업의 일회적 기부 활동에 대한 사회의 비판적인 시각이 패러다임 변화의 핵심이다.

그동안 다수의 국내 기업은 매년 11월 20일부터 진행되는 연말 불우이웃돕기 성금 모금 활동에 경쟁적으로 많은 돈을 기탁해왔다.

지난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주관한 연말 모금활동 기간에도 삼성그룹이 가장 많은 500억원의 성금을 냈고 현대차그룹은 성금 모금이 시작된 첫 날 250억원의 성금을 가장 먼저 내는 열의를 보였다.

국내 5대 그룹(삼성·현대차·LG·SK·롯데)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낸 성금은 총 92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모금 캠페인 기간에 적립된 기업 명의의 총 기부액(3001억원) 중 5대 그룹의 기부 규모는 30.7%에 이른다.

기업들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모금은 물론 각 사업장이 소재한 지역별로 장애우 시설이나 노인 요양 시설 등을 방문해 여러 시설을 고쳐주거나 김치나 쌀, 의류 등을 지원하면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 활동을 크게 홍보해왔다.

그러나 연말 모금 캠페인이 아니고서는 기업의 기부 활동이 크게 눈에 띄지 않고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이 사회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기업 내부에서도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찾기 위해 고민에 들어갔다.

결국 각 기업의 성격을 살릴 수 있는 항구적 형태의 사회공헌사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그에 맞는 대안으로 사회적 기업 육성 작업이 부상했다.

대기업의 일회적 기부에 대한 비판 외에도 ‘공유가치창출(CSV)’에 대한 재조명도 대기업의 사회적 기업 육성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공유가치창출이란 마이클 유진 하버드대 경영학과 포터 교수가 2011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 처음 언급한 개념이다.

즉 기업이 수익을 낸 이후에 그 돈으로 사회공헌사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 활동 자체를 사회공헌사업의 형태로 변화해 사회적 가치와 경제적 수익을 동시에 공유하는 방향으로 진행하는 형태의 경제활동을 말한다.

현재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는 대기업의 사회적 기업 육성 작업은 크게 세 가지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기존에 운영되고 있던 사회적 기업의 운영을 대기업이 직접 지원하거나 기업 운영에 대한 노하우를 전달해주는 방법, 사회적 기업에서 생산된 콘텐츠를 대기업이 받아 이를 유통하는 형태로 나눌 수 있다.

이외에도 대기업 소속 임직원들이 재능기부 형태로 사회적 기업의 운영 과정에 참여해 기업 활동을 돕는 방법도 최근 들어 많아지고 있다.

대기업의 사회적 기업 육성 작업은 대표적인 ‘착한 경제효과’의 대안으로 평가되고 있다. 주요 수혜계층인 장애인과 노인, 저소득층의 생계에 도움을 줌은 물론 이들이 기업의 도움 없이도 스스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게끔 하는 자활 기반을 마련해준다는 데에 의의가 있다.

더불어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경제 사회에 다시 재투자해 이를 ‘착한 이익’으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우리 경제의 선순환 효과를 창출하며 대기업의 사회적 이미지를 개선시켜 사회에 확산된 ‘반(反)재벌 정서’를 불식시키는 효과도 낸다.

또한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돼왔던 일시적인 사회공헌사업이라는 비판을 넘어 항구적인 형태의 사회공헌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의 사회적 기업 육성 붐은 우리 경제 환경이 ‘1인 독식 사회’에서 ‘다중 공유 사회’로 진화하고 있다는 증거”라며 “이러한 진화가 더 두드러지기 위해서는 사회적 기업을 육성하는 대기업에 대한 정부의 혜택 증대 등 여러 부수적 조치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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