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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삼성동 꿈’, 현대차그룹 ‘錢力’에 무너지다

삼성전자의 ‘삼성동 꿈’, 현대차그룹 ‘錢力’에 무너지다

등록 2014.09.18 12:53

수정 2014.09.18 14:11

정백현

  기자

끝까지 검토 또 검토···현대차 물량공세·절박함에 밀려

삼성전자가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컨소시엄과의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공사 본사 부지(사진) 입찰 경쟁에서 패했다. 사진=뉴스웨이DB삼성전자가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컨소시엄과의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공사 본사 부지(사진) 입찰 경쟁에서 패했다. 사진=뉴스웨이DB

삼성전자가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컨소시엄과의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공사 본사 부지 입찰 경쟁에서 패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미래 야심에도 상처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18일 오전 한국자산관리공사 전자입찰시스템 ‘온비드’가 공개한 삼성동 한전 본사 부지 입찰 결과 삼성전자는 10조5500억원을 입찰가로 내세운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현대모비스 컨소시엄에 밀려 한전 부지 입찰 경쟁에서 패했다.

삼성전자는 부지 입찰 경쟁에서 패함에 따라 입찰 가격과 부지 개발 계획을 밝히지 않기로 했다.

당초 삼성전자는 한전 본사 부지를 따냈을 경우 이 부지에 새로운 사옥을 세운 뒤 현재 삼성타운에 입주 중인 사무실을 이곳으로 옮기거나 초대형 R&D 단지를 세울 계획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삼성을 자연스럽게 연상케 하는 삼성동에 삼성전자 단독 사옥이 생기면 그룹 내에서 삼성전자의 위상은 더 높아지고 글로벌 전자 기업으로서 브랜드 파워를 더 높이는 기회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땅 싸움에서 패배함에 따라 이 꿈은 물거품이 됐다.

삼성이 현대차와의 경쟁에서 밀린 원인으로는 가장 먼저 최고 의결권자인 이건희 회장의 부재 장기화가 꼽히고 있다. 현대차가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부자의 건재함을 앞세워 여러 계획을 대차게 밀어붙인 반면 삼성은 그에 견줄 만한 힘이 부족했다는 평가다.

장남 이재용 부회장을 비롯한 그룹의 최고경영진이 핵심 현안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룹의 미래를 결정짓는 초대형 현안에는 최고 의결권자의 힘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이건희 회장이 있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 바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불도저형’과 ‘관리형’으로 대비되는 두 기업의 전통적인 컬러가 이번 싸움의 승패를 갈랐다고 보고 있다. 각종 경영 현안에 대해 전통적으로 현대차는 대차게 밀어붙이는 모습이었던 반면 삼성은 수차례에 걸친 검토와 관리 끝에 대안을 찾아왔다.

현대차그룹이 부지 매각 방침 발표 이전부터 개발 계획을 대대적으로 공개했던 반면 삼성은 끝까지 단 한 마디의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이 때문에 만약 삼성이 ‘관리모드’가 아닌 ‘공격모드’로 경쟁을 전개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번 땅 싸움 패배가 삼성에게 약이 된 요인도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미래 성장 기반과 소중한 자산을 보호했다는 점이다.

특히 삼성전자 등 주력 계열사의 실적이 부진한데다 한전 부지 개발의 수익성과 지속성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조원 이상의 투자를 무리하게 감행했을 경우 ‘승자의 저주’까지도 우려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 역시 부지 입찰 경쟁에서 패하면서 큰 손실을 막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삼성 입장에서는 안도할 수 있게 됐다.

더불어 현재 서초동 삼성타운과 태평로 옛 본관 등 사무공간이 풍족한 상황에서 업무용 빌딩을 또 짓게 될 경우 비효율성이 높아질 수 있었지만 부지 입찰 경쟁에서 패하면서 이 점에 대해서도 크게 우려하지 않을 입장이 됐다는 점이 호재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의 한전 부지 낙찰 무산은 삼성 전체의 입장으로 봤을 때 약이 될 수 있다”며 “외형 성장보다 현재의 기반을 바탕으로 삼성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부분에서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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