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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애오라지...산다는 건 그저 모른척

[박성희 닥종이 작가의 恨과 魂]2.애오라지...산다는 건 그저 모른척

등록 2014.09.11 14:39

수정 2014.09.22 12:56

안성찬

  기자

2.애오라지

옹이진 소나무
변함없는 솔바람처럼

쉼없이 주절거리는
도랑물처럼

산다는건
그저 모른척
아무것도 아닌척

가던길을 오롯이
그냥 그렇게 가는거지

머무른바 없으니...

2.애오라지...산다는 건 그저 모른척 기사의 사진



사랑하는 연인이 있다. 어느 날 남자는 사랑스런 그녀에게 “애오라지 당신을 사랑합니다”라고 고백한다. 그러자 그녀는 기뻐한다. 뜻풀이를 해보면 그저 그런 사랑이다. 물론 그녀는 ‘애오라지’를 ‘오로지’나 ‘오직’과 같은 뜻으로 알아 들었을테지만.

‘애오라지’는 아주 흡족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미흡하지도 않은, 그야말로 ‘적당한’ 정도를 나타내는 우리 말이다.

‘행복 또는 만족한 삶의 의미는 보편적으로 규정된 사전적인 것이 아니라 매우 주관적 기준에 근거한 감정입니다. 비록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는 못하더라도 소소한 그대로의 주어진 현실을 받아들이고, 존재하고 있는 그대로의 것에 나름대로의 의미를 부여하며 풍요로운 의식으로 충만해질 때 비로소 행복을 느낄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진정한 행복의 가치를 끊임없이 변해가는 시간의 흐름에 느끼고, 자각할 수 있는 매 순간에 존재함을 표현했습니다.’ 작가의 ‘애오라지’에 대한 변이다.

박성희 작가의 특별함은 사소한 것에서 출발점을 찾는다. 그것이 할머니거나, 할아버지거나, 삼촌이나 오빠거나, 동구밖에서 뛰어 놀던 우리의 어릴적 추억거리거나. 마치 사라져가는 것들을 가슴속에 품어내고, 다시 그것들을 의식밖으로 내몰아 나타내는 그런...

무엇인가를 애써 찾아내는 것은 아닌 것 같지만 사실은 오랜 시간 그만의 시간과 공간속에서 발견해 가는 것들인지도 모른다.

그만의 한(恨) 맺힌 철학이 담긴 작품을 만나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애오라지’도 예사롭지가 않다. 밝게 미소짓는 노인의 얼굴에서 한없이 슬픔을 느끼게 하니까. 특히 작품에 어울리는 시어(詩語)를 이끌어 낼 수 있는 그의 맑은 영혼은 마치 에레베스트산의 천년설이 연출한 순백의 눈꽃처럼 생생하게 살아 있다.

눈물을 쏙 빼게하는 드라마가 아니면서도 작품을 볼 때 마다 어김없이 눈물샘을 콕콕 자극하는 박성희 작가의 작품세계는 아마도 영원히 마르지 않는 샘(不渴泉·불갈천) 이 아닌가 싶다.

안성찬 대기자 golfahn@

뉴스웨이 안성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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