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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나는 데··· 한국은 내환에 몸살

[파워차이나, 쇼크코리아③]중국은 나는 데··· 한국은 내환에 몸살

등록 2014.09.17 07:30

정백현

,  

최원영

  기자

규제개혁·기업환경개선 법안 처리 ‘거북이 걸음’때만 되면 파업 강성노조 압박에 기업 손실 눈덩이고압적 노무관리·유보금 축적등 기업도 반성 필요

중국 경제가 무서운 속도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사이 한국 경제는 불안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자칫 잘못 하다가는 ‘아시아의 용’에서 ‘아시아의 지렁이’로 전락할 수 있는 절체절명의 위기로 빠질 수 있는 상황이다.

나라 밖의 정세 불안과 금융 정책의 변동, 이웃나라 중국의 대약진이 우리 경제를 불안하게 하는 요소로 지목되고 있지만 나라 안의 여러 문제가 우리 경제의 앞날을 불안한 행보의 진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재계의 기업 환경 바깥에 여전히 두껍게 쌓여 있는 각종 기업 관련 규제에 있다.

노사 문제는 우리 경제의 발전을 막고 불안감을 키우는 고질적인 요인으로 수년째 지적되고 있다. 사진아래는 지난 8월 28일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앞에서 현대차그룹 계열사 노조원들이 통상임금 관철을 위한 집회를 벌이는 모습. 사진=현대자동차 노동조합 제공노사 문제는 우리 경제의 발전을 막고 불안감을 키우는 고질적인 요인으로 수년째 지적되고 있다. 사진아래는 지난 8월 28일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앞에서 현대차그룹 계열사 노조원들이 통상임금 관철을 위한 집회를 벌이는 모습. 사진=현대자동차 노동조합 제공


정부는 지난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 직후부터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을 언급하면서 기업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규제를 대대적으로 개혁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기업 규제 해소에 대한 정책 기조는 지난해 출범한 박근혜 정부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그러나 정부 측의 규제 개혁 움직임에도 오히려 기업 현장이 느끼는 규제 관련 압박감은 더 큰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제로 정부 규제정보포털 등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 1만5165개였던 중앙부처 등록규제 건수는 지난 8월 중순 기준 총 1만5326건으로 오히려 늘었다.

국가 경제가 살아나려면 내수 경기가 부흥해야 하고 내수 부흥을 위해서는 기업이 내수 투자를 늘리는 선순환 구조를 갖춰야 한다. 그러나 재계 안팎에서는 현재의 상황에 대해 ‘투자하기 편한 나라’가 아닌 ‘투자하기 어려운 나라’가 됐다는 자조 섞인 말을 내뱉고 있다.

무엇보다 지난해 초 박근혜 정부 출범 당시부터 강조된 ‘경제 민주화’ 정책 기조가 ‘기업 옥죄기’로 비춰져 논란이 일었고 각종 법과 조례 조항의 개편에 대해서도 기업 환경의 개선보다 오히려 경색을 조장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대형마트 영업규제 강화(월 2회 의무휴무 등)나 5억원 이상 보수를 받는 대기업 등기임원의 연봉 공개, 사내유보금 과세 방침, 화학물질등록 및 평가에 관한 법률(화평법)과 화학물질관리법(화관법) 등에 대해서는 재계 곳곳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반대로 유연한 기업 환경 조성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관광진흥법 개정안, 서비스산업발전법, 크라우드펀딩 육성안 등 국내 산업의 활성화를 위한 각종 법안도 국회의 잇단 파행으로 토의조차 하지 못한 채 의사당에 잠자고 있어 재계의 공분을 사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 지원이 무엇보다 절실하지만 현재 상황은 그렇지 않은 듯하다”며 “중국이 정부의 지원을 등에 업고 무서운 성장을 하고 있는 것을 거울삼아 국내 기업에도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야 우리 기업이 마음 놓고 국내 시장에 돈을 풀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리 경제의 불안한 행보에는 외부의 요인도 있지만 내부의 문제도 간과하지 않을 수 없다. 수년째 지적되고 있는 일부 제조업 노조의 강경 행동과 국내 투자보다 현금유보율 축적에 관심을 두는 일부 기업의 사례가 대표적 불안 요인이다.

현대·기아차와 현대중공업 등 일부 기업의 노조는 회사 전체의 이익과 국가 거시 경제에 미칠 긍정적 영향을 위한 활동보다는 노조만의 이익을 지나치게 올리기 위한 쟁의행위를 잇달아 벌이며 재계와 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다.

이들 노조의 잇단 쟁의행위로 각 기업은 수천억원대의 손실을 그대로 떠안고 있다. 문제는 이 손실이 해당 기업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좁게는 각 기업이 소재한 사업장의 지역 경제는 물론 글로벌 시장 전체로 영향이 전가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실제로 한국 제조업 노조의 연례행사식 쟁의행위는 해외 경제계에서도 지적되기도 했다. 댄 애커슨 전 제너럴모터스(GM) 회장과 메리 바라 현 GM 회장은 “한국 제조업의 생산성이 높아지려면 불필요한 파업부터 줄여야 한다”는 쓴소리를 남기기도 했다.

물론 기업에게도 문제는 있다. 노조의 대화 요구에 대해 회사의 경영 환경 악화만을 호소하고 상대의 의견은 존중하지 않는 태도가 노사의 신뢰도를 깨고 있다는 지적도 기업 입장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봐야 할 문제로 꼽힌다.

기업의 유보금 축적과 투자 부진에 대해서도 재계가 억울함만을 호소할 것이 아니라 대승적인 측면에서 유연하게 생각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사회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국내 10대 그룹의 유보금은 무려 516조원에 이른다. 5년 전에 비해 두 배 가까운 증가세를 기록했고 일부 기업에서는 유보율이 5000%를 상회하는 곳도 등장했다.

물론 현재 축적된 유보금의 대부분이 즉시 현금을 활용하기 어려운 비현금성 자산이라는 문제가 있지만 기업이 그동안 벌어들인 돈을 지나치게 쌓아두기만 했다는 비판에서는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재계 일각에서는 이제부터라도 국내 투자와 배당에 대한 폭을 넓혀서 국내에서 벌어들인 돈을 국내로 다시 푸는 순환 구조를 기업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부진에 빠진 한국號, 킬러콘텐츠 개발 시급=세계 1등 한국제품들이 중국에 하나둘 밀리며 자리를 내주고 있다. 고도의 기술력과 특유의 독창성으로 시장을 압도하는 소위 ‘킬러콘텐츠’의 개발이 시급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수출시장 점유율 1위 품목이 2012년 기준 한국이 64개를 기록했다. 2010년 71개 부문에서 세계 1위였지만 7개가량 줄어든 것이다. 중국의 급부상으로 점유율 1위 개수는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또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최근 발표한 2013년 세계 50개 상품의 세계시장 점 유율 조사 결과를 보면 한국은 세계 1위 상품이 6개로 전년보다 2개 줄어 중국과 공동 4위를 기록, 한 계단 떨어졌다.

미국과 일본이 각각 18개, 11개로 1위와 2위를 지켰고 유럽이 경기 침체속에서도 1위 상품을 5개에서 8개로 늘려 3위로 부상했다.

IMF는 최근 한국이 생산성 정체에 갇혔다며 개혁없이는 성장도 없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동안 한국경제를 초고속 성장으로 이끈 것은 고도의 기술력과 특수성을 가진 킬러콘텐츠 상품 덕분이었지만 그 성장동력이 사라지고 있다는 지적들도 나 온다.
삼성전자가 최근 내놓은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가 글로벌 1위를 지킨 제품은 모두 8개. 휴대폰, 스마트폰, TV, LFD (상업용디스플레이), 냉장고, D램, 낸드플래시, SSD 등이다.

지난해 6개 품목 대비 세계 1위 제품이 2개 더 늘었지만 삼성전자의 핵심인 스마트폰이 최근 중국시장에서 ‘샤오미’에 밀려 점유율 1위를 놓치고 있어 우려되고 있다. 중국에서 저가 스마트폰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샤오미’는 가격에 비해 우수한 성능으로 인도 등 세계시장서 삼성 갤럭시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세계 5위 자동차회사로 성장한 현대·기아차는 최근 일본의 니혼게이자이신문으로부터 혹평을 받았다. 이 신문은 지난 10여년간 맹렬한 속도로 자국 업계를 추격해온 ‘일본차 킬러’ 현대자동차가 여전히 강력한 라이벌이지만 무서움은 감소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현대차의 성공을 이끌어온 요인 중 첫 번째가 디자인·연비·상품성을 향상한 모델 다수를 단기간에 투입하는 것이었지만 현대차가 곧 이들 차종의 풀 모델을 체인지 해야하는 ‘어려운’ 시기를 맞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략적으로 기존 디자인을 뛰어넘는 참신한 디자인을 제시하기란 쉽지 않아 잘못하면 그동안 끌어 모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할 수 있다는 게 신문의 지적이다. 이 신문은 한국 내에서 일본·유럽 차 판매가 늘면서 현대차의 내수 점유율은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반면 포스코는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 1위에 7차례 연속 1위를 기록했다. 포스코는 총 23개 평가항목 가운데 기술혁신·인적자원 등 4개 항목에서 최우수 점수를 받았다. 중국 철강사에 비해 생산 규모·영업이익·가격결정력 등 정량적 측면에서 밀릴 수 있지만 혁신으로 이를 극복해내고 있다는 얘기다.

기술경쟁력을 상징하는 특허출원에 있어 중국은 2011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한해 82만5000건의 특허가 출원됐다. 2008년 28만9000건에 비해 무려 2.8배나 늘어나며 R&D 기술부문의 급성장을 반증하고 있다. 반면 한국의 특허출원 순위는 5위에 그쳤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기업들이 시장을 압도할만한 기술력과 독창적인 제품을 내놓 지 못한다면 세계시장에서의 입지가 좁아질 수 밖에 없다”며 “가격경쟁력으로 무장한 중국에 밀리지 않기 위해 부단한 R&D 노력과 창의력 발굴로 킬러콘텐츠 개발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정백현 기자 andrew.j@
최원영 기자 lucas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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