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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교 “만약 ‘미라’와 같은 상황이라면? 전 못견디죠”

[인터뷰] 송혜교 “만약 ‘미라’와 같은 상황이라면? 전 못견디죠”

등록 2014.08.28 15:30

김재범

  기자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사실 배우가 작품이 아닌 좋지 않은 일로 대중들과 만나게 되는 것만큼 곤욕스러운 일은 없을 것이다. 2011년 저예산 독립영화 ‘오늘’, 그리고 지난 해 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 이후 첫 선을 보이는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 억척스런 엄마로 등장하는 배우 송혜교는 이번 작품을 통해 참 많은 감정이 교차하고 있다. 오랜 중국 활동 이후 국내 첫 선을 보이는 야심작이지만 언론 시사회 며칠을 앞두고 터진 ‘탈세 논란’이 문제가 됐다. 놀라운 점은 송혜교는 숨지 않았고, 이를 정면으로 받았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자신의 잘못에서 비롯된 것임을 시인했다. 언론 시사회 후 이어진 기자간담회 앞서 무대에 올라 자신의 입장을 발표했다. 그의 대범함에 다들 놀랐다. 영화 속 억척 엄마 ‘미라’의 모습 그대로였다.

지난 26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송혜교는 참 단아했다. 아니 예뻤고, 아름다웠다. 1998년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의 막내딸 혜교는 생각할 틈바구니조차 보이지 않았다. 성숙한 여인의 모습 그대로였다. 그리고 그 한 켠에 어느 덧 무르익고 연기와 인생의 ‘맛’을 알게 된 송혜교만이 있었다.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너무 어릴 때 데뷔했고, 당시 모습과 지금 제 모습의 차이를 좀 낯설어 하고 그 차이를 두고 가식이나 포장이라고 하시는 분들이 있는 것도 알아요. 글쎄요. 배우란 직업이 그런 것 같아요. 어릴 때는 뭘 몰라서 그랬다면 지금은 배우란 직업이 감정적인 부분에서 좀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또 주변에서 만들어 주시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뭐 그래도 저도 똑같아요. 남들 다 하는 술먹고 놀고 그러는 것 하고 싶고. 해외 나가면 좀 그러기는 해요(웃음)”

참 오랜만의 국내 복귀로 느껴지는 송혜교다. 지난 해 왕가위 감독의 ‘일대종사’ 그리고 올해 오우삼 감독의 ‘태평륜’에 출연하면서 중국 활동에 주력해왔다. 국내 작품은 2011년 독립영화 ‘오늘’이 마지막이었다. 3년 만의 국내 복귀로 엄마역을 택한 점이 눈에 띄었다.

“‘엄마’역이란 점에 주저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인데, 정말로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결정했었요.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었어요. 너무 슬픈 얘기잖아요. 그런데 그 슬픈 얘기를 뻔한 신파성으로 흘러가지 않게 만든 게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제가 맡은 ‘미라’도 모성애가 정말 강한 그런 엄마라면 솔직히 못했을 거에요. 친구 같은 엄마? 내가 할 수 있겠다. 이런 생각 정도. 사실 무거운 역을 좀 많이 해서 슬프지만 유쾌한 코드가 마음에 들었던 것도 있어요.”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사실 ‘두근두근 내 인생’ 제작 초기 송혜교의 캐스팅에 언론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일부 영화 관계자들조차 부정적인 의견을 전했다. ‘신세대 스타’ 그리고 ‘원조 베이글녀’ 등 다양한 수식어가 따라 다녔던 그에게 ‘엄마’ 그것도 선천성 조로증이란 희귀병을 앓는 아들을 둔 엄마의 연기를 떠올리는 것조차가 불가능할 정도였다.

“반대가 많았던 게 사실이에요. 원작인 소설의 팬들도 많았고, 그냥 송혜교에게서 미라를 상상하는 게 안 된다는 거죠. 저도 막상 하겠다고 했는데, 전 자신이 있는데 관객들이 이걸 그대로 받아들여 줄지가 걱정이었어요. 왜 안 그랬겠어요. 그런데 제 진심이 들어가면 움직여 주시질 않을까. 이런 막연한 생각이 있었고, 감독님이 정말 잘 이끌어 주셨어요. 우선 잘 끝냈으니 잘 봐주시길 기도해야죠(웃음)”

송혜교가 연기하는 ‘미라’는 단순하게 모성만이 앞서는 엄마는 아니다. 16세의 마음으로 80세의 신체를 가진 아들 ‘아름’을 보듬어 주는 미라는 아들에게 세상 유일의 친구다. 엄마이기에 아들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미라의 사랑은 엄마와 친구 그리고 동반자와도 같은 느낌이었다. 송혜교의 마음을 이끈 것도 사실 이 지점이다.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우리 엄마가 사실 영화 속 미라와 정말 많이 닮아 있어요. 아니 어떻게 보면 미라 그 자체에요. 정말 어린 나이에 저를 낳으시고 고생을 정말 많이 하셨어요. 그래서인지 엄마와 저 둘이 서로에게 정말 많은 부분을 의지해요. 미라의 모습을 준비하면서 실제 우리 엄마를 많이 떠올렸던 것도 사실이고, 이 작품을 찍으면서 엄마가 참 많이 보고 싶더라구요. 엄마한테 참 못되게 굴었던 게 많이 생각나더라구요.”

관심의 초점은 또 하나다. 송혜교가 엄마를 연기하는 것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죽음을 앞둔 조로증을 앓는 아들을 보살피는 엄마란 점이다. ‘자식을 잃은 부모에겐 남은 인생은 없다’는 말처럼 죽음을 앞둔 자식을 보는 엄마의 심정이란 이 세상 어떤 단어로도 설명이 불가능하다. 극중 송혜교가 그런 감성을 드러내는 장면이 눈에 띄었다.

“많은 분들이 영화를 보시고 대수(강동원)와 설렁탕집에서 마주 앉아 얘기하는 장면을 말씀들 하시더라구요. 저도 참 좋아하는 장면이에요. 당시 대사가 ‘엄마니깐 알 수 있다’는 말인데, 정말 그 장면을 잘하고 싶었어요. 아들의 죽음을 느끼게 된 엄마의 심정이 어떨까. 정말 짐작조차 못하겠어요. 사실 생각도 하기 싫죠. 막연히 생각해봤어요. 내가 미라였고, 그 상황이 온다면 감당할 수 있을까. 견디지 못했을 거에요.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하지만 송혜교를 진짜 긴장케 했던 것은 따로 있다. 먼저 교복을 입어야 했던 점이다. 엄마 연기도 아줌마 연기도 두려움이 없었지만 30대에 교복을 입어야 한다는 점이 보통이 아니었다고. 심적인 부담이 너무 컸다고 한다. 글쎄 옷 한 번 입는 장면이 그렇게 어려울까란 생각도 든다. 하지만 배우 입장에선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이었단다.

“저도 사실 그게 어려울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는데 막상 교복 피팅을 해야 하는 날이 오니 정말 가기가 싫은 거에요(웃음). 왜 그렇게 무안하고 그런지 하하하. 촬영하러 가는 길은 왜 그렇게 시간이 빨리 지나가는지 정말(웃음). 그냥 제 나이도 있는데 교복 입고 나오면 이상하게 생각하고 어색하게 보실 까봐 걱정이 됐던 것 같아요. 조명 감독님이 참 많이 고생하셨어요. 극중 어린 시절의 미라와 엄마일 때 미라의 모습 차이를 두기 위해 조명으로 신경을 많이 써주셨죠.”

이번 영화에서 가장 고생을 많이 한 사람은 아름이 역을 맡은 신예 조성목이다. 송혜교도 ‘아들’인 조성목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안쓰러운 듯 표정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그 순간에는 아들을 생각하는 엄마의 모습 그대로였다. 조성목에 대해 송혜교는 ‘될성부른 떡잎을 넘어섰다’고 평했다.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내 아들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정말 대단한 친구에요. 매일 같이 5시간이 넘는 특수분장을 견디는 데 사실 신경질을 낼 수도 있을 법한데 정말 묵묵히 참아내며 견디더라구요. 진짜 대박은 첫 리딩 때 이 녀석이 딱 대사를 읊는 데 다들 깜짝 놀랐어요. 정말 될 성 부른 떡잎이 따로 있구나. 전 그 나이 때 절대 그렇게 못했어요. 지금도 예전 출연작 가끔씩 케이블에서 나올 때면 얼굴을 못 들겠어요(웃음)”

앞으로 장르적으로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스릴러나 액션물에 대한 관심이 커져만 간단다. 캐릭터도 센 캐릭터, 나아가 악역까지 모든 부분을 섭렵해 보고 싶다고. 정말 많은 것을 해보고 싶다고 한다. 물론 예전에도 그랬다. 단 차이가 있다면 ‘즐기게 됐다는 것.’

사진 = 김동민 기자사진 = 김동민 기자

“예전에는 선배님들이 현장이 가장 즐겁하는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어요. 그런데 30대에 접어드니 그 말을 조금은 알겠더라구요. 일이 재미있어지고 연기의 맛을 알아가니 다양한 것들이 보이기 시작해요. 일이 재미있어지니 당분간 결혼 생각도 없어졌어요. 어떻하죠(웃음)”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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