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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민 감독이 직접 밝힌 영화 ‘명량’의 모든 것

[포커스] 김한민 감독이 직접 밝힌 영화 ‘명량’의 모든 것

등록 2014.08.23 08:00

수정 2014.08.23 08:24

김재범

  기자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사실 ‘명량’에 대한 흥행 예상은 모두가 했다. 하지만 절대 이 정도는 아니었다. 그건 분명하게 말할 수 있다. ‘신의 선택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1000만 이란 숫자가 그리 쉬운 것도 아니게 때문일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명량’은 ‘신의 선택’마저 비웃고 있다. 누적 관객 수 1500만을 넘어섰고, 1600만을 넘어설 기세다. 아니 2000만이란 숫자마저 거론되고 있다. 이건 일대 사건이다. 아니 한국영화 역사 100년에 분명히 기록될 텍스트를 만들어 내고 있다. 문제는 이 모든 상황이 불과 20일 만에 만들어 졌다는 점이다. 그 역사는 이순신 장군을 연기한 배우 최민식의 공이 가장 컸을 것이다. 다른 수많은 배우들의 몫도 있다. 수백여명 스태프의 땀도 들어있다. 이 작품을 알아본 투자배급사 CJ E&M도 있다. 하지만 기획과 제작 그리고 각본과 연출을 맡은 김한민 감독에 대한 집념이 가장 컸다는 점에선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영화 개봉 전과 1500만 돌파 후 김 감독을 만났다. 두 시기 김 감독이 느끼던 온도차는 분명히 달랐다.

가장 먼저 자신의 손으로 한국영화계의 역사를 다시 쓰는 느낌이 궁금했다. 둥그스름한 외모의 김 감독은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개봉 전 어느 정도 관객의 선택을 받을 것이란 예상은 하고 있었다는 답변이 기억에 남았다. 이번에는 조금 달랐다. 1500만이 넘은 뒤 그는 ‘판을 키웠다’는 점을 들었다.

“아마 기억으로는 ‘최종병기 활’때도 비슷한 질문을 받았던 것 같아요. 주변에서 본다면 분명히 이런 흥행 혹은 숫자에 부담이 있을 수 있겠다는 예상이 있을 것 같아요.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겠죠. 하지만 그런 부담보다는 전 나름의 계획이 있어요. 그 계획을 위해 계속 전진하는 것을 택하고 있고, 지금도 그 과정에 있을 뿐이에요. 숫자만으로 한국영화의 르네상스를 말하고 있는데, 반대로 위기란 생각도 들어요. 전 이런 숫자를 통해 한국영화 시장 전체의 판을 키워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영화 개봉 전과 개봉 후 그리고 1000만을 넘어 1500만이 넘어서는 지금 이 순간까지 세상은 왜 ‘이순신 장군의 얘기’가 지금 나왔을까에 다양한 해석을 내놨다. 리더십 부제 혹은 현 정국과 연결한 해석도 내놨다. 한 편에선 마블의 히어로 무비가 전 세계적인 흥행을 이끌어 내는 가운데 한국형 히어로의 출현이란 얘기도 나왔다. 정답은 없지만 틀린 말도 없는 듯했다. 기획과 각본을 모두 담당한 김 감독의 의도가 궁금했다. 우선 김 감독의 고향이 전남 순천이다. 그곳은 이순신 장군이 몸담던 전라좌수영이 있던 곳이다.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자연스럽게 어릴 적부터 고향에서 이순신 장군에 대한 유적이나 얘기를 많이 듣고 자랐어요. 그냥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흡수하고 빨아들였던 것 같아요. 영화란 매체에 동경을 갖고 영화를 하고 싶단 생각을 구체적으로 하고 난 뒤에는 좀 구체적이 됐던 것 같죠. 언젠가는 이순신 장군에 대한 얘기를 만들겠다 뭐 이런 것. 사실 이순신 장군에 대한 얘기는 제가 구상한 가장 첫 번째 얘기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죠. 하지만 ‘할 수 있을까’란 의구심이 있었는데, ‘최종병기 활’을 찍고 사극에 대한 가능성을 봤죠. 위인전이 아닌 소통이 가능한 얘기가 되겠다 싶었죠.”

사실 정확하게는 2008년 정도부터 ‘명량’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었단다. 역사 3부작에 대한 기획을 머릿 속에 그리고 있었다고. 그런데 당시 시장 상황이 역사물에 대한 인식 자체가 좋지 않은 시절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런 와중에 ‘놈놈놈’이란 걸출한 수작이 흥행을 하면서 ‘최종병기 활’을 구체화 해 흥행에 성공시켰다. 이후 ‘명량’에 대한 가능성을 엿봤다. 2011년부터 본격적인 시나리오 개발에 들어갔다. 190억대의 총 제작비가 투입될 정도로 만만치 않은 규모로 확대됐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을까

“실패? 글쎄요. 망하지 않을 것이란 느낌이 더 정확한 것 같아요. 어릴 적부터 이순신 장군에 대한 얘기를 머릿속에 갖고 있었으니 자신은 있었죠. 사실 역사적인 인물에 대한 얘기를 영화로 만든다는 게 좀 위험은 하죠. 자칫 위인전 느낌으로 갈수도 있으니. 그래서 해전에 포커스를 맞췄죠. 전투의 스펙터클 속에 장군의 인간적인 우리가 알지 못했던 부분까지 녹인다면 중장년층까지 끌어당길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죠.”

김 감독의 자신처럼 ‘명량’의 인기는 전 세대를 아울렀다. 특히 평생 극장에 가기 어려웠던 60대 이상의 장년층이 ‘명량’으로 몰렸다. 사실 ‘명량’의 진짜 힘은 이 부분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문화 소외층인 장년층이 ‘명량’에 집중한다는 것은 그 만큼 신드롬을 넘어선 진짜 ‘흥행’이 ‘명량’과 이어졌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런 화제작도 혹평의 비난을 피할 수는 없었다. 문화평론가 진중권 동양대 교수의 혹평이 최근 논란이 된 바 있다. 이 부분에 김 감독은 비교적, 아니 크게 개의치 않았다.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의견은 다양하다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어떻게 좋은 평만 있을 수 있겠어요. 나쁜 평가도 분명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여러 가지 평가에 좀 무덤덤한 편이에요. 그런 부분에 신경을 쓰는 스타일도 아니고요. 이번 영화를 통해 현 시대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원했던 어떤 부분이 이어졌다는 것, 소통이 됐다는 것에 가장 큰 만족을 느낌이다. 저에겐 그 부분이 본질적인 목표였고, 그 목표를 달성했다고 생각해요.”

언론시사회 및 개봉 이후 영화관계자 혹은 영화팬들에게 끊임없이 재기된 부분도 있다. ‘명량’에는 최민식이란 당대 최고의 배우가 이순신을 연기하지만 류승룡 조진웅 권율 고경표 외에도 김명곤 진구 이정현 등 검증된 연기파 배우들이 상당수 출연한다. 이들의 활용도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 바 있다. 실제 이순신과 대척점에 선 ‘구루지마’역의 류승룡조차 영화 속에서 존재감이 미미하다는 얘기마저 나왔다. 김 감독은 이 역시 인정했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어요. 그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을 뿐입니다. 물론 배우분들도 영화 속 출연 분량이나 편집된 부분을 전부 이해해 주실 거라 믿고 있습니다. 러닝타임이란 한계에 부딪치다 보니 어쩔 수 없었죠. 영화의 주체가 이순신 장군이다보니 이순신 장군에게만 집중할 수밖에 없었죠. 다른 분들의 얘기가 많이 언급된 다른 버전을 공개하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명량’의 기록적인 흥행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 관심은 김 감독이 언급했던 이순신 장군 3부작에 대한 연결로 간다. ‘명량해전’과 함께 이순신 장군의 3대 대첩으로 불리는 ‘한산도대첩’ ‘노량대첩’이 연결 고리다. 제목도 언급된 바 있다. ‘한산-용의 출현’ ‘노량-죽음의 바다’.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명량’은 이순신 장군의 해전 가운데 가장 엑기스라고 볼 수 있죠. 실제 역사로는 한산이 먼저다. 그런데 ‘명량’을 선보인 이유가 그 때문이죠. ‘한산’은 임진왜란에서 첫 승전보를 알리고 전세를 뒤집는 역할을 했어요. 자긍심과 함께 이순신 장군의 분신과도 같은 거북선이 처음 드러난 전투죠. 그 유명한 학익진도 등장합니다. 반면 ‘노량’은 장군께서 돌아가신 마지막 전투입니다. 부제에서도 암시가 되죠. 왜란 전투 사상 가장 치열하고 처철한 전투였어요. 두 영화의 제작 가능성이 좀 커진 것은 사실입니다. 뭐 아직은 아무것도 정해진 것은 없어요.”

가장 큰 문제는 이순신 장군 역할을 했던 최민식의 출연 여부다. 최민식은 앞서 뉴스웨이와의 인터뷰에서 ‘절대 3부작에 출연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유는 ‘너무 힘이 들었다’고. 그는 ‘꼭 같은 배우와 같은 감독이 할 필요가 있겠나’라며 ‘다른 느낌의 이순신 장군을 보는 것도 관객들에게는 예의가 될 것이다’고 말한 바 있다. 물론 3부작 제작의 키를 쥐고 있는 김한민 감독의 생각이 중요하다.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명량’을 생각하면서도 최민식이란 배우만 떠올랐어요. 실제 그 당시 장군님의 나이와 연륜의 배우를 원했는데 그에 부합되는 배우가 최민식 외에는 없었죠. 영화 제안을 하고 만나서 긴 대화를 나눴는데 나와 이순신 장군을 생각하는 관점이 많이 비슷했어요. 글쎄요(웃음) 인연은 어떻게 해서든 이어지지 않을까요. ‘꼭’ 다시 하고 싶은 배우에요.”

김한민 감독은 인터뷰 날즈음 최민식에게 문자로 ‘현충사 참배’를 제의했다고 한다. 두 사람이 일정이 맞는다면 함께 이순신 장군 영정 앞에서 참배를 드리는 모습을 조만간 언론을 통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사진 = 이수길 기자사진 = 이수길 기자

광화문 광장 동상, 그리고 100원 짜리 동전 뒤 인물, 여기에 거북선을 만든 임진왜란의 영웅으로만 기억된 이순신 장군의 진짜 모습을 대중들은 ‘명량’을 통해 보고 느끼게 함께 했다. 이게 김한민 감독이 원했던 부분이었을 것이다. 그에게 1500만이란 숫자는 사실 그렇게 중요해 보이지는 않는다.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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