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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금의 땅’ 강예솔, “연기에 조금 더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인터뷰] ‘순금의 땅’ 강예솔, “연기에 조금 더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됐다”

등록 2014.08.21 07:00

홍미경

  기자

사진= 김동민 기자 life@사진= 김동민 기자 life@


단아하고 여성스럽다. 배우 강예솔을 설명할 때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직접 만나본 강예솔은 눈가에 주름이 잡힐 정도로 마음껏 웃고, 하고 싶은 얘기를 조잘조잘 잘 털어 놓는 솔직하고 발랄했다. 오랫동안 입었던 무채색의 낡은 시대극 옷을 벗어 던지고 앙증맞은 플랫 칼라의 귀여운 원피스에 곱게 메이크업까지, 러블리걸로 변신한 그녀를 만났다.

강예솔은 장장 8개월간의 긴 여정을 함께한 KBS TV 소설 ‘순금의 땅’(극본 이선희, 연출 신현수)에서 장터를 떠돌며 자란 억척스럽고 밝은 여자,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 보낼 수밖에 없지만 그 남자의 인삼 씨앗으로 거친 땅을 인삼밭으로 만들어 한 마을을 잘살게 만든 여장부 순금이로 분해 열연을 펼쳤다.

각박한 이 시대에 사랑과 희생, 이해와 배려, 희생과 포용이 뭔지 아는 여자 순금이를 연기하면서 때론 이해하기 힘들어 하기도, 때론 행복해 하기도 하면서 보낸 8개월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8개월 긴 여정 끝낸 소감

시원할 줄 알았는데 아쉽고 무겁다. 순금이에 대한 고마움에 미안한 마음이 컸다. 분에 넘치게 좋은 캐릭터와 좋은 작품에 첫 타이틀롤 맡았는데 처음에는 욕심 앞섰고 부담감이 컸다. 그 때문인지 초반에 캐릭터에 집중하지 못했다. 특히 극 초반 순금이라는 캐릭터를 이해하지 못해서 서툴렀던 것 같다. 때문에 극 중반 이후에는 부족한 부분들 채워 가느라 정신 없었다. 후반에 가서야 순금이를 제대로 만난 것 같다. 편안한 마음으로 시작했다면 빨리 순금이를 만나 사랑해 주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크다. 마지막 촬영후 마음이 묘했다. 극중 대사에 ‘먹먹하다’는 말을 자주하곤 했는데, 마지막 촬영 후 먹먹하다는 느낌이 어떤 건지 알았다.

‘순금의 땅’ 첫 주연 맡았을 때 어땠나?

지난해 ‘정도전’ 촬영을 하고 있을 무렵, 10월쯤 오디션을 보기 시작해 4-5회 끝에 겨울쯤 최종 낙점 됐다. 그 당시에는 아역 촬영이 한창 시작 될 무렵이었다. 특히 ‘정도전’ 촬영과도 겹쳐서 조금 급하게 ‘순금의 땅’에 들어가게 됐다.

KBS TV소설은 올드한 이미지가 강한데, 선택한 이유

작품이 올드해? 전혀 아니다. 사극은 그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역사적 자료를 토대로 추측해서 연기를 한다. 하지만 시대극은 그 시절을 살았던 사람들이 아직까지 현존하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다가는 시청자들이 가지고 있는 소중한 추억들이 상처 받을 수 있다. 이 드라마뿐만 아니라 시대극 자체가 품고 있는 중요한 숙제다. 때문에 신인들이 연기 할 때 좀더 섬세하게 연기해야 하는 것들이 배우에게 큰 도움이 된다. 고증도 잘하고 잘 만들어야 하는 제일 어려운 장르다.

실제로 해 보니 작은것에서 부터 시청자 반응이 바로 오더라. 흑장미 다방에서 나왔던 음악, 크림빵, 화영이(어린 순금)가 신었던 고무신, 책가방, 철 도시락 등 어른들이 그 시절 한번쯤 겪어본 추억들이 등장하기 때문에 TV 소설이 잘 되는 것이다. 의미 있는 작품에 출연하는 만큼 연기자들 역시 중요하다.

사진= 김동민 기자 life@사진= 김동민 기자 life@


8개월간 긴 호흡의 일일극 하면 직장인 같아 진다고 하던데?

‘순금의 땅’은 처음 기획은 150부였는데 163회로 연장 돼 끝났다. 가을만 빼고 3계절을 보냈다. 8개월 동안 많은 일 겪었다. 직장인 같아진다는 말이 공감 간다. 수목 세트, 금 쉬고, 토일월 야외 촬영하는 식이다. 마지막에는 화요일까지 세트 일주일에 일주일에 6일 촬영을 할뿐만 아니라 쉬는 날에는 대본 봐야 하기 때문에 일주일 내내 ‘순금의 땅’ 식구들과 지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직장 동료 같고 가족 같아 졌다.

촬영 스케줄이 빡빡하다 보니 극 초반에는 심하게 감기 앓기도 했다. 일일극 하기에 적응기간 필요했다. 그 이후 습관이 되니 체력이 생겼다. 원래 강한 체력 아닌데 잘 버텼다. 특히 죽었다고 생각했던 엄마의 존재를 알게 된 뒤 물에 뛰어 들었던 장면이 있었는데, 너무 추웠다. 모두 걱정해 주셨는데 다음날 멀쩡히 촬영장에 나갔다. 또 최근 촬영장에서 실수로 넘어져 머리를 부딪혔는데, 역시 아무렇지 않게 촬영장에 나갔다.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8개월간 큰 사고 없이 끝낼 수 있었던 건 즐겁게 촬영 했기 때문이다. 현장 분위기 축복이라고 생각들만큼 웃으며 촬영했다. 첫 주연을 맡아 부족한 것들 많았을 텐데 선생님, 선배님 그리고 언니 오빠들 덕분에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 우리 드라마에는 신인 배우들이 많았는데 야외 촬영 감독님이 신인 배우들 불러서 모니터 해주는 등 스터디 해줘 연기에 도움이 많이 됐다.

사실 ‘순금의 땅’을 처음 시작할 때 연기 배울 수 있겠구나 하는 욕심과 기대 컸다. 연기 많이 배웠지만 그보다 사람 냄새 나는 배우, 배우의 자세 등에 대해 배운 것이 더 크다.

또 선생님, 선배님들에게 배우는 부분도 크지만 신인들끼리의 호흡도 중요 하다는걸 알게 됐다. 극중 누구 하나 신인이라서 돋보여야겠다는 생각과 경쟁의식 보다는 서로 응원하고 격려하면서 만들어진 호흡과 팀워크가 좋아서 배우는 이런 것 이구나 싶은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

사진= 김동민 기자 life@사진= 김동민 기자 life@


지방 촬영이 많았을 것 같다. 힘들지 않았나?

야외 촬영은 연천과 온양에서 주로 찍었다. 이번 여름에 연천이 37도까지 올라갔다. 서 있어도 비오듯 땀이 흐르고, 속옷까지 젖을 만큼 더웠다. 그런데 나는 유난히 뛰는 장면이 많아, 조명팀 스태프들이 더 고생했다. 내가 나중에 너무 잘 뛰게 돼 조명팀에 너무 미안했다. 나는 여배우라 숙박할 일이 별로 없었는데, 숙박하는 날이면 촬영 뒤풀이는 필수 였다. 한잔하면서 배우들과 스태프, 감독님까지 모두 어우러져 힘든 것 토로하거나 배우고 깨닫는 시간이 귀했다. 우리처럼 회식 많이 한 팀 없었을 것이다. ‘순금의 땅’ 촬영하면서 체력도 늘었지만 술도 늘었다.(웃음)

‘순금의 땅’은 극 초반 아역이 주목 받았었다. 아역을 뛰어 넘는 성인 연기자 부담 컸을 듯

어린 친구들이 너무 잘해서 부담도 컸다. 아역들 평 좋은데 성인 연기자들이 누를 끼치면 안되겠더라. 촬영 초반에는 하영이(어린 순금)에게 도움 받았다. 하영이 연기를 녹음해서 듣고 또 듣고 연기가 막힐 때 무조건 들었다. 그렇게 극에 몰입하다 보니 조금씩 순금이에게 다가갈 수 있는 계기다 됐다.

특히 어릴적 순금이는 밝고 당찬 아이인데 커서는 여성스러운면이 부각되고 사랑에 가슴 아파하는 외적으로 보기에 여린 여인의 모습이 컸다. 당시에는 그런 변화가 이해 안됐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 보니 내면이 강하면 외적으로는 오히려 온화하고 부드러울 수 있겠구나 싶었다.

순금이는 숱한 풍파와 사건을 겪으며 안으로 삭이면서 내적으로 더더욱 강한 여자가 된 것이다. 또 순금이가 생활하는 주막집에는 생판 모르는 남들이 모여 가족처럼 모여 산다. 그 중심에 순금이가 축이 돼 사람들을 이어준다. 나보다 남을 더 생각하고 이해와 배려, 포용으로 모든 사람을 보듬어 안는 것이 바로 ‘순금의 땅’이 전해주고 싶은 메시지다. 각박한 이 시대에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고 사랑으로 품을 수 있는 순금이가 필요한 시대다.

상대 배우인 강은탁과 호흡은 어땠나? 그리도 다른 출연진들 호흡은?

이 드라마 통해 데뷔한 배우들 많다. 그런데 신인들이라도 해서 서툴지 않고 어디서 저런 숨은 보석들 있었나 싶게 좋은 배우들을 많이 만나 서로 격려하고 도와주며 촬영했다.

은탁오빠(우창 역)는 힘들 때 기쁠 때 함께 해줘 너무 감사하다. 특히 순금 캐릭터를 못 잡고 헤매면서 정신적 육체적으로 힘들 때 도움을 줬다. 슛 들어가기 전까지 대사 맞춰 보거나 본인도 피곤할 텐데 쉬는 날에도 전화 통화하면서 내 고충 다 들어줬다. 이렇게 좋은 배우, 스태프 들과 다시 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좋았다. 촬영, 조명, 야외촬영 감독님들 모두 감사하다. 행복했다.

순금이는 우창이만 바라보는 순정녀다, 실제로 연애도 그런 편?

순금이는 조금 심한 편이지만 현실의 나도 한 사람이 좋으면 쭉 좋아한다. 마음 열기가 어렵지 한 번 좋아하면 오래 간다.

사진= 김동민 기자 life@사진= 김동민 기자 life@


‘순금의 땅’ 출연 전과 후 어떻게 달라졌나?

순금이는 자기 희생하면서 상대방이 행복해지길 바라는 여자다. 처음 힘들었을땐 언제 끝나나 시간이 더디 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느새 끝이 나 있었다. 짧게 느껴진 이유는 허투루 보낸 것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기를 잘하고 못하고 떠나서 진짜 순금이가 되기 위해 노력했고 끈임 없이 배워간 시간이 소중하다.

촬영 초중반부터 촬영일지를 썼다. 감독님, 스태프, 배우들 하는 말, 매니저 스타일리스트가 해주는 말 혹은 촬영 그날 그날 있었던 일들을 매일 썼다. 주위 분들이 해준 말을 흘려 버리지 안고 내것으로 만들고 발전시키고 싶었다. 촬영 끝나면 새벽에 들어와 다시 새벽에 나가야 하는 날도 많았지만 촬영일지는 빼먹지 않았다. 꼼꼼히 적으며 순금이 완성할 수 있었다. 이 촬영인지 내 연기 인생 보물이 될 것 같다. 잘 끝냈다는 상징이다. 촬영일지를 통해서 스스로에게 자신감 생겼다. 이제는 연기에 조금 더 확신을 가질 수 있게 됐다.

차기작 계획은?
아직은 확실히 정해진 것 없다. ‘순금의 땅’처럼 내가 발전할 수 있는 작품 만나고 싶다. 은탁오빠가 먼저 캐스팅 돼서 잘 됐으면 좋겠고 응원한다. 영화에도 도전해 보고 싶다. 또 다른 세계가 될것 같아서 꼭 해보고 싶다.

쉬는 동안에는 여행을 하고 싶다. 수영장도 가고 싶다. 시원한 곳에 가서 그 동안 못 본 책들 읽고 깊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고 싶다. 또 촬영하는 동안 TV를 거의 보지 못했는데 최근 ‘연애의 발견’을 보고 너무 재미있었다.

‘로맨스가 필요해2’에 출연했는데, 역시 정현정 작가님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유미씨 연기를 보면서 어떻게 저렇게 사랑스럽지? 싶었다. 순금이는 아픔 많은 캐릭터였으니까 다음 작품은 사랑스럽고 편안한 캐릭터 만났으면 좋겠다.

홍미경 기자 mkhong@

뉴스웨이 홍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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