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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기버: 기억전달자’, 격이 다른 할리우드의 무게감

[무비게이션] ‘더 기버: 기억전달자’, 격이 다른 할리우드의 무게감

등록 2014.08.11 16:48

김재범

  기자

 ‘더 기버: 기억전달자’, 격이 다른 할리우드의 무게감 기사의 사진

제프 브리지스는 할리우드에서도 연기력의 정점으로 불리는 명배우다. 그런 명배우가 무려 20년이나 영화화에 공을 들인 작품이 있다.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한 영화 ‘더 기버:기억전달자’가 주인공이다.

영미권 대표작가 로이스 로리의 동명 원작은 21개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적으로 1100만부가 팔려나간 메가폰급 베스트셀러다. 미국의 가장 권위있는 문학상 중 하나인 뉴베리 상과 보스턴 글로브 혼 북 아너상을 수상하고 교과서에 실릴 정도의 필독서로 불리며 SF소설의 수작이자 고전으로 꼽히는 작품이 ‘더 기버: 기억전달자’다. 원작자인 로이스 로리가 최근 영화를 본 뒤 “내 책의 모든 것이 영화에 담겼다. 내 책을 좋아했다면 영화도 분명 좋아할 것이다”고 큰 만족감을 드러냈을 정도로 영화의 완성도 역시 뛰어나다.

 ‘더 기버: 기억전달자’, 격이 다른 할리우드의 무게감 기사의 사진

영화는 최근 할리우드에서 쏟아지고 있는 SF장르의 트렌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사회 시스템이 재정립된 가까운 미래가 배경이란 점은 ‘헝거게임’의 느낌이 강하다. 감정이 통제된 사회는 ‘이퀄리브리엄’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더 기버’는 두 영화의 이 같은 장점에 새로움을 추가해 완벽하게 다른 장르적 완성도를 이뤄냈다. 기억을 소재로 했으며, 이 기억을 전달하고 받는 이른바 ‘멘토’ 그리고 ‘멘티’의 두 캐릭터를 창조해 냈다. 여기서 기억이란 인류가 역사를 이뤄낸 경험과 감정의 총칭이다. 경험과 감정이 통제된 사회에서 거주하는 인간들은 자유 의지 자체가 박탈된 채 태어남과 죽음도 사회 시스템안에서 결정된다. 가족을 구성하게 되고 직업을 부여 받는 기본권조차 소수의 원로회의가 주관한다. 완벽한 독재 시스템의 사회다.

영화는 모든 것이 새롭게 이뤄진 세상에서 시작된다. 국가가 무너지고 사회가 없어진 이 공간은 ‘커뮤니티’라고 불린다. 전쟁, 가난, 차별, 고통 등이 사라진 이 ‘커뮤니티’안에서 인간은 누구나 똑같은 존재로만 강요된다. 성도 없다. 그냥 이름으로만 불린다. 주인공 조너스(브렌튼 스웨이츠)은 ‘직위 수여식’(직업 결정)을 앞두고 신비한 경험을 하게 된다. 감정이 통제된 무채색의 ‘커뮤니티’에서 짧은 순간 색을 보게 된다. 이후 그는 수석 원로(메릴 스티립)과 주관하는 ‘직위 수여식’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남게 되고 전체 커뮤니티 가운데 단 한 명에게만 수여되는 ‘기억보유자’로 지명된다. 전 인류가 잃어버리고 보유를 제한당하는 인류의 모든 감정을 홀로 보유하게 되는 인물이 된다. 이후 ‘기억전달자’(제프 브리지스)와의 만남을 통해 조너스는 ‘커뮤니티’의 잘못된 시스템을 간파하고 이를 뒤바꾸려 한다.

 ‘더 기버: 기억전달자’, 격이 다른 할리우드의 무게감 기사의 사진

‘더 기버:기억전달자’는 감정과 기억에 대한 표현을 위해 ‘무채색’과 ‘유채색’의 두 가지 톤으로 화면을 구성하는 색다른 시도를 한다. 영화 시작과 함께 이뤄지는 흑백의 화면은 모든 것이 통제된 사회의 획일화를 시각화하는 수단으로 사용된다. 조너스의 ‘각성’을 통해 조금씩 색깔이 입혀지는 화면을 통해 관객은 눈을 뜨게 된다. 흡사 조너스가 느끼는 감정의 단계를 함께 밟아 가는 경험을 하는 것과 같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큰 틀의 주제 의식에서 스토리의 만듦새를 계단식으로 밟아 나간다. 행복과 평화란 목적을 위해 인간의 존엄성을 유지시키는 감정과 기억 그리고 선택권의 문제를 통제하는 것이 정당한가란 질문이 계속적으로 러닝 타임 내내 관객들에게 던져진다.

 ‘더 기버: 기억전달자’, 격이 다른 할리우드의 무게감 기사의 사진

영화 속 캐릭터들은 조너스가 쏟아내는 감정에 대한 말에 “정확한 표현을 써야 한다”며 강요한다. 인간의 감정을 획일화 시키려는 ‘커뮤니티’의 암묵적 권력체는 결국 자신들의 체제를 유지시키기 위한 단 하나의 열쇠이자 돌파구인 ‘기억보유자’(시스템의 문제에 대한 조언자 역할)로 인해 붕괴되는 아이러니를 맞게 된다.

인간으로서의 존재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선택의 자유’를 복귀시키려는 한 인간(기억 보유자)과 자유를 통해 인간은 잘못된 선택을 하고 그 결과는 차별을 만들어 고통을 양산한다는 ‘커뮤니티’의 통제가 부딪치면서 큰 파열음을 만들어 낸다. 그 파열음은 상당히 진폭이 큰 데시벨로 울려 관객들의 머리와 가슴을 깨운다.

 ‘더 기버: 기억전달자’, 격이 다른 할리우드의 무게감 기사의 사진

‘임무해제’의 충격적 진실이 조너스의 기억을 통해 드러난 뒤 벗겨지는 ‘커뮤니티’의 충격적 실체는 인간의 존엄성이 점차 상실되어 가는 현실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결코 쉽게 지나치기 힘들다.

‘더 기버: 기억 전달자’는 어떤 이유를 부여하더라도 결코 쉽게 보고 넘길 수 있는 영화가 아니다. 장르적 해석의 새로운 시각을 전달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SF영화다. 개봉은 오는 20일.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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