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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륜과 로맨스

[데스크칼럼]불륜과 로맨스

등록 2014.07.29 09:08

안성찬

  기자

뻐꾸기둥지의 여자 주인공 장서희(왼쪽)와 이채영뻐꾸기둥지의 여자 주인공 장서희(왼쪽)와 이채영

“남친이 한, 두명은 있어야하지 않을까요. 남편이 출장가면 놀아줄 친구가 필요하니까.”

얼마전 한 지상파 TV 아침 방송에서 흘러나온 한 중년 여성의 말이다. 산에 오르던 등산객 중 한 중년 여성을 붙잡고 리포터가 물어본 멘트에 이처럼 답이 돌아 왔다.

‘사랑과 전쟁’을 비롯해 일부 성인 드라마 단골 소재인 불륜을 살짝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물론 드라마나 소설은 허구(虛構)다. 하지만 현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년 여성의 말은 허구가 아닌 실제 상황이다.

요즘 드라마를 보노라면 실타래처럼 얽히고설킨 것은 기본이고, 대부분 불륜이 혼합돼 있다. MTV 아침 일일 드라마 ‘모두 다 김치’에서 보면 출세에 눈먼 놈을 재산을 미끼삼아 유부남을 자기 사람으로 만든다. 김지영(유하은 역)은 남편 원기준(임동준 역)을 차현정(박현지 역)에 빼앗기고, 김호진(신태경 역)의 사랑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매개체는 김치다.

K2TV 저녁 일일 드라마 ‘뻐꾸기둥지’는 좀 더 심하다. 아이를 무기삼아 대리모를 등장시켜 아내가 있는 남편을 가로채고 복수하는 줄거리다. 사랑만 믿고 결혼한 장서희(백연희 역)가 의도적으로 접근한 이채영(이화영 역)과 바람난 남편 황동주(정병국 역) 사이에서 벌어지는 애증의 한판승부다. 이채영이 장서희와 사랑하다가 죽은 오빠의 복수를 위해 장서희 아버지인 임채무(백철 역)까지 집적거린다.

작가의 상상력으로 사실이 아닌 것을 사실처럼 꾸민 이야기일 뿐이지만 우리 주변이야기와 별반 다를 게 없다.

그런데 이를 바라보는 시청자들, 특히 주로 대상층인 주부들은 남의 일 같지가 않다. 친목모임에서 친구들끼리 이런 말도 안 되는 스토리를 듣고 있기도 하고, 직접 경험하기도 한다. 물론 남자와 여자가 상황이 뒤 바뀔 수도 있다.

이런 일은 드라마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에서도 일상다반사(日常茶飯事)처럼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쉽게 주변에서 찾아 볼 수 있다.

남편이 무역업을 하는 L모 주부. 전업주부인데 출장이 잦은 남편 때문에 속을 끓이고 살다가 어느 날 다른 남자에게 눈이 떴다. 혼자 하기가 뭣해서 친구들을 불러내서 짝을 이뤄 놀기 시작했다. 늦바람이 더 무섭다고 했던가. 집안일은 뒷전이고, 골프장에도 가고 저녁까지 남자들과 술잔치를 벌이기도 하고. 그런데 재미난 사실은 이런 아내에게 남편은 불평을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는 것. L주부는 “아마도 우리 그이도 여자가 있지 않을까요”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때로 틀을 깨고 싶어 일탈(逸脫)을 꿈꾸다가 드라마가 현실이 되고, 현실이 드라마가 되도 우리의 신경은 그리 날카롭지가 못하다. 이 때문에 판단이 무뎌지고 우리는 ‘그럴 수도 있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불륜과 로맨스를 넘나든다.

불륜은 지켜야할 도리를 벗어나는 일이고, 로맨스는 대개 짧은 연애를 말한다. 가정 있는 남녀가 로맨스를 하는 것은 불륜에 해당한다. 흔히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라고 하지만 큰 차이가 없다. 불륜은 포괄적 의미에서 로맨스를 포함하니까.

우리는 여유가 있으면 꼭 갖고 싶은 것이 있다. 요트와 별장, 그리고 애인이다. 그런데 이 3가지를 손에 쥐는 순간 머리에 쥐가 난다고 한다.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조금만 한눈팔면 망가지고, 훌쩍 떠난다.

드라마는 그냥 드라마다. 가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우리의 소시민적 삶에서 그래도 최고의 사랑스러운 불륜(?) 파트너는 우리의 배우자임가 아닐까.

안성찬 골프대기자 golfahn@

뉴스웨이 안성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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