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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야 문제는 금리야

[최재영의 마켓인사이드]바보야 문제는 금리야

등록 2014.07.29 06:00

수정 2014.07.29 08:01

최재영

  기자

바보야 문제는 금리야 기사의 사진

전셋집을 구하는데 딱 45일이 걸렸다. 하루에 많게는 4곳을 돌아봤다. 참 바보스럽고 순진했다. 엉망진창인 집 모습에 놀라고 전세 값에 경악했다. 이 시간 동안 서울과 경기권 등 30여곳을 봤다. 최근 ‘미친 전세난’을 기자가 몸소 체험한 셈이다.

전세집을 구한다고 끝이 아니었다. 높은 전세 값도 문제였지만 대출금리가 발목을 잡았다. 정부에서 보증하는 저금리로 돈을 빌려도 1000만원 마다 이자 폭은 커졌고 수십만원씩 차이가 났다. 여기에 원금까지 포함하면 월급의 20~30%까지 상환할 처지였다.

‘금리’ 선택도 기자를 혼란스럽게 했다. 현재는 ‘고정금리’가 유리하지만 앞으로 기준금리가 떨어질 확률을 고려한다면 이자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서는 ‘변동금리’가 더 매력적이었다. 다만 향후 금리 인상 요인이 있어 선택이 쉽지 않았다.

정부가 8월부터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70%, 총부채상환비율(DTI)을 60%로 규제완화 하겠다고 나섰지만 서민들의 체감온도가 낮다. 정부는 이번에 내놓은 정책은 손쉽게 돈을 빌릴 수 있게 해 주택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는 정책이다.

기자가 직접 몸소 체험해본 결과는 정부 정책과는 전혀 상반됐다. 돈을 빌리는 조건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금리’였기 때문이었다. 정부는 최근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해 매달 이자만 상환하는 시스템에서 원금과 함께 상환하는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 서민들에게는 오히려 대출과 멀어지게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예를 들어 1억원에 대출이자 3%로 가정하면 1년 납입액은 300만원선이다. 매달 10~20만원 이자에 원금 까지 포함하면 최소 40~60만원 선을 납입해야 한다.

최소 8년에서 최대 10년 까지 납입해야 할 금액이다. 서민들이 과연 납입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는 없었던 셈이다. 기자도 미친 전세 값 보다는 금리 때문에라도 대출을 포기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대한민국은 임금 없는 성장이 몇 년째 이뤄지고 있는 중이다. 2012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21개국 GNI 대비 가계총처분가능소득(PGDI) 비중을 분석한 결과 한국은 55.4%로 평균치(62.8%)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민간소비 증가율도 전년 대비 1.9% 수준으로 성장률(2.8%)에 절반 수준이다.

이미 임금의 대부분을 은행 이자로 막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정부가 내놓은 이번 정책은 단지 대출 비율도 늘린 것 외에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비판도 여기에서 나왔다. 은행 대출을 통해 소비를 진작하는 방법이 어쩔 수 없는 ‘카드’라 치더라도 내가 빌리고 갚을 수 있는 상황에 대해서는 이해조차 없었던 셈이다.

서민들은 거시경제를 최대한 활용하고 은행 대출을 활성화하겠다는 정부의 정책이 여전히 남의 나라의 얘기처럼 들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재영 기자 sometimes@

뉴스웨이 최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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