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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시작한 재계 4龍의 위기대처법 ‘4人4色’

하반기 시작한 재계 4龍의 위기대처법 ‘4人4色’

등록 2014.07.28 09:22

정백현

  기자

정몽구 현대차 회장 ‘기초 잘 닦아 정면돌파’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조용히 갈 길 간다’구본무 LG 회장 ‘내실 다져야 미래가 편하다’최태원 SK 회장 ‘경영진 위기극복 저력 신뢰’

재계를 대표하는 4룡(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구본무 LG그룹 회장·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하반기 대망을 향해 야심찬 움직임을 시작했다.

4명의 기업인들은 현재 그룹 안팎의 상황을 위기 상황으로 일제히 규정하고 이에 대한 대안 마련에 부심한 모습이다. 실제로 주요 기업의 주변에는 원-달러 환율 약세에 대한 문제와 글로벌 경기 부활의 둔화, 중국 등 일부 지역 기업의 맹공 등 악재가 도사리고 있다.

그러나 위기에 대한 대안을 설파하는 방법과 내용은 4명이 비슷하고도 다르다. 여기에는 각 그룹이 처한 상황과도 맥을 같이 하고 있다.

◇‘기본·기초’ 강조하는 정몽구, 정면돌파가 해법 =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올해 초부터 기본과 기초를 유독 강조했다. 좋은 품질의 차를 만들어서 글로벌 시장에서 잘 판매하려면 기초 역량부터 제대로 다져야 한다는 것이 정 회장의 지론이다.

정 회장은 하반기에도 여전히 ‘기본’과 ‘기초’를 임직원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경영에 대한 기초 역량이 제대로 다져지지 않은 상황에서 좋은 차가 나올 수 없고 뛰어난 판매 전략이 나올 수 없다는 고집은 여전하다. 한 가지 더 해진 것이 있다면 위기에 대한 정면돌파다.

정 회장은 지난 14일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주재한 해외 법인장 회의에서 “현재 회사 안팎에 산재한 위협을 비켜갈 수 없는 우회로는 없다”면서 “우리의 실력을 키워서 글로벌 시장 선점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을 했다.

또한 “글로벌 생산 규모에 걸맞은 품질 경쟁력 확보가 최우선인 만큼 제품 개발·설계 단계부터 품질 점검에 주력하고 품질 교육을 확대 운영해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이 당부에는 연초부터 꾸준히 강조해 온 ‘기본 강조’ 어조가 반영돼 있기도 하다.

정 회장의 ‘정면돌파’ 정신이 또 다시 빛을 발한 것은 현대차그룹의 최근 움직임에서도 볼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매물로 등장한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공사 본사 사옥 부지 인수전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부지 가격이나 세부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이 땅을 어떤 식으로 활용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까지 공개했다. 현대차그룹의 이같은 움직임은 ‘기선제압’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상황이 불투명할 때 일단 크게 베팅하고 돌파하는 전형적 ‘현대 스타일’ 경영의 사례다.

◇‘정중동’ 이재용, 조용히 기회를 기다린다 = 하반기 삼성그룹 경영의 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지난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뒤 입원 생활이 길어지면서 이 부회장의 영향력이 더 세지고 있다.

이 부회장은 하반기를 해외에서 시작했다. 지난 7일부터 미국 아이다호주 선밸리에서 열린 ‘앨런&코 미디어 컨퍼런스’에 참석해 래리 페이지 구글 CEO와 팀 쿡 애플 CEO 등 글로벌 재계 인사들과 조우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5일 미국에서 돌아온 뒤 현재 서울 서초동 사옥에 매일 출근하면서 정상 집무를 진행하고 있다. 이 회장의 부재 여부와 관계없이 묵묵히 자기 할 일을 하는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금껏 단 한 번도 어떤 식으로 삼성을 변화시키고 이끌어 나가겠다는 계획을 공개적으로 밝힌 적이 없다. 다만 각 계열사의 임원들로부터 상황을 보고 받고 내부적으로 조용하면서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그야말로 ‘정중동’의 모습이다.

하반기에도 이 부회장의 정중동 행보는 계속 될 전망이다. 평소에도 자신의 의견을 외부에 피력하지 않았던 이 부회장이 갑자기 변할 가능성이 매우 적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후방에서 조용히 모든 일을 지휘하고 현장의 전문경영인들이 전방에서 힘을 쓸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재용 부회장에게 가장 관심이 가는 부분은 시장의 기대보다 부진한 실적을 낸 삼성전자와 일부 계열사에 대해서 어떠한 처방을 내리느냐의 문제다. 더불어 스마트폰 이후의 새로운 먹거리를 어떻게 창출해서 어느 방식으로 키워내느냐도 관심거리다.

업계 안팎에서는 올 하반기에 지속될 삼성그룹 안팎의 구조조정에 이 부회장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따라서 하반기 이 부회장이 보여줄 행보에 따라서 내년 또는 향후 몇 년간의 삼성의 앞날을 예측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혁신’ 외쳤던 구본무, 하반기는 ‘내실 다지기’ =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지난해에 이어서 올해 연초에도 ‘혁신’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강조했다.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모든 것을 바꿔야 LG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취지 때문이었다.

하반기를 시작하는 구 회장의 일성은 ‘내실 다지기’다. 알맹이가 없이 껍데기만 키운 성장은 먼 훗날에 뒤돌아 봤을 때 후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구 회장의 지론이다.

내실 다지기를 위해 구 회장이 주문한 것은 치밀한 계획이다. 구본무 회장은 “면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이를 집요하게 실천해야 시장을 선도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임직원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구 회장이 ‘혁신’의 다음 화두로 ‘내실’을 내세운 배경에는 LG그룹 계열사의 성장과 무관치 않다. 주력 계열사인 LG전자는 전략 스마트폰 ‘G3’의 흥행을 앞세워 올 상반기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업계 안팎에서는 시장의 주목을 한 몸에 받는 제품 ‘G3’가 꾸준한 혁신의 산물이라고 판단되는 만큼 이를 바탕으로 더 큰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내실을 다져야 항구적인 발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구 회장이 내실 다지기를 강조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태원의 애달픈 편지 ‘위기 극복 믿는다’ = 횡령·배임 혐의로 징역 4년형을 선고받고 구속 수감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서울 서린동 사옥 회장실이 아닌 의정부교도소에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비록 최 회장의 몸은 떨어져 있지만 그룹 계열사에 대한 관심만은 잊지 않고 있다. 최근 SK그룹이 공개한 최 회장의 옥중 메시지가 그 증거다.

최 회장은 “경영 환경이 매우 어려운 가운데 열심히 뛰어주는 경영진과 구성원들에게 고마움을 느낀다”며 “SK의 역사는 위기 극복을 통해 성장해온 만큼 이번 위기도 잘 극복해달라”고 계열사 사장들을 격려했다.

이어 “수펙스추구협의회와 김창근 의장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서 어려움에 대처해야 한다”는 기존의 바람도 잊지 않았다.

최 회장이 보낸 옥중 메시지의 핵심은 ‘단결’과 ‘위기 극복의 DNA를 잘 살려달라’에 있다. 이를 다시 해석하면 “지금까지 잘 해왔으니 그동안 하던대로 묵묵히 일해달라”는 뜻으로 볼 수 있다. 지금의 경영진에 대한 신뢰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SK하이닉스를 제외한 다른 계열사의 상황이 여의치 않음에도 최 회장이 현재의 경영진을 격려하고 신뢰한 것은 SK맨들이 갖고 있는 특유의 DNA를 일깨우기 위한 일종의 처방”이라고 분석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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