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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표적’, 리메이크 기준점 제시했다

[무비게이션] 영화 ‘표적’, 리메이크 기준점 제시했다

등록 2014.04.24 17:24

수정 2014.04.24 23:28

김재범

  기자

 영화 ‘표적’, 리메이크 기준점 제시했다 기사의 사진

영화 ‘표적’은 2010년 국내에서도 개봉한 프랑스 액션 스릴러 ‘포인트 블랭크’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굳이 리메이크란 타이틀에 거부감이 들 법도 하다.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과 달리 ‘표적’은 이미 영화팬들에게 눈에 익은 시각 텍스트를 다시 한 번 반복한다는 의미에서 어느 정도의 약점을 안고 있다. 하지만 그런 우려는 완벽한 기우였다. 리메이크란 탈을 쓴 ‘동어반복’이 아닌 완전히 다른 결과물이 나왔다.

24일 오후 언론에 처음 공개된 ‘표적’은 36시간 동안 벌어지는 숨 막히는 추격 액션으로 탄생했다. ‘추격’이란 단어에 걸맞게 엄청난 속도감을 자랑한다. 우선 시작부터 급박하다. 누군가에게 쫓기는 여훈(류승룡)의 모습을 담은 오프닝 시퀀스는 국내 영화에선 볼 수 없던 가장 파격적인 시도다. 몰아치는 오프닝 쓰나미가 관객들의 혼을 빼놓으며 ‘표적’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예고한다. ‘정신 차려라. 안 그럼 당하고 만다’는 협박에 가깝다.

 영화 ‘표적’, 리메이크 기준점 제시했다 기사의 사진

사실 이런 협박조의 오프닝이 있었기에 ‘표적’은 처음부터 끝까지 관객들의 시선을 고정시키는 스킬을 발휘한다. 누군가에게 쫓긴 여훈이 사고를 당한 채 병원에 실려 가고, 그곳에서 의사 태준(이진욱)은 여훈과 마주하게 된다. 공교롭게도 여훈 때문에 태준의 아내 희주가 괴한에게 납치를 당한다. 태준은 “아내를 살리고 싶다면 그 환자(여훈)를 병원 밖으로 빼내라”는 명령을 괴한으로부터 받는다.

결국 ‘표적’은 누군가에게 쫒기는 남자(여훈), 그리고 그 남자로 인해 납치된 아내를 구해야 하는 또 다른 남자(태준)란 다소 복잡한 기본 골격의 구조를 갖추고 있다. 여기에 여훈을 쫓는 형사 정영주(김성령) 또 여훈을 쫓는 다른 형사 송기철(유준상)까지 가세하며 인물간의 관계도는 급격하게 확장된다.

구조상으론 상당히 복잡하다. 여훈은 자신을 쫓는 사람들이 누군지를 밝혀야 한다. 태준은 그런 여훈을 괴한에게 넘겨야 아내를 구할 수 있다. 형사 정영주는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여훈을 지목하고 쫓는다. 경찰 윗선에선 검거율 100%를 자랑하는 송기철을 이 사건에 투입시켰다. 물고 물리는 과정이 반복되면서 의문의 살인 사건은 하나 둘씩 그 베일을 벗어나간다.

 영화 ‘표적’, 리메이크 기준점 제시했다 기사의 사진

‘표적’은 영화적으로 상황과 캐릭터가 절묘하게 절충된 스토리 라인을 갖고 있다. 거대한 사건이 배경이고, 그 안에서 쫓기는 자(여훈&태준), 쫓는 자(송기철&정영주)로 완벽하게 나눠진다. 두 그룹 간에 간격이 좁아질수록 사건의 배경은 검은 고개를 들어 올린다. 하지만 그 얼굴이 보여 질 때 쯤 다시 두 그룹의 간격은 멀어진다. 연출을 맡은 창감독은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답게 화면과 화면 사이의 간격에 일정한 리듬감을 줬다. 그 리듬은 시퀀스별 호흡에 따라 빠르게 혹은 느리게 아니면 휘몰아치는 속도로 관객들의 심박수를 조정한다.

이런 속도로 따라가다 보면 결국 ‘표적’은 총구가 겨누는 곳이 어느 쪽으로 흘러갈지에 포인트를 맞추는 관객들의 눈이 되고 만다. 처음 여훈을 추격하는 한 무리의 남자들이 표적이었다가, 태준의 아내를 납치한 괴한이 ‘표적’이 되고, 그 괴한의 배후로 지목된 또 다른 괴한이 표적이 되며, 결국에는 이 모든 사건을 조정하는 거대한 음모의 주인공이 진짜 ‘표적’임을 관객들은 깨닫게 된다.

 영화 ‘표적’, 리메이크 기준점 제시했다 기사의 사진

사실 스포일러에 해당할 수도 있다. ‘표적’의 검은 배후는 영화 중간 정도에 급작스럽게 등장한다. 추격 액션 그리고 스릴러란 3중 복합장르에 해당하는 ‘표적’으로선 약점을 관객들에게 까발린 채 도발을 하는 격이다. 하지만 진짜 ‘추격’의 묘미는 이때부터 시작된다. 앞서 설명한 쫒는 자와 쫓기는 자의 역할이 그 시점부터 완벽하게 역전된다. 결국 누가 쫓고 누가 쫓기는 지에 대한 경계가 허물어지고 캐릭터의 입체성까지 살아나게 된다. 때문에 러닝타임 중간에 공개된 배후의 등장이 스토리 전체의 틀을 무너트리는 것이 아닌 오히려 장르적 묘미를 살리는 장치가 돼 버렸다.

이 같은 ‘표적’의 묘미는 배우들의 열연이 뒷받침돼 있었기에 가능했다. 영화란 탄탄한 시나리오가 기반이 돼도 그것을 이용하는 기술자(배우)들의 실력이 없다면 ‘말짱 도루묵’이 된다. 올 상반기 개봉했지만 흥행에 완벽하게 실패한 일부 영화들이 그 증거다. 굳이 그런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연출을 맡은 창감독은 제작발표회 당시 40대 이상 배우들을 전면에 내세운 이유에 대해 “삶에 대한 희노애락을 아는 나이가 40대라고 생각한다. ‘표적’은 그런 영화다”고 설명한 바 있다.

 영화 ‘표적’, 리메이크 기준점 제시했다 기사의 사진

류승룡은 국내에선 어떤 기준에선 전무후무한 배우다. 그는 장르 불문, 캐릭터 불문, 스타일 불문이다. 사극이면 사극, 액션이면 액션, 코미디면 코미디, 드라마면 드라마, 악역이면 악역, 선역이면 선역 등 어떤 형태의 작품 속에서도 자신을 녹여낼 줄 아는 배우의 대표성을 띈다. 여기에 유준상 김성령의 존재감도 ‘표적’의 폭발성을 뒷받침한다. 의사 태준역을 맡은 이진욱의 몸을 사리지 않은 액션 장면도 볼거리 중에 하나다. 이밖에 배우 조은지와 진구 조여정의 열연도 포인트. 물론 이 모든 것을 조율한 창감독의 디렉션이 ‘표적’의 완벽한 결과물로 탄생됐다.

영화 ‘표적’의 베스트 컷, 하이라이트 부분에 등장한 피투성이 류승룡의 절규, 한 남자의 깊은 분노와 슬픔이 날카로운 칼날이 돼 스크린을 찢고 나온다. 절대 놓쳐선 안 될 명장면이다. 개봉은 오는 30일.

김재범 기자 cine517@

뉴스웨이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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