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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기업, ‘갈라파고스 규제’가 가장 큰 내부의 적

[포커스]국내기업, ‘갈라파고스 규제’가 가장 큰 내부의 적

등록 2014.04.18 09:13

수정 2014.04.18 09:40

강길홍

  기자

한국에만 있는 각종 규제로 글로벌 시장서 경쟁력 상실역대 정부 대부분 규제개혁 시도했지만 번번이 도루묵규제개혁 레이스 시동건 박근혜 정부, 이번엔 성공하나규제를 비용으로 인식하는 ‘규제비용총량제’ 도입 필요

박근혜 대통령이 규제개혁 레이스에 시동을 걸면서 한국에만 있는 이른바 ‘갈라파고스 규제’가 사라질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갈라파고스 제도는 에콰도르에서 서쪽으로 972㎞ 떨어진 섬이다. 찰스 다윈이 1835년 이곳을 찾았다가 진화론의 영감을 얻은 것으로 유명하다. 다윈은 외부와 단절된 갈라파고스의 생물들이 일반적인 생물들과 완전히 다르게 진화해 버린 것을 발견하면서 모든 생물이 똑같이 진화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현재도 갈라파고스에는 고유종의 비율이 80%에 달한다.

갈라파고스 규제는 해외 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우리나라만 있는 규제들로 말한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어긋나는 갈라파고스 규제들도 인해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대표적인 갈라파고스 규제로 ▲신규투자 제한 규제(10개) ▲소유지배구조 제한 규제(7개) ▲영업활동 규제(7개) ▲기업회생 제한 규제(3개) 등 총 27개를 꼽고 있다.

수도권 규제는 대표적인 갈라파고스 규제로 꼽힌다. 수도권은 신공장 건설제한, 과밀부담금 부과 등 19개의 투자억제 법률, 58개의 규제가 적용된다. 이 때문에 인력이 풍부하고 시장이 가까운 수도권에서 이탈해 해외에 생산공장을 설립하는 기업들이 해마다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반면 프랑스·영국·일본 등 선진국은 수도권 규제를 폐지하고 거점도시 육성에 주력하고 있다.

건설업·전기공사·정보통신공사 등에 대한 겸업을 금지하고 업종별 분리 발주를 의무화한 건설업종 칸막이 규제와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규제, 투자개방형 의료법인 설립 금지, 할부·리스사의 보험상품 취급 금지 규제도 선진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갈라파고스 규제로 분류된다.

또 렌터카 차종 제한, 자동차 대여사업자의 운전자 알선 금지, 중고자동차 알선업 시설기준 등도 미국·일본 등에는 없는 규제로 지적됐다. 휴대전화나 인터넷 요금 통제를 통한 가격경쟁 제한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규제로 거론됐다.

지난 3월20일 박근혜 대통령을 주제로 진행된 7시간 가까이 진행된 규제개혁 끝장토론. 사진= 청와대 제공지난 3월20일 박근혜 대통령을 주제로 진행된 7시간 가까이 진행된 규제개혁 끝장토론. 사진= 청와대 제공


박근혜 대통령은 각종 규제를 ‘암 덩어리’라고 표현하며 규제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지난달 20일 정부부처들이 모여서 규제개혁 끝장토론을 벌인 이후 각 부처별로 철폐하거나 축소할 수 있는 규제를 찾기 위해 서두르고 있다.

지난 15일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 마무리발언을 통해 규제개혁 끝장토론을 언급하고 규제개혁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국민과 기업의 경제활동을 불합리하게 제약하고 있는 규제에 대해서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면서 “불합리한 규제를 혁파하는 것이 투자 촉진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 얼마나 시급하고 중대한 일인지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 3일 청와대 홈페이지에 설치한 규제개혁 신문고에 불과 일주일 만에 1000건이 넘는 규제개혁 건의가 접수됐다는 점을 설명하고 민원 담당 공무원들의 적극적인 자세를 주문했다.

사실 박근혜정부의 규제개혁 추진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가장 많은 규제를 없앴고,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전봇대 뽑기로 불리는 규제 개혁을 추진했다. 이처럼 역대 정부에서도 끊임없이 규제 개혁을 외쳤지만 번번이 도루묵이 돼버리고 말았다.

규제개혁이 어려운 이유는 공무원에게 그동안 누리고 있던 권한을 사실상 내려놓으라고 하는 지시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만들기는 쉽지만 없애기는 어려운 것이 바로 규제다. 이에 따라 영국식 ‘규제비용총량제(One-In, One-out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영국은 신설규제 도입과 기존규제 개혁을 연계하는 방식을 고안했다. 즉 기업에 비용을 초래하는 규제가 신설되기 위해서는 이에 상응하는 비용을 초래하는 기존규제를 폐지토록 하는 규제비용총량제를 도입한 것이다.

2011년 1월부터 6월까지 영국의 각 부처는 157개의 규제를 신설하려고 했고 이중 기업에게 부담을 주는 규제가 119개였다. 하지만 규제비용총량제로 인해 157개 중 70%를 중도에 폐기해 최종적으로 46개의 규제만 남게 됐다. 남은 46개 규제 중 11개만이 기업에게 비용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정부는 이러한 성과에 따라 지난 2013년 1월부터는 규제비용총량제를 강화해 운영하고 있다. 이 조치로 이제 영국의 각 부처는 새로운 규제를 도입할 때 신규규제가 초래하는 비용의 두 배에 해당하는 기존 규제 비용을 감축해야 한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규제비용을 화폐단위로 계량화하고 규제의 신설·강화와 기존 규제의 개혁을 연계한 영국식 규제비용총량제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편 ‘눈에 보이지 않은 규제(그림자 규제)’로 불리는 구두지도·행정지도, 권고·지침, 적합업종, 기부채납, 조세 등에 대한 개선도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이 같은 그림자 규제는 규제로 등록·관리되지 않기 때문에 규제총량제를 도입하더라도 제대로 관리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한다.

고용이 전경련 규제개혁팀장은 “국민과 기업의 권리를 제한하고 의무를 부과하는 사실상 규제들이 많지만 규제로 등록되지 않아 규제개혁의 대상과 관심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많다”며 “국민과 기업이 느끼는 규제개혁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행정지도, 권고·지침 등 보이지 않는 규제도 등록·관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길홍 기자 slize@

뉴스웨이 강길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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