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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회장 석방 그후··· 멈췄던 한화가 ‘뛴다’

김승연 회장 석방 그후··· 멈췄던 한화가 ‘뛴다’

등록 2014.04.14 11:05

수정 2014.04.15 08:05

최원영

  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집행유예를 선고 받고 자유의 몸이 된지 이제 두달여가 지났다. 그 두달여 동안 한화그룹은 멈췄섰던 수년간의 정체를 일시에 해소 하려는지 도약 구름판을 강하게 디뎠다.

건강악화로 신병치료를 위해 미국행을 택했지만 김 회장의 존재만으로 이미 오너리스크는 상당부분 해소된 상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김승연 회장 석방 그후··· 멈췄던 한화가 ‘뛴다’ 기사의 사진


김 회장 복귀 이후 한화에서는 빠르게 사업구조 재편이 이뤄졌고 후계 승계구도도 가속화되고 있다. 그룹의 차기 성장동력으로 선택한 태양광사업의 업황이 살아나면서 이 기회를 살리느냐 못하느냐가 그룹 향배를 결정하는 중대한 시기.

급변하는 시대에 잠시 멈춰섰던 한화그룹이 1년8개월만에 선장을 만나 변화의 급물살을 가르고 있다.

◇1년8개월간 멈췄던 한화그룹 성장엔진 = 김승연 회장이 법정구속된 2012년 8월 이후 수장의 부재 속에 한화그룹은 산적해 있는 그룹 주요문제들에 대해 속수무책이었다.

중요한 투자와 신규사업이 지연되거나 유보되기 시작했다. 비상경영위원회를 가동했지만 결단력과 협상력이 빠진 채 굵직한 현안들은 표류했다. 심지어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해야 하는 정기인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한해 전략을 구상하는 추진계획에 대해서도 계속 미뤄질 수 밖에 없었다.

구속 직전 김 회장은 이라크 말리크 총리와 담판을 벌여 조단위 이라크도시개발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당시 한화는 이라크 바스마야 신도시에 주택 10만호 건설을 수주한 데 이어 현지에서 플랜트와 태양광 사업 등 도시 전반에 관한 인프라를 구축하려 했으나 김 회장으로 부재로 후속 수주에 차질을 빚었다.

지난해 말에서야 한화는 이라크 현지에 에탄과 천연가솔린을 활용한 에틸렌 생산설비 및 석유화학 제품 생산공장 건설을 위한 합작투자 사업 의향서를 이라크 정부와 체결했다. 진작 추진됐어야 하지만 김 회장의 부재로 이라크 정부와 LOI를 체결하는 데만 1년 넘게 걸릴 만큼 진척이 늦었다.

한화측은 이라크 신사업이 워낙 대규모 프로젝트이기 때문에 과감하고 신속한 의사결정과 추진력, 대정부 협상력 등이 필요한데 김 회장의 부재로 진척이 더디거나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해 왔다.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태양광사업도 최대 기회를 맞고 있지만 반드시 동반돼야 할 국가적 지원 등을 협상력 부재로 얻어내지 못해 도약 기회를 놓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계속돼 왔다.

특히 올해는 신사업으로 추진해 온 폴리실리콘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한화의 태양광 수직계열화가 완성되는 해라서 결단력 부재는 더 치명적일 수도 있는 상황.

2008년 태양광 사업에 진출한 한화는 2조원 규모의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며 폴리실리콘 공장 건설, 태양광 업체 인수 등을 진행해 왔다. 김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였다.

김희철 한화큐셀 대표이사는 지난해 기자간담회에서 “리스크가 있는 신규사업의 특성상 그룹차원의 의사결정이 매우 중요하다”며 “특히 태양광사업은 특성상 각국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한데 회장의 부재로 상당히 애로사항이 많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태양광시장이 극심한 불황의 터널을 지나 개선의 기미가 보이기 시작한 이 시기에 각국 정부와의 협력으로 대규모 수주가 이뤄지고 기업으로서도 선제적 투자가 진행돼야 태양광시장 1위 진입도 그만큼 앞당겨 질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최근 CEO스코어에 따르면 오너리스크를 겪던 지난해 한화그룹 계열사들은 투자를 23% 이상 줄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위축됐던 한화의 경영상태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집유 이후 2개월··· 도약 위한 1보 디뎠다 = 그룹 현안들이 급박하게 돌아가던 지난 2월 김 회장이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순간부터 한화그룹의 엔진은 재점화 됐고 빠르게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한화는 이번 재판 직후 “오랜 재판으로 경영 위기를 극복함과 동시에 반성과 개선을 통해 국가 경제에 기여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경영 정상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기존 사업들에 대한 성과가 보고되기 시작했고 사업 효율화를 극대화하기 위한 구조 재편과 미뤘던 인사이동도 이뤄졌다.

김승연 회장이 복귀한 직후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은 영국에서 사실상 첫 태양광사업 수주를 따냈다. 영국 발전업체 AGR사와 함께 영국 스토우브리지 지역의 태양광발전소를 구축하는 사업으로 9만4500만 태양광패널을 공급하게 되고 매년 2만2445MWh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의 사업이다. 재계에서는 아버지의 복귀를 축하하는 ‘아들의 축하선물’이라는 얘기까지 나왔다.

복귀 한달이 지나자 한화그룹은 한화L&C의 건설자재부문을 매각하고 첨단소재 기업으로 승부를 걸기로 했다는 발표를 한다. 수익성이 부진했던 건자재부문 대신 그룹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첨단소재 쪽으로 방향을 정한 것이다.

첨단소재는 태양광산업의 EVA시트와 자동차 소재, IT기기에 들어가는 부품 등이다. 업계에서는 한화그룹의 신성장동력인 태양광산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한화케미칼은 제약 자회사 드림파마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실적이 저조한 기업을 정리하며 재정건전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수천억원 규모의 해외주식예탁증권(GDR) 발행을 추진하고 있어 추후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업 매각 등으로 마련한 자금이 태양광사업 등 주력사업에 또다른 기회를 만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화케미칼은 미국의 다우케미칼 기초화학사업부 인수도 검토하고 있다. 다우케미칼은 1897년 설립된 미국기업으로 세계 화학제품 시장에서 독일 바스프와 함께 1, 2위를 다투는 선두기업이다. 특히 기초화학사업분야는 세계 1위를 자랑한다.

한화케미칼이 인수를 추진 중인 염소·가성소다(CA) 사업부문은 지난해 50억달러(5조3400억원)의 매출을 올려 인수 금액 역시 수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오너리스크를 안고 있는 기업들이 가장 많이 토로하는 문제는 대규모 자금이 걸린 사업에 대한 중대한 결단, 그리고 중장기 혜안을 갖고 진행하는 프로젝트 추진이다.

수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와 미래 잠재력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기초화학부문에 대한 투자 등 오너리스크가 해소된 한화가 보여준 일련의 움직임은 이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다.

김 회장이 자유의 몸이 된 이후 속도를 내고 있는 또 하나의 변화는 ‘후계자 승계’다.

김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전략마케팅 실장은 그룹의 태양광산업을 흑자로 전환시키고 기업 성장동력의 주축으로 성장시켜야 할 막중한 임무를 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영활동이 전무했던 김 회장의 차남 동원씨도 한화L&C에 입사를 예고하며 경영수업을 시작했다. 두 형제가 그룹을 책임질 양대축으로 성장할 지에 대해 벌써부터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룹의 태양광산업을 맡고 있는 장남 김 실장과 첨단소재기업으로 탈바꿈하며 관련소재를 생산하는 기업에 몸담게 되는 차남 동원씨가 추후 협력관계가에 설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관심이다.

재계에서는 이같은 그룹의 공격적 행보와 가속화된 두 아들의 경영수업이 김 회장의 본격적인 복귀를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최원영 기자 lucas201@

뉴스웨이 최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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