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에서 기적을 일으킨 ‘아내의 힘’

[안성찬의 골프이야기] 그린에서 기적을 일으킨 ‘아내의 힘’

등록 2013.08.20 07:38

수정 2013.08.20 08:32

안성찬

  기자

여자는 약하다. 그러나 엄마는 강하다고 했다. 그런데 그린에서는 아내의 힘이 컸다.
한국과 미국에서 기적같은 일어 벌어졌다. 순전히 ‘아내 덕’이다.

김형태의 그의 아내는 ‘만삭’

우승을 확정한 김형태가 만삭의 아내 변희진씨와 우승기쁨을 나누고 있다. ⓒKPGA 민수용포토우승을 확정한 김형태가 만삭의 아내 변희진씨와 우승기쁨을 나누고 있다. ⓒKPGA 민수용포토


국내 주인공은 김형태(36)와 그의 아내 변희진.
18일 동촌GC에서 끝난 대회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메이저대회인 KPGA 선수권 대회(총상금 5억원). 17번홀까지 김형태는 2위를 1타차로 앞서고 있었다.

김형태는 3년5개월간 우승이 없었다. 하지만 경쟁자 이상희(21·호반건설)는 장타력에다 이 대회 지난해 우승자. 김대섭(32우리투자증권)은 이 대회에서 2승을 거둔 정상급 선수.

마지막 18번홀(파5).

김대섭은 티샷 실수에 이어 4번째샷이 OB(아웃 오브 바운스)가 나면서 우승권에서 멀어졌다.

이상희는 세컨드 샷을 그린왼쪽 러프로 보냈다.

김형태는 세컨드 샷을 레이업한다는 게 어이없게도 그린주변 벙커로 보냈다. 1타차로 앞서고 있었지만 위기상황. 겨우 4온을 해 보기.

이상희는 3온을 시켜 파를 잡아 동타를 이뤘다.

연장전에서 버디를 잡은 김형태에게 우승이 돌아갔지만 ‘만삭의 몸’을 이끌고 응원에 나선 그의 아내 변희진씨는 입이 타들어갔다. 18홀 내내 남편의 뒤를 따른 변씨는 우승이 확정되자 무거운 몸으로 폴짝 폴짝 뛰었다. 그리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사실 변씨는 국내외에서 대회를 할 때마다 결혼전부터 늘 혼자 남편의 뒤를 따르면서 응원을 해왔다.

6년만에 아이를 가진 김형태는 “아내가 정말 고맙죠. 뱃속에 있는 아기가 복덩이인 것 같습니다. 마지막 18번 홀에서 위기가 있었지만 나에게 우승 기운이 있다면 다시 기회가 올 것이라는 느낌이 있었죠. 응원하는 아내를 보며 우승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이번 우승은 아기와 아내의 힘”이라고 말했다.

김형태는 국내에서 승수를 쌓은 뒤 일본으로 건너가 4년간 일본프로골프투어에서 활약했다. 그러나 성적이 원하는 대로 나오지 않자 국내 대회로 복귀했다.

김형태의 아내에 대한 마음은 각별하다.

개인 첫 승을 거둔 2006년 11월 몽베르투어챔피언십 우승 직후 방송 인터뷰에서 공개 청혼했다.

“일본 투어를 다니면서도 로드매니저 이상으로 나를 챙겨줘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승하거나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의 80% 이상은 아내가 해준 것이죠.”
김형태는 결혼 6년차다. 그런데 그들은 아직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다. 이유는 대회 때는 아내가 큰 마음으로, 평상시에는 남편이 넓은 아량으로 서로의 마음을 보듬기 때문이다.

패트릭의 캐디는 153cm의 아내 저스틴

패트릭 리드와 캐디를 맡은 아내 저스틴. ⓒPGA투어닷컴패트릭 리드와 캐디를 맡은 아내 저스틴. ⓒPGA투어닷컴


19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즈버러의 시지필드CC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윈덤 챔피언십(총상금 530만달러).

18번홀 연장 첫 번째홀에서 벌어진 패트릭 리드(23·미국)와 조던 스피스(20·미국). 리드가 핀에 붙여 유리한 상황. 그런데 스피스의 10m나 되는 홀퍼팅이 홀을 파고들었고 리드는 버디를 놓쳤다.

두 번째 연장 홀인 10번홀(파4). 스피스는 페어웨이를 잘 골랐다. 그러나 리드의 티샷은 오른쪽으로 크게 밀려 나무 숲속으로 날아갔다. 볼이 놓인 자리는 잔디가 아닌 흙과 야생풀이 자라는 곳. 앞에는 나무가 버티고 있고.

우승은 해본 사람이 하는가. 스피스는 지난달 존 디어 클래식에서 우승한 바 있다. 리드는 우승이 없었다.

"어디로 치지?" 패트릭 리드와 캐디인 아내 저스틴이 샷을 논의 하고 있다. ⓒPGA투어닷컴


아내인 저스틴을 캐디로 동반한 리드. 둘은 고민했다. 이미 스피스는 핀과 3m에 붙여 놓은 상황.

아내와 상의한 끝에 7번 아이언을 꺼내 든 리드는 두 번째 샷을 날렸다. 그런데 기적이 일어났다. 비행을 시작한 볼은 거짓말처럼 핀에 2m 거리에 붙었다.

이런 일이 벌어질까. 우승해본 경험이 없었던 리드가 이런 멋진 샷을 해 내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세컨드 샷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먹구름이 끼었던 아내의 얼굴이 밝아졌다.

“지금까지 날린 샷 가운데 최고의 결과였죠”며 리드는 만족했다.

지난해 12월 결혼한 리드부부는 아내가 백을 메면서 성적이 좋아졌다.

지난해 리드는 PGA 투어 12개 대회에 출전해 컷 통과가 7번에 그쳤고 최고 성적은 10월 프라이스닷컴오픈 공동 11위였다.

특히 대회에 출전하려면 먼데이를 거쳐야 했다.

저스틴과 결혼하고 아내를 캐디로 고용한 뒤부터 일이 술술 풀렸다.
페덱스컵 랭킹 22위에 올라 플레이오프 진출권도 손에 넣었다. 시드를 걱정하던 지난해와는 비교도 안된다.

아내인 저스틴은 간호사 출신으로 학창 시절에 골프와 축구 등 운동을 한 경험이 있다.

리드는 아내가 캐디로 나서는 것이 함께 있어서 기쁘지만 속으로 안쓰럽다.

그럼에도 그린에서 리드는 아내덕에 편하다. 리드는 “아내는 누구보다 나를 잘 알죠. 또 매우 침착한 편이기 때문에 내가 흥분할 때도 나를 진정시켜주는 최고의 파트너입니다.”

리드는 키가 183cm, 아내는 캐디백보다 조금 큰 154㎝. 아내의 저력은 키가 아닌 것이다.

안성찬 골프전문대기자 golfahn@
<BYL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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