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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브릿지바이오, '원인 모를 폐질환' 신약에 사활

유통·바이오 제약·바이오

브릿지바이오, '원인 모를 폐질환' 신약에 사활

등록 2022.09.07 16:23

수정 2022.09.13 08:39

유수인

  기자

기술반환된 'BBT-877' 상황 반전···'최초‧최고' 의약품 기대3분기 임상2상 진행 목표···"베링거社 딜 상회할듯"폐 섬유화, 항암제 내성 등 초점 맞춰 파이프라인 구축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혁신신약 연구개발 기업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브릿지바이오)가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 후보물질 'BBT-877'의 임상 진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빠르면 오는 3분기 임상2상을 진행하고 글로벌 제약사에 기술수출(라이선스 아웃)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당 계열에서는 최초로 약물을 통해 임상2상을 개시하는 것으로 기술이전 계약이 체결된다면 지난 2019년 글로벌 기술이전한 베링거인겔하임 거래 규모를 충분히 상회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브릿지바이오는 특발성 폐섬유증 신약 후보물질로 개발 중인 'BBT-877'의 2상 임상시험을 올 하반기 중 실시할 예정이다. 이르면 3분기 내 임상 스텝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오토택신 저해제 계열의 'BBT-877'은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분야에서 계열 내 최초 의약품(First-In-Class)이자 최고 의약품(BestIn-Class)으로 점쳐지는 물질이다. 앞서 벨기에 제약사 갈라파고스가 오토택신 저해제 계열 내 최초 후보물질인 'GLPG1690'의 임상3상을 진행하던 중 지난해 2월 돌연 중단한 바 있다.

특발성 폐섬유증은 원인 미상의 진행성 질환이다. 폐가 딱딱해지고 폐기능이 저하돼 결국 사망하게 된다. 아직까지 효과적인 치료 방법이 없어 진단 후 생존 기간이 3~5년에 불과하다. 2019년 기준 한 해 사망자 수만 350여명에 달해 희귀질환 가운데에서도 가장 많은 수의 환자가 사망한 질환이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이후 후유증으로 '폐섬유화' 증상이 나타나고 있어 특히 주목을 받고 있다. 치료제 시장은 2018년 기준 22억달러 규모다.

이에 'BBT-877'은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최초로 최대 규모의 글로벌 기술이전에 성공하기도 했다. 회사는 지난 2019년 7월 글로벌 제약사 탑 15위 안에 드는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에 단일 화합물 기준 최대 규모인 1조5000억원대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베링거인겔하임은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분야의 선두주자로, '오페브'라는 치료제를 보유하고 있다. 오페브가 2024년 특허만료를 앞두고 있고 신약 옵션에 대한 욕구가 높아 새로운 파이프라인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베링거인겔하임은 임상 1상에서 잠재적 독성 우려가 제기된다며 2020년 11월 권리를 반환했다.

이에 브릿지바이오는 잠재적 독성 우려의 발견이 약물의 직접적 DNA 손상에 의한 양성이 아닌, 고농도 약물 처리로 인한 세포사멸 기전에 따른 '거짓 양성(위양성)'이라고 판단해 추가 실험을 진행했다. 이후 지난 7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임상 2상 진입 가능을 최종 통지 받았다.

브릿지바이오 측은 "베링거인겔하임 권리 반환 이후 자체 및 외부 실험을 통해 과제의 가치가 유지됨을 확인하고 FDA와 미팅을 가졌다. 이후 FDA가 권고한 독성 관련 동물실험을 모두 완료했고, 해당 데이터를 근간으로 임상 2상 진입을 최종 승인받았다"며 "현재 전세계 8개국 이상에서 다국가 임상 2상 본격화를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브릿지바이오는 'BBT-877' 임상2상에 속도를 내기 위해 최근 영국의 인공지능(AI) 기반 메드테크 기업 '브레이노믹스'와 협력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브레이노믹스의 프로그램 'e-ILD 테크놀로지'를 활용해 특발성 폐섬유증 환자의 고해상도 전산화단층촬영(HRCT) 이미지 등 영상학적 데이터를 추가로 활용, 약물 효과 평가에 객관성과 효율성을 도모할 계획이다.

이후에는 글로벌 제약사를 대상으로 기술이전을 추진한다. 임상2상 진입을 선점하게 되면 'BBT-877'의 몸값은 훌쩍 뛸 전망이다. 신효섭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만약 기술이전 계약이 체결된다면 임상 진척을 감안해 과거 베링거인겔하임과의 딜 규모를 상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바이오벤처로 시작한 브릿지바이오가 이 같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데에는 이정규 대표이사의 사업화 역량이 있다. 이 대표는 연구-기획-개발-사업 등 25년의 바이오 사업화 노하우를 갖춘 사업개발 전문가다.

그는 서울대학교 화학과 졸업 후 LG화학 연구기획·사업개발부에서 신약 개발과 사업화 경험을 쌓았다. 이후 크리스탈지노믹스 공동창업자 및 사업개발 이사, 렉스바이오 대표이사 등을 역임하고 2015년 9월 브릿지바이오를 설립했다. 회사는 두 차례 코스닥 상장에 실패했으나 글로벌 기술수출 성과를 바탕으로 2019년 12월 성장성 특례로 상장에 성공했다. 현재 회사의 임직원은 약 40명 정도인데, 업계 경력이 탄탄한 R&D 분야 27인으로 구성돼 있다.

브릿지바이오는 신약 후보물질을 직접 발굴하는 대신 학계, 정부 출연 연구소 등에서 초기단계의 유망 신약후보물질을 도입해 후속 임상개발 진행 후 글로벌 제약사로 재이전하는 사업 모델을 가지고 있다. 원천기술에 집착하지 않고 시장 수요를 기준으로 후보물질을 도입, 개발에 집중할 수 있어 신속한 사업화와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BBT-877' 또한 지난 2017년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선수금 20억원을 포함한 약 300억원 규모의 계약 체결을 통해 도입해 1상 단계에서 기술수출한 물질이다.

브릿지바이오, '원인 모를 폐질환' 신약에 사활 기사의 사진

이밖에도 지난 2018년 12월 궤양성 대장염 치료제 후보물질인 펠리노-1 저해제 'BBT401'을 국내 전통제약사인 대웅제약에 약 4000만달러(470억원) 규모로 아시아 판권 기술이전에 성공한 바 있다. 'BBT401' 9개월 만에 전임상을 수행했으며, 현재 임상2상 중용량 및 고용량군 시험 투약을 완료해 연내 중고용량군 시험 결과 발표를 기대하고 있다.

기술이전으로 확보한 자금은 새로운 후보물질 발굴 및 도입의 기반이 된다. 회사는 미충족 의료수요를 중심으로 사업화 가능성이 높은 혁신 신약후보물질 발굴 및 개발해 성장을 가속화하겠다는 방침이다.

특히 특발성 폐섬유증을 전략 질환 영역으로 삼고 파이프라인을 고도화해 나가고 있다. 지난 상반기에는 셀라이온바이오메드에서 폐 섬유화 질환 후보물질인 ▲BBT-301(이온채널 조절제)을, 샤페론으로부터는 ▲BBT-209(GPCR 작용제)를 각각 도입했다.

또 폐암치료제 내성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화학연구원으로부터 차세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후보물질 'BBT-176'을 도입, 내년 2상 진입을 목표로 임상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기존 3세대 EGFR 표적항암제의 내성으로 발생하는 C797S 특이 삼중 EGFR 돌연변이를 표적으로 치료한다. 이와 함께 브릿지바이오는 다양한 돌연변이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자체적으로 후보물질 'BBT-207'을 발굴하고 전임상 중이다. 자체개발 신약인 'BBT-207'은 1차 치료제로 3세대 표적항암제(타그리소)를 처방 받은 환자들에게서 발생하는 C797S 등의 이중 돌연변이를 타깃으로 한다.

회사는 오는 2025년까지의 성장기 동안 글로벌 연구개발(R&D) 역량 보유 바이오 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를 위해 ▲후기 개발 역량의 글로벌화 ▲자체발굴과 도입과제의 균형 ▲표적항암제 및 특발성 폐섬유증에 집중 ▲FDA 신약허가 1건 획득 ▲7개의 글로벌 임상 단계 파이프라인 구축 등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오는 2026년부터는 도약기를 맞아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글로벌 바이오텍으로 성장할 방침이다.

브릿지바이오 관계자는 "개발 뿐만 아니라 자체 연구 및 발굴 역량까지 확장하며 도약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미국에 설립한 보스턴 디스커버리 센터 등을 통해 자체적으로 경쟁력 있는 신규 후보물질을 발굴, 개발하는 종합적인 혁신신약 개발 기업으로 발돋움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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