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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세 금감원장' 그늘에 가려진 김주현 금융위원장

되살아나는 관치금융

'실세 금감원장' 그늘에 가려진 김주현 금융위원장

등록 2022.07.21 07:04

수정 2022.07.21 09:16

차재서

  기자

김주현 취임으로 금융당국 '투톱 체제' 막 올랐지만금융사는 '대통령 최측근' 이복현 원장 행보에 주목 금융위·금감원 역학 구도 뒤집힐 수 있다는 우려도

사진=금융위원회 제공사진=금융위원회 제공

"최근 금융권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사를 꼽으라면 아무래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아닐까요.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아직 어떤 분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의 취임으로 금융당국 투톱 체제가 막을 올렸지만 여전히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업계의 관심을 독차지하고 있다. 대통령 최측근 '실세' 금감원장이란 이미지가 강하게 자리 잡은 탓인데, 일각에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역학 구도가 뒤집힐 수 있다는 걱정을 내놓는다.

금융권에 따르면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이달 공식 행보에 돌입하자 모든 업권이 금융위와 금감원의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로 다른 배경과 철학을 지닌 두 사람이 각각 금융정책과 감독을 책임지게 되면서 이들 기관이 충돌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는 경제관료의 길을 걸어온 금융위원장과 검사 출신 최연소 금감원장이 동행하게 됐다는 게 기인한다. 활동하던 영역이 다를 뿐 아니라 역대 금융위원장과 금감원장처럼 정부 부처에서 함께 일한 경험도 없어 사안에 접근하는 방식에도 차이가 날 수 있어서다.

1958년생인 김주현 위원장은 중앙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서울대학교에서 경제학 학사와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고 워싱턴대학교 MBA 과정을 마친 인물이다. 행정고시 25회(1981년)로 공직에 입문한 이래 주로 재무부에 몸담았으며 금융위에선 금융정책국장과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 사무처장 등을 지냈다. 이어 예금보험공사 사장과 우리금융경영연구소 대표, 여신금융협회장을 거쳐 지난 11일 윤석열 정부의 첫 금융당국 수장으로 취임했다.

또 이복현 금감원장(1972년생)은 서울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공인회계사 시험과 사법고시에 합격한 금융·경제 수사 전문가다. 사법연수원 32기 출신인 그는 춘천지검 원주지청 형사2부 부장검사,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 부장검사, 대전지검 형사제3부 부장검사,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 부장검사 등을 역임했다.

이렇듯 14살 터울의 두 사람 사이에는 서울대 동문이라는 것 외에 특별한 연결고리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업계가 예의주시하는 쪽은 김주현 위원장이 아닌 이복현 원장이다. 검찰 내 '윤석열 사단'의 막내 특수통 검사였던 데다 대통령과도 가깝다는 독특한 배경이 강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취임도 이 원장이 한 달 정도 빨랐다. 두 사람 모두 지난달 7일 대통령 측으로부터 내정 소식을 전해들었으나, 바로 취임식을 가진 이 원장과 달리 김 위원장은 국회 인사청문회 지연에 이달에야 임명장을 받을 수 있었다.

두 사람의 첫 메시지도 결이 다르다. 김 위원장은 내정자 시절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포부로 손을 내민 반면, 이 원장은 불공정거래 행위 근절을 최우선 과제로 제시하며 업계를 강하게 압박했다.

아울러 이 원장은 금융사 CEO 앞에서 대출 금리 인하와 건전선 개선을 요구하는 등 정책적 발언을 쏟아내기도 했다. 기업의 시선이 김 위원장보다 이 원장에게 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상위기관인 금융위가 오히려 금감원의 움직임에 보조를 맞춘다는 인식이 확산됐다는 점이다. 이 원장이 이슈를 선점한 탓에 금융위가 금감원의 뜻대로 움직이는 듯한 모양새가 돼서다. 무엇보다 대통령의 측근이 금감원장으로 발탁된 만큼 금융위도 더 이상 자신들의 입장을 밀어붙이기만 하지는 못할 것으로 외부에선 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기류는 금융위와 금감원의 공조에 긍정적이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지난 몇 년간 두 기관은 원만하지 않았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분식 의혹과 케이뱅크 인허가 특혜 의혹, 금감원 특별사법경찰 출범 등 핵심 현안을 놓고 상반된 목소리를 낸 게 화근이었다. 이로 인해 양측은 예산 책정 과정에서 얼굴을 붉히기도 했다. 금융위가 2019년도 금감원 예산 책정 당시 업무추진비를 10% 줄이고 임금을 동결하는 등 영향력을 행사하면서다.

따라서 금융업 발전을 위해선 김 위원장과 이 원장이 초기부터 관계를 제대로 정립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한다. 김 위원장은 협력 의지를 명확히 하고 금감원은 가상자산 정책 수립과 사모펀드 분쟁조정 등 현안에 적극 협조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단 김 위원장과 이 원장은 지난 11일 취임 후 첫 회동에서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복합위기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공동 대응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 시장 위험요인의 리스크관리를 강화하는 동시에, 어려움을 겪는 취약계층의 부담을 경감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앞서 김 위원장은 취임사를 통해 "지금의 시장 불안은 국제정치상황 등 여러 요인이 복합돼 발생하기 때문에 향후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를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통화·재정정책 이외에 미시적 구조조정 등 다양한 정책의 효과적인 조합이 필요한 만큼 관계부처, 금감원, 한은, 금융유관기관 등과 긴밀히 소통하겠다"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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