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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잡이' 이복현 앞에서 움츠러든 증권가···본격화 된 '압박'

되살아나는 관치금융

'칼잡이' 이복현 앞에서 움츠러든 증권가···본격화 된 '압박'

등록 2022.07.21 07:00

수정 2022.07.21 13:11

정백현

  기자

릴레이 CEO 회동 마친 李, '뼈 있는 메시지' 잇달아 던져바짝 엎드린 업권···대출금리 내리고 반대매매 연기 결정"시장 안정 취지는 이해···금융권 자율 보장 약속 지켜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윤석열 정부 금융당국 수장 중 한 명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등장 이후 은행권과 보험업권, 여신금융업권과 금융투자업권 등 전 금융권이 바짝 얼어붙었다.

금감원 23년 역사에 최초로 등장한 검사 출신 원장의 엄포에 금융권의 모든 기업이 '알아서 기고 있다'는 표현이 현재로서는 가장 잘 어울린다. 그 정도로 금융당국의 입김이 강해졌고 당국의 의중대로 금융권이 움직이고 있다. 새로운 관치금융 시대가 열렸다고 볼 수 있다.

지난 6월 7일 제15대 금감원장에 취임한 이복현 원장은 지난 40여일간 금융권 주요 인사와의 안면 익히기에 주력했다. 단순한 상견례 차원의 간담회가 주를 이뤘지만 이 원장은 간담회에서 다양한 형태로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다.

이 원장의 메시지에는 개인의 의중도 있겠지만 윤석열 정부의 금융감독 정책 키워드도 엿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를 두고 금융권 안팎에서는 수사의 시각으로 금융권을 바라보는 이 원장의 행보에 '관치' 이미지가 박혀 있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이 원장은 취임 첫 업권 간담회로 지난 6월 20일 시중은행장들과 만나 회동한 것을 필두로 5대 금융지주 회장, 금융투자업계(증권·자산운용) CEO, 보험사 CEO, 여신금융회사(카드·캐피탈) CEO, 저축은행 CEO, 상호금융 CEO, 외국계 금융회사 CEO 등을 폭넓게 만났다.

취임 한 달여 만에 금융권 내 주요 CEO들과 만났다는 점을 본다면 이 원장의 현장 행보는 역대 금감원장 중에도 유독 적극적이라고 볼 수 있다. 금융업 현장을 잘 몰랐던 법조인 출신이었기에 빠른 공부가 필요했고 이 원장이 시의적절하게 움직였다는 호평도 있다.

그런데 그 뒤가 문제였다. 이 원장이 CEO들과 만난 뒤에는 꼭 업계에서 어떻게든 움직였다. 그리고 업계의 행보는 이 원장이 던진 메시지와 같은 코드를 유지했다.

은행권을 향해 "금리 상승기에 예대금리차가 확대되는 상황에서 대출 이자로 은행이 지나치게 이익을 버는 것에 대한 비판이 크다"며 은행의 이른바 '이자 장사'를 에둘러 비판했다. 또 보험사들을 향해 "자본 확충을 위해 유상증자를 우선 고려하라"고 요구했다.

증권사들에 대해서는 증시 변동성을 줄이고 반대매매를 축소하고자 증권사의 신용융자 담보비율 유지 의무를 한시적으로 면제하는 결정을 내렸다.

이같은 메시지에 금융권은 즉각적으로 움직였다. 은행들은 줄줄이 대출금리를 낮추고 예금금리를 올리는가 하면 증권가에서는 총 13개 증권사가 담보비율을 내리거나 반대매매 시점 연기 등을 결정했다.

보험사의 유상증자는 어려움이 많다. 특히 금융지주회사를 모회사로 둔 은행계 보험사들과 달리 중소형 보험사들은 돈줄 확보마저 어려운 상황에서 당국의 압박에 당황하는 눈치다.

이 원장이 던진 메시지를 종합하면 "금융 소비자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금융회사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코드를 읽을 수 있다. 대출이자 인하, 예금금리 상승, 반대매매 연기, 보험사 재무 건전성 강화 등은 모두 금융 소비자들의 이익과 결부되는 일들이다.

다만 정부 출범 초기부터 시장의 자율성을 강조했던 윤석열 정부에서 되레 감독당국의 입김이 강해지자 '관치금융의 재림'이라고 보는 업계 일각의 불편한 목소리가 조심스레 감지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역대 사례를 볼 때 진보 집권기보다 보수 집권기에 관치금융 기조가 뚜렷하게 나왔지만 초기부터 금융사들에게 리스크를 전가시키며 압박에 나서는 모습은 다소 불편하다"며 "이 원장은 금융회사를 업계 파트너가 아닌 피의자로 보는 듯하다"고 말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 역시 "시장 전체의 안정과 금융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것이라는 취지는 동감하지만 당국의 최근 행보를 보면 민간의 자율을 보장하고 혁신이 이뤄질 수 있도록 기회를 주겠다던 이 원장의 약속을 의심하게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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