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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튀' 크레빌···신세계백화점만 '나몰라라'

'먹튀' 크레빌···신세계백화점만 '나몰라라'

등록 2022.04.29 17:53

수정 2022.04.29 23:36

조효정

  기자

백화점 3사 중 유일하게 피해 보상 방안 나오지 않아신세계百 "파미에스테이션이 現 크레빌 문제 담당"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신세계백화점의 크레빌 '먹튀' 사건에 대한 안일한 태도가 피해받은 아이들과 학부모들에게 한 번 더 상처가 되고 있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백화점 3사 중 유일하게 신세계백화점만이 크레빌 환불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앞서 영어 키즈카페 크레빌은 소득 수준이 높은 이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유명 브랜드 쇼핑몰과 백화점 전국 15개 지점에 직영점을 입점시켰다. 그러나 지난 21일 돌연 임시휴업하면서 선결제한 이용객의 피해가 속출했다.

일반적으로 백화점 내 보육 관련 시설은 회사의 영업이익을 위해서라기보다는 고객 만족 차원에서 입점된다. 뷰티·패션 부문의 마진율이 20%대인 것에 반해 보육시설의 마진율은 한 자릿수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에서는 애초에 고객 서비스 차원으로 크레빌 시설을 입점시켰기 때문에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직접 환불을 진행하겠단 입장이다. 브랜드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도 당장의 자사 피해를 감수한 뒤 차후에 구상권 청구 등으로 압류하고, 형사·민사소송을 하겠다는 방안이다.

반면 같은 피해가 발생했던 신세계백화점의 경우 아직 보상과 관련해서 명쾌한 답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대응안과 관련해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중이다. 업체 측 문제인데 당사가 떠안고 환불해 줄 것이냐, 업체를 통해서 해결할 것이냐 등을 두고 논의 중이다. 아직은 결정된 바가 없다. 고소는 차후하고, 문제를 해결해 줘야 하므로 방안을 모색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크레빌은 신세계 백화점 업무가 아니라 신세계 센트럴시티 파미에스테이션이 담당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이 크레빌 롯데몰,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지점 논란까지 응대하며 환불 처리해주겠다고 밝힌 것과 다른 모습이다.

파미에스테이션은 신세계그룹이 운영하는 식음료 전문관이다.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이 파미에스테이션 시설운영권을 확보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지하와 연결해 이른바 '신세계타운'을 조성함으로써 시너지를 내왔다. 또한 파미에스테이션의 일부는 신세계센트럴시티가 신세계에 다시 임대해 신세계백화점이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신세계 광고 동의를 한 뒤에 크레빌신세계파미에스테이션 점 광고 문자를 받은 것을 계기로 크레빌에 방문했다는 피해자도 있었다.

파미에스테이션 측의 대답도 신세계백화점과 다르지 않았다. 파미에스테이션 관계자는 "피해 명수나 규모가 파악되지 않아서 보상이 어렵다. 다른 백화점과 달리 파미에스테이션은 임대로 운영했기 때문에, 개인정보인 회원 정보를 직접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임대 문제 때문이라도 연락하고 싶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전날인 28일 문자를 통해 피해자들에게 "크레빌 파미에점은 타 유통업체들과는 달리 임차인인 크레빌 측이 모든 매출금을 직접 관리하는 형태로 운영되고 있어 임대인인 당사는 회원정보 및 결제 내역 등 어떠한 데이터에도 접근할 수 없어 고객님들 피해현황 파악 및 환불·취소를 적극적으로 도와드릴 수 없다"고 공지했다.

이어 "당사는 금번 휴업과 관련하여 키즈팩토리 대표 한현근을 형사상 사기죄로 고발했다(서초경찰서). 당사와 사전협의 없이 무단으로 영업을 중단하여 회사와 고객님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끼친 점 등을 이유로 크레빌에게 영업재개 및 임대차계약 해지 예고 최고장을 발송하여 영업정상화를 독촉하고 있다"고 현 진행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모든 방안은 크레빌이 통보한 임시휴업 종료일인 5월 11일 이후가 되어야 순차적으로 처리가 가능하다"면서 피해자들에게 5월 11일까지 대안을 기다려줄 것을 요청했다.

이와 관련해 한 쇼핑몰 관계자도 "임대 여부, 카드기 종류 등은 환불을 지연하는 것에 대한 변명이 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결제 내역이 있다고 해서 고객 정보가 있는 것이 아니다. 언제, 어떤 프로모션 기간에 얼마를 지불하고 몇 시간을 등록하고 이용해서 잔여 시간이 남아있는지, 환불했는지 등에 대한 정보는 카드 매출만으로는 전혀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의도 신세계파미에스테이션와 마찬가지로 고객 정보가 없는 것은 동일한 상황이다.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을 비롯해 다른 크레빌 직영점도 임대형식으로 입점됐다. 모든 백화점 지점에서 현금 결제가 크레빌 계좌로 이뤄졌다는 점에서도 큰 차이가 없다. 양사는 환불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해 크레빌 측에 고객 결제 DB를 요청해놓은 상태다.

크레빌 신세계파미에스테이션점 피해자 모임 오픈채팅방 운영자는 "파미에스테이션 측의 문제는 피해 금액이 정확히 집계가 안 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신세계파미에스테이션점 피해자 모임에서 집계한 피해 고객 수는 29일 기준 170명이며, 피해 금액은 3~4억 정도로 추산된다.

그러면서 "사측 입장도 이해가 간다. 3~4억이 없어서 보상해주지 않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더 큰 법적인 문제나 상황이 생길까 봐 주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크레빌을 이용하게 된 건 백화점에서 검증을 거친 줄 알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시설이 없어지길 바라는 것이 아닌 아이들이 시설에서 다시 놀 수 있길 바라는 학부모들이 90%를 차지한다. 최소한 환불이 되지 않는다면, 직접 운영이나 대체 업체를 넣어서라도 영업 승계를 이어가 기존 피해자들의 기존 시간 소진이라도 하게 해주면 좋겠다. '맘충'이라는 소리를 들을까 봐 환불해달란 말도 쉽게 꺼내지 못한다. 믿을 수 있는 확실한 운영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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